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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사진, 장비들에게 뭔가를 해주려 하기보다는..

by 선배/마루토스 201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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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비싼 카메라...요컨데 DSLR이나 미러리스급 장비들을 장만하시거나 기변하시는 초,중급자 유저분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유형중 하나는

비싼 장비이기에 자꾸만 그 장비들에게 뭔가를 해주지 못해 안달이 나신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카메라와 렌즈는 사진을 찍는 도구에 불과한데..기본적으로 어느정도 가격이 있다보니

애지중지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카메라와 렌즈로부터 봉사를 받는게 아니라, 카메라와 렌즈들에게 뭔가를 해주려고 하신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우선 기본적으로 액정보호필름부터 필수인것처럼들 이야기하십니다.

카메라 뒷면과 윗면에 있는 매끄러운 LCD표시창에 행여 기스라도 날까봐 정말 좋다고 소문난 액정보호필름류부터 사다 붙이시는가 하면

뽀대 나지 않는 기본 스트랩 떼어버리고 멋지고 좋다고 소문난 스트랩으로 교체하고..

비싼 렌즈일수록 행여라도 그 성능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칠것같은 저렴한 필터는 빼고 무조건 최고, 가장 좋다는 필터를 끼워주려고만 합니다.

심지어는 그 필터가 어지간한 싸구려 렌즈보다도 비쌈에도 불구하고요.

그뒤로도 줄줄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죠 이런쪽으로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좋은 장비를 싸구려 삼각대와 볼헤드에 끼우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최고좋은 카본 삼각대와 볼헤드를 구매하시고..

이젠 그 비싼 카본삼각대와 볼헤드에 행여 기스라도 생길까 전용 가방에 기스방지를 위해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이기까지 합니다.

자기의 좋은 장비가 행여 운반, 이동중에 생채기라도 날까봐 프로사진사들이 애용한다는 최고의 카메라가방에 파티션 빵빵하게 넣기도 하며

장비 숫자가 어느 숫자 이상 늘어나면 집에서 놀고있게 되는 장비들을 위해 제습함도 들여놓습니다.

 

저는 이런것들이 결코 나쁜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런 제품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실 기본적으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 유저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상품화까지 되어있는거 맞거든요.

 

좋은 필터 써서 나쁠거 없고, 비싸도 카본삼각대 쓰면 편하고 좋고..제습함은 사실 어느쪽이냐면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리느니 있는게 좋은거 맞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그런것이 정말 자기에게, 자신의 사용습관에 비춰볼때 진정 필요한지 한번 고민은 해보고 사시라는겁니다.

왜 그런소리를 하느냐면...제가 10여년간 주변과 인터넷등에서 본 유형중에는

이런것들이 필요해서 사신분들보다, 오히려 남들 산다니까...혹은 비싼 장비들 샀는데 행여 그 장비들에 작은 기스 하나라도 생길까 무서워서 사시는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최고좋은 필터와 싸구려 필터의 성능차이? %로 환산해보면 2%정도 날까말까예요.

최고급액정보호필름? 사실 AS센터 가서 액정보호플라스틱판을 가는게 그 필름값보다 싸기도 합니다.(일부기종 제외)

최고급 카본 삼각대 기스날까봐 가방에서 꺼내지도 못하는가 하면

비싸고 좋은 프로용 가방 사놓고는 가방이 때탄다고 놓고 다니기까지 합니다. 아니 농담아니라 정말로 그런 분들 계셔요.......

 

즉 어느정도 이상 장비의 가격이 올라가면...그 장비 가격에 오히려 장비 주인이 지배당하고

그 장비의 가격, 값어치에 행여 흠이라도 생길까봐 사진찍으려고 산 장비들에 불과한데 그 장비들 보호하는데 온 신경을 씁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주 간단합니다.

어떤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악세사리건간에 그 산 가격만큼의 뽕을 뽑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고로 되팔았을때 산 가격 대비 최대한 손해 안나게 파는 것이 아니라....

단 몇십장...아니 단 몇장이라도 행복하게 해주는 사진, 자기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진을 찍으시는 거라고 말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든 그런 사진 한장의 가치는 그 장비가격을 거뜬히 상회한다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장비를 보호하고 소중히 쓰는게 나쁘다는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장비의 가격에, 장비들의 현물적인 가치에 지배당하지 마시고...그냥 쓰시라는 말을 하고싶은거예요.

 

제경우 자랑은 아니지만 신조로 삼는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삼각대와 장비들에 난 상처는 사진사의 긍지다."

 

자기 맘에 드는 사진 찍으려 하다보면 삼각대건 볼헤드건 혹은 카메라 본체나 렌즈 후드건간에

기스가 안생길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가방 들고다니다보면 비도 맞고 우박도 맞고 눈도 맞고 때도 타고 합니다. 어찌 가방에 손때하나 안묻히려 하시나요..?

삼각대 들고다니다보면 그 길이때문에 나무나 기둥 툭툭 치고 다닐 수 밖에 없는거고

삼각대 없을때 대충 돌위에 카메라 올려놓고 고정시키다보면 카메라 바닥과 렌즈후드에 기스는 당연히 납니다.

그 대신 얼마나 멋진 사진, 얼마나 좋은 사진을 많이 찍었겠습니까....?

안빠질거라고 생각하고 바다물속에 카메라 들고 가는거랑 이런거랑은 다른겁니다...(........)

 

기스 하나 없이 깨끗한 삼각대와 카메라라고 자랑하시는 분들 계시죠?

제 생각엔 오히려 그 카메라 참 불쌍한 카메라예요. (......)

 

장비, 비싸게 주고 샀다고 해서 지나치게 소중히 하고 아끼시면서 자꾸 장비에게 뭔가를 더 해주려 하지 마세요.

비싸게 준 만큼 많이 셔터를 누르는게 진정 본전 뽑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