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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로 풍경사진찍을땐 무조건 조리개조여라? 노!

by 선배/마루토스 2011.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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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의 사진책, 사진강좌등이 초보분들을 상대로 풍경사진을 이야기할때

마치 절대의 원칙인듯 가르쳐주는 한가지가 있으니 그게 바로 풍경사진 찍을때는 조리개를 조여야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저 유명한 사진사이자 F64클럽의 창립자인 안셀아담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분들일수록

조리개 안조인 풍경사진은 기본부터 틀려먹은 잘못찍은 사진으로 치부하기도 하더군요.


그때문인지 절대다수의 초보분들은 전혀, 아무런 의심없이, 또 아무런 생각없이 풍경사진 찍을때 조리개를 조입니다.

심지어는 조리개 조여 찍으면 고수고 열고 찍으면 기본도 모르는 하수라고까지 가르치는 고수분들도 계십니다.


과연 풍경사진 찍을땐 조리개를 조여야만 하는걸까요?

풍경사진 찍으며 조리개를 조이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1. 사진이 선명해진다 - 회절이 생기지 않을만큼 적절히(F값 8~11전후) 조리개를 조이고 찍으면

각 렌즈들의 해상력 성능이 최대한 발휘되면서 사진이 선명해지고 쨍한 맛이 살아납니다.


2. 주변부광량저하, 주변부화질저하, 비네팅등이 사라지면서 깔끔한 사진이 나옵니다.


3. 야경의 경우 조리개를 적당히 조이면 광원들에 대해 멋진 빛갈라짐이 생겨나 야경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오호! 듣고보니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저는 꼬일대로 꼬인 인간이라 다른 사람들이 "이건 절대 진리야"라고 입을 모아 말해도

절대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실제로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이런생각 저런생각 해본끝에

그 절대진리의 장점은 받아들이되, 제가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서라면 절대진리라 해도 헌신발처럼 간단히 버릴수 있습니다.


일단 오늘 포스팅의 주제로 돌아가서..

문제가 되는건..위에 적은 장점중 2번입니다. 주변부광량저하, 비네팅이 사라진다는것....

저는 여기서 글을 보시는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주변부광량저하와 비네팅이라는게 꼭 나쁘기만 한걸까요?



제가 제일 위에 올린 사진을 다시 한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F2.8 S1/2500 = F4 F S1/1250 = F5.6 S1/625 = F8 S1/312.5 (실촬영값은 S1/320)


두 사진은 사실상 등가노출로 촬영된 사진입니다. 그것도 같은렌즈, 같은 화각으로요.

하지만 두 사진은 한눈에 보아도 차이가 납니다.


조리개를 연 사진쪽이 더 푸르른 하늘, 뭔가 주변부로 갈수록 더 파란 하늘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죠.

위에 말씀드린 "렌즈 조리개를 개방했을때 발생하는 주변부광량저하, 비네팅"이 푸른하늘의 파란색을 더 강조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반면 사진사이즈를 웹에 올리는 이정도로 줄여놓으면, 조리개를 조여서 얻는 선명함, 쨍함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대형인화를 한다거나 하면 모를까, 일상적인 소형인화나 웹에서의 포스팅을 목적으로 한다면 1번장점은 거의 사라지고 오히려 2번을 포기함으로서

얻을수 있는 멋진 그림을 조리개를 조임으로서 놓치게 되버리는 맹점을 낳고 있다는거죠.


아니 생각해보세요.

조리개 열고 찍으면 파란 하늘 더 맛깔나는 파란색으로 찍을 수 있는데

남들이 무조건 조리개 조이고 풍경찍으라고 했다 해서 보이지도 않는 선명함의 차이때문에 맛깔나는 분위기를 버린다고요??



제가 던지고 싶은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풍경사진 찍을때, 일반적으로 조리개를 조여주는편이 나은 경우가 많은건 사실입니다만

무엇보다도 우선되는것은 찍는 사람이 어떤 그림을 얻기를 원했느냐라는 것입니다.

조리개를 조였을때 만들어질 그림의 차이, 조리개를 열었을때 만들어질 그림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고

경우와 때에 따라 열고도 찍고 조이고도 찍어야 하는것인데

조이는것만이 마치 절대진리인양 무조건 따라하는 동안에는 ..절대 사진사로서 한발 더 나아갈 수가 없다고 말이죠.




객체가 선명한 쪽이 사진의 맛이 더 살아난다면, 기꺼이 이렇게 조이고 찍어야 할 것이며...





객체가 덜 선명할지라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설령 풍경사진의 정석이 저감도, 높은 F값이라 할지언정 고감도도 팍팍 쓰고 조리개도 활짝 열고 해야합니다.

이런사진은 조리개를 조이고 찍었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한장이거든요.

저는 저물어가는 하늘의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과 개선문이 어울어지는 한장을 원했지, 그저 개선문이 선명하기만 한 한장을 원하게 아니니까요.

그 결과 노이즈만땅에(사실은 노이즈가 너무 적어 노이즈를 억지로 더 넣었습니다.) 선명하지도 않은 사진이 나왔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저게 바로 제가 찍기를 원했던 그림이니까요.



무조건 다른사람의 말 - 설사 그사람이 프로사진사 할아버지라 할지라도 - 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생각하세요. 스스로.

자기가 어떤 그림을 원하는지. 그 그림을 얻기위해서라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정석과 기본은 중요한 것이지만

거기에 얽매이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것만큼은 절대로 피해야 할 것입니다.


그 한마디가 문득 하고싶어져 포스팅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