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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장비에 대한 초보분들의 최대문제점은

by 선배/마루토스 2012.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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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가 우리에게

고호가 쓰던 붓과 물감을 주고 고호가 그릴때 보았던 해바라기를 보여주며 고호의 해바라기와 같은 그림을 그려내라고 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고호가 그린것같은 그림을 그려 낼 수가 없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리라고 한 사람에게 화를 내지 싶네요.



만약 누군가가 우리에게

미켈란젤로가 쓰던 조각칼과 돌을 주고 같은 모델을 보여주며 피에타 같은 조각을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미켈란젤로가 만든 것 같은 조각을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미켈란젤로가 했던 순서 그대로 똑같은 각도로 똑같은 힘을 주며 해보라 한들 될 턱이 없죠. 저라면 조각칼로 똑같이 해보라고 한사람을 칠지도...




그런데 신기하고 놀랍게도

많은 초보분들은 누군가가 찍은 멋진 사진을 보며

만약 그사람이 그 사진을 찍을 때 쓴 장비를 가지고 그사람이 찍은 곳에 가서 그사람이 찍은 피사체를

그사람이 쓴 세팅값대로 찍으면 왠지 그사람의 사진과 꼭 같은걸 찍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내가 찍은 사진이 그사람처럼 안나오는건

그사람이 쓴 장비가 내게 없어서!! 라고 너무나 쉽게 생각합니다.

 

물론...고수 따라가 고수와 똑같은 시간에 고수와 똑같은 구도로 똑같은 세팅하고 똑같이 후보정하면

거의 똑같은 사진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이건 탁상공론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애초에 의미도 없구요.

심지어는 같은날 같은 피사체를 같은 세팅으로 찍어도

표정을 이끌어내고 포착해낼 능력이 있는 사람과, 수동적으로 세팅만 따라하며 셔터누르기 바쁜 사람의 사진은

같을 래야 같을 수가 없을겁니다. 이런게 내공이고, 이런게 바로 사진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몫인걸요.

 

실제로는 무얼 들고 나가는지, 어디로 나가는지, 어느 시간에 가는지, 어떤 구도를 잡는지, 어떤 세팅을 하는지,

어떤 후보정을 하는지...아무리 세팅보고 따라하고 사진보고 따라한들 그대로 되진 않죠.

고호나 미켈란젤로와 거의 비슷한 이유에서 말입니다.

 

그런 모든 다른 선택이 모이고 모여 다른 사진을 만들어냅니다.

다시말해 이 모든 선택은 온존히 사진사 자신의 몫이지, 무슨 장비의 몫이 아니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도 끝까지 장비가 사진찍어준다고 우기고 싶으시다면 저도 드릴 말씀이 따로 없네요.

저절로 날라다니며 그림그리고 조각해주는 붓과 조각칼의 존재가 있다면 저도 사진 장비가 찍어주는거라고 맘편히 말하고 싶을정도예요.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건 간단해요.

여러분이 고호가 쓰던 붓을 들고 미켈란젤로가 쓰던 조각칼을 써도 안되듯

여러분이 고수가 쓰는 장비를 비싼 돈을 주고 산다 한들 안되는건 안되는겁니다.

지금 당장 빛을 보는 눈과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예지력과 피사체의 개성을 포착할 순발력등이 없는 한은

제아무리 좋은 장비가 손에 쥐어진들 그냥 그뿐일 따름입니다.

아, 물론 화질은 참 좋겠네요. 비싸고 좋은 카메라니까(........)

비싸고 좋은거 샀는데 화질까지 않좋으면 뭐....(.......)

 

그림이나 조각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게 당연히 안될거라 생각하시는 현대의 지성인분들께서

유독 사진에 대해서만은 그게 될거라고 생각하는 신기한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려보기 위해..

오늘은 이런 포스팅을 합니다만

 

예고드리건데 다음번 포스팅은 이것과는 전혀 반대되는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ㅎㅎ

 

실컷 좋은 장비 필요없단 식으로 써놓고 어떻게 뒤통수를 칠지, 기대해주세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