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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으며 느끼는 최고의 쾌감들?

by 선배/마루토스 201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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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 여러번 방문하신 적이 있는 독자분들이시라면 어느정도 느끼고 계시겠지만..

저는 "단순히 잘 찍은 사진"에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특히 그것이 제 사진이라면 더더욱말이죠.

 

조금 딴 이야기인데...얼마전부터 제가 다음뷰 카메라 부분 1등 -_-;; 을 하고 있더라구요.

솔직히 기쁜 마음도 드는 한편, 슬픈 마음도 같이 들고 있습니다.

저 말고 사진 훨씬 더 잘찍으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왜 그런분들이 아니라 제가 1등까지 하게 된걸까 ..하는 마음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1등한게 잘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하지만 순수하게 기쁜 마음도 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제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주시고, 추천 버튼을 눌러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190여만 방문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그래서 저는 다음뷰 카메라 부분 다른 블로거분들의 블로그를 찾아다니며 최근 글들을 한번 돌아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포스팅소재가 있었어요. 그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사진을 보는 중간단계에서 느끼는 일종의 쾌감, 카타르시스 같은것에 대한 것입니다.

 

제 사진생활 십여년을 돌아보며...제가 어떤 경우, 어떤 사진을 찍었을 때, 그리고 어떤 사진을 보았을 때 가장 쾌감을 느꼈는지를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거죠.

예를 들어 저 위에 올린 서울의 저녁노을 사진같은 경우부터 이야기해보면요...

감사하게도 저 사진을 칭찬해주신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다고 하신 분도 계셨고

벽지로 쓰고싶다던가, 달력 만드는데 사용해도 되겠냐는 문의도 있었더랬죠.

그러나 제 기준에서 볼땐 저건 그냥 적당히 잘 찍어내는데 성공한 그저 그런 사진, 딱 달력용 사진이예요.

저 사진은 찍을 때도, 그리고 보정할때도 제게 그다지 쾌감을 안겨주지 못한 사진이라는 의미입니다.

흔히 말하는...때깔 좋고 쨍한,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에서 누구나 기본만 지키며 찍었다면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러나 그 뿐인 전형적인 케이스에 해당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럼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쾌감을 느끼는 경우는 어떤 경우들이 있을까요?

생각을 정리해보니 크게 몇가지로 나눌 수 있더군요.

첫째는 제한된 조건을 나름 성공적으로 극복해 낸 케이스...입니다.

 

 

신혼여행으로 프랑스의 파리에 갔을때 찍은 사진입니다.

너무나 늦은 오후여서 빛이 거의 없었고 신혼여행이라는 제약때문에 삼각대도 없었으며

가볍게 들고 나와야 했기때문에 광각렌즈는 커녕 줌렌즈도 없이 50미리 단렌즈만 달랑 있었다는거고, 동선의 제약과 이제 막 신부가 되어준 사람에 대한 배려도 해야 했기에

최적의 포인트로 이동하는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편법을 써서 이 문제를 클리어 해야 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첫째는 쨍하고 선명한 것을 포기하고 그냥 감도는 높이고 조리개는 열어 적정노출을 다른 그 무엇보다 우선시 해 사진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사진찍는 분들이 풍경사진의 절대조건이라 믿는 조리개 조이기를 하기는 커녕 아예 조리개를 최대개방시켰습니다.

제가 원하는 사진을 얻어내기 위해 기꺼이 금기중의 금기도 어긴거죠.

둘째는 50미리 단렌즈라 화각이 좁아 한번에 담는게 불가능하니 나중에 후보정을 통해 잘라붙이자 판단, 카메라의 방향을 바꿔가며 두세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그 사진들을 불러 원래 구상했던 대로 만들면서 고감도로 인한 노이즈등을 극복하는 보정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얻은 결과물이 예전 포스팅에서 짤방으로 써먹었던 이 사진입니다.

