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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때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것 - 수단과 목적

by 선배/마루토스 2009.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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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하면서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자꾸 잊어먹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수단"과 "목적"입니다.

 

우선 장비를 생각해봅시다.

장비는 수단입니다. "사진"을 찍는 수단이죠.


좋은 장비라는 수단을 쓰는 이유는 좋은 이미지를 보다 쉽게 얻기 위함이며,

그 궁극의 "목적"은 "원하는 이미지를 얻어내는것"입니다.


여기서 자꾸 본래의 목적, 즉 원하는 이미지를 얻어낸다는 최종목표를 깜빡하고

이미지가 아니라 장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취미가 사진이 아니라 사진기가 되는겁니다.

물론 그게 나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든 취미는 행복추구를 목적으로 하며, 장비 자체를 목적으로 함으로서 행복해진다면 그것도 훌륭한 취미생활입니다.


다만 "사진" 자체를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목적을 잊어버리고 그쪽길로 가실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그런 분이 상당히 많다는 거죠. -_-;;

아기 사진 찍어주겠다고 카메라 사신 초심 어디가고 바디와 렌즈 기변만 3년째...이런 경우 말입니다.

 

수단과 목적의 중요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장비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일례에 불과합니다.

 

좀 깊게 들어가서, 이번엔 늘씬쭉빵 ㅊㅈ모델을 예로 들어봅시다.

모델 자체가 "수단"인 경우와 "목적"인 경우를 각각 말이죠.


이번엔 "목적"인 경우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늘씬쭉빵하고 적절히 노출된 ㅊㅈ를 뷰파인더 너머로 바라보고 예쁘게 찍는다"

이것이 모델 자체가 목적인 경우입니다.

그러기 위해 더 예쁜 모델을 섭외해서 더 섹시하고 예쁜 의상을 입히고

육감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조명을 세팅하여 많은 사진을 찍는 것이 이를 위한 "수단"이 됩니다.


물론 이것도 나쁜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함정이라 할수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술이 목적이라며 술집들어가 술마시며 영계아가씨들과 히히덕 거리면서

어느샌가 술은 수단으로 변하고 목적은 영계아가씨와 히히덕이 되는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리고 보다 더 나은 히히덕을 위해 더 어리고 더 애교떠는 아가씨가 있는 술집을 찾는게 수단이 되었지만

여전히 "야! 히히덕 하러 가자!!" 라고 하지 않고 "오늘도 한잔 하러 갈까??"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죠.

(절대 모델 사진 찍는 분들 및 모델분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비유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경우 남들보다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델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늘씬쭉빵한 모델을 수단삼아, 자신이 본래 의도했던 어떤 이미지를 얻어낸다....이것이 올바른 목적입니다.


그것은 어떤 에로티시즘일수도 있고, 단지 실루엣일수도 있으며, 커다란 눈동자의 반영일수도 있겠죠.

어쨌거나 모델이 목적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 어떤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비슷한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물"이라는 소재를 수단으로 삼아 "흐름"이나 "역동성"을 표현하는 이미지를 얻을것인지,

아니면 그냥 "물"이라는 소재 자체를 찍고 말것인지....그런것을 말입니다.

 

 

이제 좀 넓은 시야로 다른 예들을 들어보죠.

 

꽃 많이들 찍으십니다.

왜찍으십니까?

꽃은 이경우 수단입니까, 목적입니까?

즉시 대답하실 수 있으신가요...?

목적이었다면, 꽃을 목적으로 함으로서 종국적으론 무엇을 얻어내고자 하셨습니까?


여행가서 관광지 사진들도 많이 찍으시죠.

왜 찍으십니까? 전 왜 찍었을까요?

그곳에 갔다는 기록을 남긴다는 목적을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가끔, 그 이국의 풍경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수단으로 삼아, 다른 어떤걸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달사진 왜찍으시나요?

불꽃놀이는? 길가의 조약돌은? 비내리는 거리는?

이름모를 풀과 나무는? 놀이터의 그네는? 지나가는 오토바이는?

 


사진한장을 찍더라도 사진사의 머리속에는

지금 자신이 찍는 대상이 수단인지 아니면 그 자체로서 목적인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아기의 성장기록을 남기고 10년 20년 지난후 사진을 보며 지금의 기억을 되살려

추억을 안주삼아 웃음꽃 피는 행복한 가족을 "목적"으로 하는 저를 포함하는 대다수의 아빠사진사들에게 있어

지금 사진으로 아들을 담는것은 그걸 위한 "수단"이자 "방법"이죠.

 

그러나 그 이외의 사진들을 찍을때,

"수단"과 "목적"을 생각하지 않는 사진사는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후보정"이라는 명제역시 "수단"과 "목적"을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후보정 안하는게 목적"이라면 이건 뭔가 뒤바뀐것 같지 않습니까? 수단과 목적이 말이죠.

후보정을 하고 안하고가 이미 목적이 되었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겁니다.

후보정을 하건 안하건 의도한 이미지를 얻어내는 것....그것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수단과 목적에 대한 생각 없이 누른 1만번의 셔터와...

수단과 목적에 대해 항시 고뇌하며 누른 1만번의 셔터는 그 무게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을 찍으실때....항상 자기 가슴에 물어보세요.


지금 담는 그것은 그 자체로서 수단인지, 목적인지를 말입니다....

 

다른 고수분들의 사진과 자기 사진을 비교해보고 뭔가 맘에 안들고 부족한게 있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셨던 분들이라면 특히 이부분을 잘 생각해보세요.


그 고수분들이 그 사진속의 소재들을 수단으로 삼았는지 목적으로 삼았는지와...

본인이 찍으신 사진속의 소재들이 수단이었는지 목적이었는지를 비교해보시면서요.

 


사진이라는건 결국....

사진사가 의도한 어떤 느낌을 이미지 라는 수단을 통해 보는이에게 최대한 의도한대로 전달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입니다.

 

그것을 잊지 않으시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