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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행복과 불행은 결국 마음가짐차이.

by 선배/마루토스 201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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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DSLR을 사고 이제 나도 작품을! 하고 한껏 부푼마음에 메뉴얼이나 강좌는 거들떠보지도 않은채

날씨고 뭐고 보지도 않고 일단 소문난 포인트로 차몰아 삼각대 들쳐매고 뛰어올라가 마구잡이로 셔터를 누르고

또 부푼마음 안고 쏜살같이 귀가해 급하게 컴 켜고 사진 옮겨 대충 훑어보니 이건 뭐 선명하지도 않고 잘나온것도 없고

왕복기름값도 아까워죽겠고 기대하고 산 카메라가 급 미워보이고 같은 포인트 다녀왔다는 다른 고수들사진보면 부럽기만하고...

건진것도 하나 없이 괜한 시간과 돈만 썼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고 추위랑 모기랑 싸우며 완전 생쇼한거 아닌가 내 다시는 이런뻘짓 하지 않으리

하며 핏대올리는 분이 계신가 하면




비싼 DSLR을 사고 이제 나도 사진을 취미로! 하고 한껏 부푼 마음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전에 카메라 챙겨 가볍게 길을 나서

집앞부터 시작해 뒷산과 근처 공원 한바퀴 느긋하게 돌며 이것 저것 담아보는데

우리동네에 이런곳이 있었나 하는 새로운 발견도 해보고, 난생 처음으로 꽃과 나무 이름이 궁금하다는 생각도 해보고

한걸음에 사진한장 열걸음에 사진한장 마음가는대로 대충 찍고 돌아와 컴앞에서 사진열어보니

작품은 하나 없어도 오늘 내가 우리동네의 이런곳들을 새로 발견했구나 이 꽃 이름이 뭐고 저 나무이름은 뭐였구나

생각한대로 찍혀 나오진 않았어도 이런 맛에 사진을 찍는거구나

다음주말엔 또 어디로 길을 나서볼까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분도 계십니다.





똑같이 사진을 못찍는데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분이 계시기도 하고

행복의 샘에서 미소짓는 분도 계십니다.



아마추어 취미 사진이란...결국 그런거 같아요.


잘찍으면 좋지만

잘찍는것이 행복의 절대 필수 요소는 되지 못하는..결국은 카메라 들고 나간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는 그런거말입니다.


위의 분만 해도...마음만 조금 다르게 먹었다면

오가는 길의 드라이빙도 즐거웠을테고 삼각대 매고 올라가는 가운데 만난 수목산천도 반가웠을 것이며

사진 잘 안나왔을지언정

평소 평생 한두번 가볼까 말까하는 그런 포인트에 다녀왔다는 경험 자체를 즐기실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너무 서둘고 결과물에만 연연해 하는것도 어찌보면 인지상정이긴 합니다만..

결국 불행이란 그런 서두르는 마음을 파고들기 마련이거든요.


사진은 절대로 결과물이 전부인 취미가 아닙니다.

사진이라는 매개체, 사진이라는 수단을 통해..새로운 것들과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평소 보던것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한걸음 한걸음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그런 취미입니다.


후보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멋져보이는 후보정을 지금 당장 익혀 지금 당장 남에게 자랑하고싶은데 맘대로 안된다고 포토샵어렵다 화내고 하시기보다는..

오 이렇게 만졌더니 이런 느낌도 되는구나, 다음엔 저렇게 만져보면 어떨까..하나 하나 궁리해가고 새로운 발견을 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다보면...어느샌가 후보정고수가 되어계실겁니다.


결과물에만 연연하고 결과물 잘나오고 못나오고만 가지고 일회일비 한다는건

프로사진사, 상업사진사들에게 맡겨놓으세요.


아마추어는 잘찍으면 잘찍는대로, 못찍으면 못찍는대로 느긋하게 과정을 즐기실때 ...비로서 행복해집니다.



그러다보면....그렇게 5년 10년 찍다보면 자연스레 잘 찍게 되어있구말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