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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도대체 왜 사진을 잘 찍고 싶어하십니까?

by 선배/마루토스 201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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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사진을 왜 찍는가? 에 대한 제 머리속에서 진행된 사고실험에서 유추되어 나온 또 다른 명제가 이것입니다.

블로그나 서점이나 인터넷 게시판 한번 둘러보세요.

 

온갖 게시물과 서적들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사진 조금 더 잘 찍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글들과 책들을 다 둘러보아도 빠져있는 상위명제가 하나 있으니...그게 바로 이것입니다.

왜? 애초에 왜 사진을 잘 찍어야 하나요?

 

저는 저를 포함하여 접하는 온갖 분들에게 이와 비슷한 요지를 지니는 질문을 던져보았고

수많은 답변들을 받아보았었습니다.

이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논리적으로 이 명제가 명제로서 성립할 수 있도록

"잘찍는다"는 것의 개념이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사진을 잘 찍는다는 말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는 여하한 상황에서도 소위 실패하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그런대로 찍었군"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필요최소한의 퀄리티(노출과 색, 기타 화질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포함하여)를 낼 수 있는 실력을 가졌을 때, 우리는 사진을 잘 찍는다고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는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지언정 자기가 주 전장으로 삼는 필드에서라면 어지간한 보통사람은 감히 범접하기 힘든 높은 레벨의 결과물을

낼수 있는 실력을 지녔을때, 우리는 이 역시 사진을 잘 찍는다고 표현할겁니다.

물론 잘 찍는다는 말에는 좋은 장비를 소유한다는 의미도 틀림없이 어느정도 들어갈테구요.

 

자 이제 기본개념의 정립은 했으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죠.

여러분은 왜 사진을 잘 찍고 싶어 하시나요? 설령 여러분의 손에 들린것이 폰카건, 똑딱이건, DSLR이건간에 말입니다.

 

제 생각에 이 질문이 지니는 의미는 그리 가벼운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무겁기에 오히려 제 앞에서 걸어가신 선배분들, 프로분들이 굳이 언급을 못하신 면이 있다고 생각될 만큼 이 명제는 무겁습니다.

 

설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고작

"좋은 카메라를 샀으니 왠지 잘찍어야 할것같아서" 정도의 수준이라면 문제가 분명히 있는겁니다.

"잘찍게 되면 보란듯이 선명하고 쨍한 사진 올려 자랑하려고"라는 분도 본적이 있긴하네요(.....)

"나도 왠지 남들이 찍는 만큼은 찍어야 할것같아서"라던가 "기왕 찍는거 못찍는것보단 잘찍는게 당연히 좋은거 아니냐?"같은 답도 문제가 있다고 전 생각해요.

 

자기가 사진을 취미로 왜 삼았는지

그리고 취미로 하는 사진을 왜 꼭 잘 찍어야 하는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에게 답할 수 있을 때....비로서 그 사람은 준비가 되는것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이 질문에 무슨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 질문은 자기에게 떳떳한 답을 스스로 자기에게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죠.

 

잘난척은 있는대로 하는데 그럼 니는 어떠냐? 라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겁니다. (......)

 

사실 뭐 이 명제를 놓고 사고를 진행하고 글을 쓰는 만큼, 저의 답은 상당히 준비가 되어있을 수 밖에 없긴합니다.

그 답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니 이런 뻘포스팅도 감히 하는걸테고 말이죠...ㅎㅎ;

 

제 답은 간단합니다.

저 사진 잘 찍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어이가 없으실지 모르겠지만 진실입니다. 전 처음부터 추억기록용 사진을 원했거든요..소니똑딱이를 들었을때부터요.

사실 지금도 제가 뭐 대단히 잘 찍는다고 생각하지조차 않습니다. 그저 어느정도 실패는 덜 하는 레벨...딱 고수준이라고 봐요.

 

제경우엔 다른 포스팅에서 이미 수차례에 걸쳐 언급한 바와 같이

"사진""광학""기계적 소프트웨어적 작동원리"등등을 알아가는 것, 조금씩 알아나가며 배우고 익히는 그 과정 자체의 재미를 중요시했습니다.

애초에 잘하기 위해 알고자 한게 아니고 알고자 하다보니 실패하지 않게 되었다는 거죠....

지금도 부담없이 찍고, 놀아주고, 다같이 앉아 사진보고...하는 과정이 결과물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제게는.

예나 지금이나 사진이라는 건 제게는 행복추구를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사진 자체가 목적이 결코 아니며 만약 제가 사진을 더럽게 잘 찍게 된다고 해서 제가 더럽게 행복해진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아니, 모르긴해도 사진을 기막히게 잘 찍게 되고자 한다면 제가 그 과정과 과정의 끝에서 얻을 수 있는건 모르긴해도 행복이 아닐겁니다.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지만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해요.

사진을 잘 찍게 되고싶다는걸 "목적"으로 삼지 마시라는거죠. 그것은 무언가 다른 커다란것 - 예컨데 가족의 행복 - 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잘찍지 마시란 이야기도 아니고, 잘찍고자 노력하지 말라는 말도 결코 아닙니다.

왜 잘찍어야 하는지, 잘찍고자 노력하는 과정과 결과로서 나와 내 가족에게 어떤 득이 생길지.....이런걸 좀 커다란 대승적 차원에서 고찰해보시라는거죠.

제대로 된 이유도 없이 잘찍고 싶다, 잘 찍어야 한다는 핑계로 무슨 사진작가증따위 타겠다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가족을 울리지 말고 말입니다....

 

사진 좀 잘 못찍었다고 신경질내고 장비탓하고..

사진 좀 잘 안나왔다고 화내고 사진때려치고....이런일이 왜 생기냐면

 

바로 이 명제에 대해 충분히 깊이 접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이 질문에서 추가로 "왜 여러분은 사진의 화질이 꼭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로도 연결 될 수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