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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변하게 하고 싶으면 장비말고 자신을 바꿔라.

by 선배/마루토스 2011.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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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젠가 제 와이프로부터 사진에 대한 어떤 충고를 들었습니다.

그게 뭐냐면..사진이 너무 아이에게 집중되어있다는 거였죠.


항상 아이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만 따라다니며 찍다보니 아이가 거기서 뭘하고 있는지, 어디서 놀고 있는지..이런게 보이지 않는다는거였습니다.


충고를 듣고 이리 저리 생각을 해보다 저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데

그건 제가 어떤 렌즈를 쓰건 어떤 화각에서 찍건 가만보면 아이가 사진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진속의 아이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는거였습니다.


저는 사실 단 3개의 렌즈, 그중에서도 50미리 단렌즈를 거의 주력으로 쓰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사이엔가 저도 모르게 제 스스로 어떤 "정답"을 머리속에 항상 그려놓고 그 구도에 맞추려고 하는 습관이 들어버렸던거죠.




비록 보정을 좀 다르게 해보고, 사진의 비율도 좀 바꿔보고 할지언정

제 사진속의 아들의 크기는 거의 항상 비슷했고 게다가 거의 항상 반신/전신을 가급적 최대크기로 담으려는 습관이 들었던 겁니다.



단렌즈를 쓰건..





표준줌렌즈를 쓰건..







아예 망원렌즈를 쓰건...제눈에 각인된 어떤 최적의 피사체의 크기에 억지로 사진을 맞추는 그런 습관이 들어버렸던 거죠.



와이프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전 나름대로 상당히 큰 쇼크를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정답에 안주하지 말라고 글을 썼던 주제에 저 자신도 어느샌가 정답에 안주해버린 나머지 사진이 정형화 되고 고착화 되었으며

그때문에 사진의 다양성을 어느샌가 잃어버리고 있었다는걸 말이죠. 심지어는 전혀 다른 렌즈를 써도 말입니다!





사진에 있어 어떤 정답이란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아마추어들에게는 어떤 함정이 하나 도사리고 있는데..


가장 사진이 잘나오는 거리에 대한 집착같은게 생기기 쉽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선명한, 가장 쨍한 사진이 나오는 거리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다보면...모르긴 해도 저처럼 고정거리, 고정구도에 자기도 모르게 집착하게 됩니다.


때로는 부분만 담아내는것이 신선할 수도 있고..




때로는 배경을 더 넓게 넓게 잡는것이 좋을수도 있는데

정답에 안주하다보면 이런 시도 자체를 잘 안하게 되는게 오히려 어느 수준 이상에 도달한 중수가 부딪히는 하나의 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의식중에 이런 벽을 느끼는 분들은 보통 이 단계에서....장비를 바꾸려 드시기 쉽습니다. -_-;

"내 사진이 다 똑같은건 다 똑같은 렌즈로 찍어서 그럴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라는 거죠.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진이 다 똑같아보이게 찍히는건 장비가 같아서가 아니라 같은 사진밖에 찍을줄 모르는 사진사의 마인드의 문제인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이것은 스스로 의식하고 사진 찍으면서 강하게 스스로에게 주지시키며 고쳐나가야 할 하나의 큰 과제라고 봅니다.

평소보다 한발짝 더 앞으로, 평소보다 두발짝 더 뒤로....이런 작은 시도가 사진에선 큰 변화로 나타나게 될테니까요.


이런류의 증세는 사실 구도만의 문제, 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광각렌즈는 풍경찍을때만 쓰는 렌즈라던가

망원렌즈는 인물사진 전용렌즈다 라는 선입견같은것도 해당됩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망원으로 찍은 풍경사진이 맨날 보는 광각으로 찍은 풍경사진보다 더 특출나고 신선해보일수 있으며..

광각으로 찍은 인물사진이 오히려 맨날 보는 망원 아웃포커싱 인물사진보다 더 맘에 들게 나오고 할수 있는 법입니다.




중요한것은..사진사 스스로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이지...결코 장비가 아니라는 말씀을 저는 드리고 싶은거죠.


열심히 사진을 공부하고 내공을 쌓아 어떤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것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거기서 다시 벽을 부수고 변화를 추구하며 다양성을 갖추는것이야말로


남과 다른 사진사, 개성의 획득을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위에 이야기 한 내용들은 그 노력중 한 부분에 해당하고 말이죠...




항상 제 사진을 보아주고, 문제점을 지적해주며 날카로운 충고를 곁들여주는 와이프님덕에

정체되어있던 제 사진에 있어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지게 되었기에


그 작은 깨달음을 공유해보고자...오늘은 이런 글을 적어봅니다.


"정답의 함정에서 벗어나자"..이 한마디가 드리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