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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당신이 받아보는 사진, 결코 공짜가 아니다.

by 선배/마루토스 2012.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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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크고 커다란 카메라, 다시말해 DSLR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받는 부탁중 하나는 아마도 행사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일 겁니다.

 

전에도 비슷한 글을 쓴 적은 있으나 그 글은 카메라를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드리는 글이었고..

오늘은 욕을 좀 얻어먹을 각오를 하고, 부탁을 드리는 분들께 써보는 글이 되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상당한 불쾌감을 안겨드릴 수도 있으나...어쩌겠습니까.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게 제 폴리시인것을.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행사사진...웨딩이라던가 돌잔치, 환갑잔치 칠순잔치등을 비롯해 회사 야유회라던가 등산회, 운동회등등을 다 아울러서 보면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댓가를 지불하고 사람을 불러 촬영하는 경우와, 그저 큰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척, 지인, 주변사람, 부하직원에게

무작정 이런 행사사진을 찍으라고 부탁하는 경우로 말이죠. 당연히 무보수로...

 

전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안됩니다.

문제는 후자, 주변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진을 무보수로 부탁하는 경우죠.

 

기본적인 인식과 개념이 올바른 사람이라면 사실 이런 부탁을 주변사람들에게 할 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분들에겐 두가지 커다란 의식의 오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큰 카메라만 있다고 그런 사진을 아무나 찍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둘째, 애초에 사진은 절대로 공짜가 아닙니다.

 

하나씩 살펴보면...우선 첫번째 명제죠. 큰 카메라가 있다고 해서 왜 그런 부탁을 받아야 하는건가 하는 당위성은 절대로 없습니다.

카메라가 좀 좋아보인다 해서 행사 전반에 걸쳐 사람은 가만이 있는데 카메라가 막 날라다니면서 저절로 최고의 사진을 찍어준답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누군가, 다시말해 카메라의 주인이 땀 뻘뻘 흘리며 상황에 맞춰 최적의 렌즈등을 선택해 사용하면서

목적에 맞는 최선의 사진을 위해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결국 행사사진을 부탁한다는건...카메라를 가진 사람에게 몇시간에 걸쳐 진땀 흘려가며 그사람의 장비로 사진 찍은 다음

또 몇시간에 걸쳐 후보정까지 해서 보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상의 노동이죠. 그것도 높은 수준의 스킬을 요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은 지인들에게 그사람의 카메라가 좋아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사진을 부탁하곤 합니다.

특히 어이가 없는건 공과 사를 혼돈하는 경우죠. 예를 들면 회사의 행사사진이 그렇습니다.

왜 회사가 등산가고 야유회하고 하는데 직급상 거절할 수 없는 부하직원에게 그사람이 월급모아 산 카메라를 가져와 사진찍게 하나요...?

이런 논리라면 집에 차있는 사람은 회사가 필요할때마다 자기 차를 대령해야 하고, 집에 포토프린터 있는 사람은 필요할때마다 자기 프린터 대령해야 할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까지 요구하는 회사가 분명히 존재하죠.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이건만...)

이분들이 이렇게 사진을 부탁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두번째 명제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사진은 공짜가 아닙니다. 당연하죠. 그러니 프로가 존재하고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프로를 불러 사진찍게 하는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은 사진이 공짜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로요.

어차피 있는 카메라로 그깟 행사사진 좀 찍어주면 덧나냐? 카메라좀 쓴다고 닳아없어지냐? 이런 논리가 이분들 머리속에는 자리잡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그럴듯해보입니다. 카메라 좀 쓴다고 크게 닳는것도 아니고...어차피 있는 카메라로 몇장 찍어주는거 별일 아닌것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연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자의적이냐, 타의적이냐 하는 부분이죠.

 

부탁받지도 않았는데 행사 치룰 사람과 친분이 아주 깊어서, 혹은 이참에 행사사진 연습좀 해보려고 자의적으로 찍어주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떤면에선 아름답고 또 효율적인 미풍양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좋아서 자기 카메라 들고 자기 플래서 터뜨리며 사진 찍어 밤새가며 후보정해 몇장 건네어주고 받은 사람의 기뻐하는 얼굴 보며 자기도 뿌듯해 한다면

와....이보다 더 좋기도 힘들거예요. 사진을 취미로 삼은 보람까지도 느낄 수 있을겁니다.

