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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일종의 제로섬게임이다.

by 선배/마루토스 2012.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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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제로섬게임입니다.

제로섬게임이 뭔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한쪽이 득을 보면 한쪽은 손해를 보고

이 둘을 합친 결과는 항상 0, 제로에 수렴한다는 게임이론의 한 용어죠.

특정부류의 분들께서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용어보다 이쪽이 더 와닿으실겁니다.


"등가교환의 법칙"(.........)





어쨌거나 사진도 예외는 아닙니다.

무언가 하나를 얻기위해서는 반드시 무언가 하나를 잃어야만 합니다.


밝은 영역을 담기위해서는 어두운 영역을 잃어야 하며, 반대로 어두운 영역을 담으려면 밝은 영역을 포기해야하죠.

일출을 담기 위해서는 잠을 포기해야 하고, 잠 자려면 일출을 포기해야 합니다.

꼬진 바디로 동체추적 하려면 예측사격같은걸 해야 가능하고

역광에서 담으려면 배경과 피사체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고

적은 빛으로도 사진을 담고자 한다면 고감도 노이즈가 따라옵니다.



세상에 이런 정직한 제로섬 게임도 드물겁니다.


그렇기에, 이 법칙은 그 다음단계에서도 성립됩니다.



하나를 잡기 위해 하나를 잃어야 하는게 싫다, 둘을 다 잡고 싶다고 한다면 이번엔 둘을 잃는다는 거죠.


그리고 그 잃는 것의 요체는 바로 돈과 노력,시간이 될겁니다.




역광에서 인물도 피사체도 살리고 싶다면 좋은 외장플래시와 더불어 빛에 대한 내공이 있으면 됩니다.

동체추적하며 놓치는 사진 없게 하고 싶다면 뛰어난 최신AF기능이 있는 바디와 AF에 대한 내공이 있으면 될거구요.

적은 빛으로 노이즈 없이 담으려면 추가조명 혹은 좋은 삼각대와 릴리즈가 있으면 되는 식이죠.


많은 분들이 얻은 것에만 의식이 집중된 나머지

잃은 것에는 시크하게 반응하시곤 하지만 잃은건 잃은겁니다. 엄연히...



그리고 제가 말하고 싶은 바도 사실 간단합니다.


제로섬의 법칙에 의거하여 볼때...단순히 사진의 구성, 화질 같은 면에서의 등가교환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위, 추가된 시간과 노력, 더 투입된 금액 대비 만족도에서의 등가교환이 과연 성립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나를 얻는 대신 하나를 잃는게 싫어서 둘이라는 댓가를 들여 겨우 둘 다 얻는데 성공한것까진 좋은데

단순히 첨에 잡으려 했던 두개 다 잡았으니 이득이다 라고만 생각하는 풍조에 경종을 울려보고 싶은겁니다.



하나 더 잡아내기 위해 치룬 댓가, 지불한 금액, 들어간 노력...이런 부분을 너무 가볍게 보지 마시라는 의미에서요.

오히려 하나 덜 잡아내는 대신 하나 덜 잃는 것이 그것과 똑같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보고 싶었던 건데요....



하나 더 얻었다고 본인은 생각하시겠지만 엄연히 하나 더 잃으셨다는 점도 짚어야 하는 것이고

하나 덜 얻었다고 본인은 생각하시겠지만 엄연히 하나 덜 잃은거라는 점도 짚어야 한다는 겁니다.


무조건 뭐 하려면 뭐 사면 된다 라던가...

뭐도 하고 뭐도 하려면 뭐뭐 더 있으면 되겠네.....이런게 아니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 등을 돌아보면 하나 더 얻는 방법,

하나 더 얻게 해주는 온갖 추가장비들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뿐, 그에 동반되 잃은 그 무엇을 짚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이런 글을 씁니다.

 


제경우도 그랬었거든요.

하나 더 얻기 위해...둘 다 잡아내기 위해 무수한 댓가를 치뤄본 끝에 어느날 깨달았습니다.

 

하나 덜 잡아내면 하나 덜 잃는다는 그 간단한 등가교환의 법칙, 제로섬의 진리를 말이죠.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이것 역시 덜어낸다는 사진의 미학 그 자체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짤방으로 올린 사진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사진은 찍자"는 생각에서 카메라와 렌즈 하나 챙겨는 갔지요.

저 상태에서 배경까지 잘 나오게 하려면? 플래시 쓰면 간단합니다.

근데 저기가 어딥니까? 놀이공원입니다. 그것도 아주 넓은...집에서 20km떨어진 놀이공원이요.

 

카메라와 렌즈는 챙겨갔지만 저기까지 플래시를 챙겨가지 않음으로서 저는 저 사진에서 배경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아이와 조금 더 잘 놀아줄 수 있는 여유를 얻었죠...둘째를 안고 다닐 수 있는 여유를 얻었습니다.

외장 플래시 하나의 무게라는게 8시간 넘는 외출동안 감당하기엔 보통 부담되는거 아니거든요. 바디와 렌즈까지 들고간 상태에서 말입니다.

혹자는 저 사진을 보고 이렇게 평합니다.

"반사판이나 플래시로 배경까지 잡았으면 사진이 더 좋았을 것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립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배경을 잃고 사진이 좀 덜 좋은 대신 아이의 미소, 놀아줄 여유를 얻고 행복한 시간을 얻었다." 라고요.

 

사진에 있어 성립하는 등가교환의 법칙, 제로섬게임..

저는 이렇게 생각한단 의미에서 포스팅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