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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남에게서 배울 수 없다.

by 선배/마루토스 2011.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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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많은 분들이 카메라 처음 사시고서 사진을 배우고 싶다, 사진 배우기 좋은 책은 뭐냐, 제발 사진을 가르쳐달라, 사진 잘 가르치는 곳(사람)이 어디냐..등등

사진을 배우고 싶어하신다는 취지의 질문을 온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등에 올리십니다.


저도 그중 한사람이었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사실은 이분들이 배우고 싶은건 엄밀히 말하자면 사진이 아니라 아마 카메라 인게 아닐까 하고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카메라의 성능과 가능, 불가능한 것들을 파악하고 실패하지 않는 사진을 찍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하시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분명히 남에게서, 책에게서, 그리고 온갖 인터넷 강좌로부터 배울 수 있는 영역이긴 합니다.

조리개, 감도, 셔속을 배우고...측광방식과 플래시 사용법을 배우고...포토샵을 배우고....

그럼으로서 적정노출을 잡고, 적정화벨을 잡고, 적정셔속으로 흔들리지 않게 하고, 적정감도로 노이즈를 줄이고,

황금비율구도로 찍어 안정감을 주고, 후보정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단계까지는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좋은 사진이 되는거냐 하면 그건 또 절대 아닌거거든요.


단지 실패하지 않은 때깔 좋은 잘 찍은 사진이 될 뿐입니다.

카메라를 잡은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가 약간의 정성을 들여 배우고 공부함으로서 비교적 쉽게 들어설 수 있는 그런 단계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일찌기 내셔널지오그래피의 한 작가도 이런말을 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이란 없다. 그저 좋은 사진이 있을 뿐이다."



몇년전 철부지 시절엔 저 글을 책에서 읽고 '아놔. 있어보일라고 괜히 하는 소리구먼' 했었습니다만..

지금은 공감을 넘어 통감을 하는 글귀이기도 합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이나 공식이 아예 없다고만은 할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가 가르쳐 줄 수 있거나, 책같은거 보고 아무리 공부한다 해도 익힐 수 없는 영역인것도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좋은 사진이란 너무나 많은 요소들의 복합작용으로서 비로서 만들어 지는 것이기도 한 동시에

배움의 영역에 있는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영역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이 블로그에 적은 적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모두 미술시간에 수채화나 유채화를 배웁니다.

그때 우리가 좋은 그림 배우는 법을 배웠나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학교 미술시간 내내 그저 그림 잘그리는 법만 배웠습니다.


데생하고 스케치하는 법. 물감칠하는 법, 색배합하는 법 등등..

그러면 학생들중 재능있는 몇몇들은 그 배운것만으로 꽤 멋진 그림들을 그려내어 좋은 점수를 받습니다.

정물화라던가 초상화라던가 풍경화등을 그려서요.


그러나 누구도 그 그림들을 가르켜 좋은 그림, 예술작품이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잘 그린 그림이라고들만 할 뿐이죠.


그러다가 배운것에 의문을 품는 천재가 아주 드물게 나타납니다.

왜 이렇게 그리라고만 할까? 다른 방식으로 그리면 더 극적이고 멋진 그림이 나올텐데?

그리고 그런 의문으로부터 새로운 미술사조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인상파. 야수파. 초현실주의. 추상화등등..이런 새로운, 그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양식의 그림들이 나타날때

사람들은 입을 모아 상찬하고 추앙합니다.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좋은 그림이다..."라면서요.


다시 사진 이야기로 돌아와보죠.


그냥 잘찍는 방법 열심히 공부해보았자, 딱 저 학교 미술시간 레벨에서 그치는 것입니다.

물론 취미레벨에서 사진찍고 노는데는 그걸로도 충분히 차고도 넘치는 경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좋은 사진..남이 찍어본 적이 없는 사진..그야말로 나만의 한장을 찍고 싶다면..

진정 좋은 사진 찍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남에게 배움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낮은 언덕이 결코 아니라 깨달음을 얻음으로서 건너뛰는 그런 경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경지에 다달은 사람이 가르쳐 준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영역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이에게 재능이 있을 경우, 그저 길을 가르쳐 주는 정도까지 가능할까...그나마 재능없는 이는 아무리 가르쳐준들 배울 수가 없는 영역이기도 하고요.



그저 다른 좋은 사진들을 한도 없이 많이 보고

그저 자신의 실력과 테크닉을 수도 없이 사진 찍으며 갈고 닦고

나만의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일년 열두달 내내 곰곰히 생각해보고 하다가


어느날 불현듯 깨우치게 되는 그런것....


제생각에 좋은 사진이란, 좋은 사진 찍는 법이란

그런게 아닐까 하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이상 신년 뻘소리였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