 

문제는 강요에 의한 부분입니다.

조금 친하다고 해서, 좀 큰 카메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부하직원이니까...이런 부탁을 해도 부탁받은 사람은 거절하지 못할거야 하며 부탁하는 그런것..

부탁인듯 강요에 가까운 이런 케이스에서 문제는 발생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얼마나 힘들게 찍고 보정해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왜 인화해서 주지 않느냐, 사진이 이게 뭐냐 사람 부를걸 그랬다, 왜 니 동생은 앨범까지 만들어주더니 내 아들 돌사진은 앨범 안만들어주느냐...설상가상이요 한술 더뜹니다.

심지어 이런 분들 대부분은 공짜 사진 부탁해놓고는 결과물은 프로페셔널 뺨치는 사진을 원하기까지 합니다.

기껏 찍어주어도 고마운줄 모르고 오히려 카메라 큰거 가지고 있어서 부탁했더니 사진 드럽게 못찍는다며 뒷담화나 까대기까지 합니다.

회사의 경우에는 저자식 카메라 큰거 있어서 회사 행사 찍으라고 했더니 다망쳤다며 기억해두고 있다가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싼 장비로 땀 뻘뻘 흘리며 열과 성을 다해 사진 찍어주고 날밤새가며 보정해서 줘도 욕이나 실컷 먹기 딱 쉽상입니다.

심지어는 부탁받은 분이 압박에 못이겨 자기돈으로 수십만원 하는 외장 조명 추가로 사서 찍어주고도 고맙단 소리 한마디 못듣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차마 앞에서는 말 못해도 뒤에서는 뒷담화가 작렬하는경우 정말 많이 봐왔습니다. 공짜로 부탁한건 까맣게 있고 말이죠.

 

저는 이런 경우, 책임의 소재가 애초에 사진을 찍어준 불쌍한 분들에게 있는것이 아니라

상식을 무시하고 돈 몇푼 아끼기 위해 안면몰수하고 사진을 부탁한 사람에게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받아보시는 사진은 애초에 공짜가 아닙니다. 그 사실을 제발 염두에 두세요.

사진 찍어주시는 분들의 자발적 선의에 의해 사진을 받아볼때도 최소한의 인사는 하셔야 하는 법입니다.

하물며 강요를 해놓고는 사진이 맘에 안든다고 해본들 이건 어거지일뿐이예요.

행사사진 전문으로 찍는 프로사진사는 나름 수많은 수라장속에서 쌓은 자기만의 내공과 경험이 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댓가에 걸맞는 사진을 찍어 내는 겁니다.

그렇기에 올바른 상식과 개념이 있는 분이라면 이런 전문 사진사를 불러 걸맞는 댓가를 지불하고 사진을 부탁하는겁니다.

생초짜 아마추어가 이런거 한두번 했다 해서 프로와 맞먹는 사진 찍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 프로 행사 전문 사진사가 천만명쯤 나오지 싶네요. -_-;

 

아마추어가 카메라만 좀 좋은거 있다 해서 사진 찍은지 1,2년만에 덥썩 프로 행사 전문 사진사 뺨치는 사진을 찍어낼 수 있을거라는 무책임한 기대는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올 수 있는건지 저는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카메라 좀 좋은거 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진도 당연히 잘 찍을 것이다, 카메라가 좋으면 좋은 사진이 나올것이다 라는 초딩이나 할법한 2차원적 사고방식...

이런 사고방식을 우리는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사진은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지성인으로서 올바른 상식과 개념을 안으로 갈무리 한다면 애초에 이런 부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봅니다.

이런 부탁을 막무가내로 남발한다는 것 자체가 부탁하는 분들의 사고방식이 저열하고 개념이 올바르게 잡혀있지 않다는 증거일 뿐입니다.

 

친분을 이용해, 상하관계를 이용해...타인에게 사진뿐만 아니라 이런 종류의 부탁 전체를 다 통틀어 하지 않는 올바른 개념이 자리잡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늘은 사진을 찍지 않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을 포스팅 해보았습니다만.....

 

 

모르긴 해도 저 참 골고루 욕 많이 먹을 것 같네요.

사진을 찍는 분들과 사진을 찍지 않는 분들, 양쪽으로부터 욕먹을만한 글을 차례 차례 쓰고 앉았으니 말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