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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OMIC

톱을 노려라2 -Die Buster- 완결

by 선배/마루토스 2006.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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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그중에서도 메카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톱을 노려라-건버스터-는 좀 특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메카애니의 고전 마징가와 게타로부터 시작된 계보가운데, 유독 그 한작품만이 특별한 위치에 존재한다. 가이낙스라는 특이한 창작집단이 낳은 특별한 애니. 그것이 건버스터다.

왜 특이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은데, 그 특이성을 알기위해서는 우선 고전메카물을 충분히 섭렵하고, 메카물뿐만 아니라 에이스를 노려라, 라는 열혈스포츠순정(...)도 클리어 해야 하며 그 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을 본 이후에 비로서 왜 이 작품이 특이한지 깨닫게 된다.

여담이지만, 이제 막 애니에 입문하던 친구가 건버스터 보다 지겨워서 죽는줄알았다고 나에게 하소연 한 적이 있다. 건버스터에 담겨진 수많은 숨겨진 패러디와 오마쥬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냥 지루한 열혈근성메카물에 불과할것이다.

어찌되었건간에, 건버스터라는 애니는 이전의 메카물의 근간, 열혈근성이라는 공식을 스포츠애니형식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며 각종오마쥬와 패러디를 구사하다 나중에는 초거대 진지 스페이스 오페라로 발전해나간다.(물론 그와중에도 패러디와 오마쥬는 끊이지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버스터는 처절하다.
억단위의 우주괴수들에 거의 단신으로 맞서는 절대궁극인형병기.
그러나 지켜야 할 것들에 비해서 다가오는 위기의 규모는 너무나 크고,
그 모든것을 어깨에 짊어지는 것은 가녀린 두명의 소녀.

인류의 명운을 건 처절한 전투는 웃으며 보던 이의 심금조차 울린다.
아스러지는 수많은 이름없는 병사들의 생명을 희생으로,
마지막에는 두 히로인이 자신들의 시공간조차 포기하며 장절한 자기희생까지 펼쳐서 겨우
인류를 지켜낸다. (그들이 해낸 일은 전례없는 우주파괴긴 하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가이낙스에서 새롭게 나온 톱을 노려라-건버스터2는 이와는 달랐다. 시작부터 정말 상상이상의 작화퀄리티를 보여주긴 했지만, 시종일관 그게 다였다.
기존작품들에 대한 오마쥬와 패러디는 간데없고, 이미 너무나 위대해진 전작의 오마쥬와 패러디에 그친다.

건버스터 2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건버스터 1과 시종일관 차별화 된다.

1. 평범하지만 소질있던 주인공이 열혈과 근성으로 성장하는 부분이 사라졌다.
  이래서는 제목에 "노려라"라는 말을 쓸 수가 없다.
  알고보니 바스터머신 그 자체인 주인공과, 선택된 엑소틱 마뉴바를 지닌 언니,
  어느쪽도 평범과는 거리가 멀고, 열혈과 근성으로 성장하는 부분은 사라지고,
  그냥 각성하고 나니 최강이다. 이게 뭔가........
  "노려라"라는 제목은 이런 애니에 붙여서는 안되는 제목이다.

2. 토프레스 부대, 다시말해 인류가 새로운 변동중력원으로 진화해나가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너무도 미약하다. 그냥 초능력도 아니고, 우주괴수와 동일한 변동중력원이다.
  누가 우주괴수랑 이챠이챠 해서 낳은 신인류도 아닌데, 설명이 없다는건 말이 안된다.

3. 건버스터의 근간은 "평범한 여자아이가 절대궁극인형병기에 탑승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우주적 재해에 맞서 싸우며 성장해나간다"는 컨셉이다. 건버스터2는 어느것하나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4. 이름없는 병사들의 활약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은하규모의 우주재해에 맞서, 전인류가 하나되어 위기를 타파해나가던 전작과는 달리
  위기타파는 특수능력자부대가 다하고, 다른 인류는 그저 무력하다.
  전작 6화에서 바스타머신 3호기를 지키기위해 고군분투하던 우주군의 모습을 기대했건만
  그런 장면은 나오지도 않는다. 디스누프의 체크완료때까지 시간끌기로 분투하는 모습이
  그나마 나오는건 다른 바스타머신들뿐, 일반 우주선들은 모습도 거의 안나온다.
  전인류가 하나되어 위기를 타파하려 한다는 느낌이 전혀 오지 않는다.

5. 스케일이 너무나 축소되었다.
  수십수백억을 넘는 우주괴수에 맞서 인류가 살아남기위해 은하계조차 말아먹던 웅장한
  스케일의 작전은 어디가고 없고, 단 하나의 거대변동중력원과 쪼잔하게 싸운다.
  물론 별을 집어 던지는데 스케일이 왜 작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은하중심핵채로
  말아먹던 때와 비고하면 확실히 작아졌다.

6. 전작은 SF과학이론 있는것 없는것 적절히 짬뽕하는 센스가 뛰어났다.
  특기할만한 점은, 그런 물리학적인 이론을 도입하면서, 그 이상으로 가지 않은 절제력이다.
  다시말해 초능력따위가 개입하지는 않는다. 마술같은 양자역학은 도입했어도.
  그러나 건버스터2는 전작보다 파워업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이었을까.
  기어코 그 선을 넘고야 만다. 이마의 딱지를 떼고, 공간을 초월하여 바스터머신을 소환하고
  바스터머신 7호는 의지만으로 주변공간을 축퇴시키며(어디에도 이론적 설명은 없다)
  최종화에서는 기어코 사상의 지평을 넘어 특이점붕괴를 일으키면서도
  빅뱅없이 무사히 끝나는 이론적 설명이 전무하다. SF이름을 붙여놓은 초능력물같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있지만, 너무 길어지고 쓸데없이 늘어놓는것같아 이만 줄인다.

톱을 노려라-건버스터 2 다이버스터-를 한마디로 줄이면 다음과 같겠다.
-작화퀄리티만 전작보다 뛰어나고 그 이상은 하나도 없는 그냥 졸작-

ps) 프리크리 이래, 가이낙스의 작화는 정말 타를 압도하긴 한다. 그건 정말이다.
    그런데 그뿐이다. 그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