한가지도 아닌 두가지 세가지 난관을 각각의 방법으로 넘어서서 최종적으로 제가 원했던 이미지에 거의 근접한 사진을 얻어내는데 성공하는 순간,

저는 짜릿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제 장비가 기가막히게 좋았다거나, 저 당시 충분한 장비를 다 갖추고 있었다거나,

오직 사진찍는데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주어졌었더라면....저는 아마 그러한 쾌감을 맛 볼수 없었겠죠. 부족하고 모자란 가운데 얻어냈기에 짜릿한겁니다.

이러한 경우는 우리가 사진을 찍다보면 의외로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린 그때마다 더 좋은 장비가 있어야 했다, 장비를 다 챙겨와야 했다, 다른날 다시와야 했다 하며 투덜대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난관을 지금 어떤 기지를 발휘하여 넘어서는가...바로 그 장비와 환경의 제약을 경험과 편법을 총동원해 뛰어넘는가를 시험해볼

재미있고 즐거운 퀴즈시간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전 이러한 난관을 만날때마다 오히려 기뻐하고, 설령 넘어서는데 실패했다고 해도 다음에 그 경험을 살리며

혹시라도 넘어서는데 성공했다면 짜릿한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사진을 좋아합니다.

아니 뭐 최고의 장비 갖추고 최적의 환경 맞춰 찍어 잘나오게 하는게 물론 상책이긴 합니다. 그게 프로페셔널의 자세겠죠.

하지만 제가 프로페셔널이 아니잖습니까? 언제나 최고의 장비 최적의 환경 다 갖출 수 있는 아마추어가 얼마나 되겠어요..?

그리고 다 갖추고 찍는 족족 잘나오게 된다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어렵고 힘든걸 극복해나가는 재미가 얼마나 쫄깃한데요...;;

 

두번째로는 피사체에 대한 부분이예요.

예를 들면 제 와이프는 자기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포스팅하는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어쩌겠습니까? 당사자의 의견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방법이 없죠.

...라고 포기한다면 거기서 끝입니다. ㅋㅋ

당사자도 만족시키고 저도 만족하는 제 3의 길을 찾아내는 것, 그게 또 묘미 아니겠습니까? 저의 예쁜 와이프사진 저도 막 자랑하고 싶은건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멀쩡한 와이프 사진에 가위를 대어봤습니다.

 

 

분명 제 와이프 사진이지만 와이프의 얼굴 위쪽만 살짝 가위질 함으로서 와이프도 만족시키는 한편

저는 제 아리따운 와이프의 아리따운 모습을 포스팅 할 수 있어 좋았죠. 이게 바로 win-win입니다. ㅎㅎㅎ

바로 이런 순간, 저는 사진에서 진정한 쾌감을 느껴요. 피사체에 대한 제한을 나름 극복해냈으니 말입니다.

...이사진이 네이버 오늘의 포토에 올라간건 순전히 덤입니다..; 노리고 올려 올라간게 아니라 올렸다 어쩌다보니 글케 되었는데

그런거에 연연하지 않는것도 제 폴리시입니다. 순수하게 기쁘긴 하지만 오늘의 포토에 무슨일이 있어도 한번 올라가봐야겠다....이런건 또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저라서요..;

뱀발이 되겠습니다만 이건 제가 카메라부문 1위 한것과도 같은 맥락이예요. 전 1위를 하고 싶어서 미친듯이 매일매일 하루도 안거르고

자극적인 소재 골라 포스팅하거나 한게 아니라...그냥 저 하고 싶은 말 저 하고 싶을 때 했을 뿐입니다. 1위를 한건 그저 결과에 불과할 뿐 1위 자체가 절대로 저의 목표는 아니예요.

아니,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고 오히려 경계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거에 연연하는 순간 저와 제 블로그는 바로 그 정체성을 잃을테니까요...;

여튼 그렇습니다 험험..;;(자랑인듯 아닌득;;)

 

또 다른 경우는...특별함에 대한 것입니다.

제일 첫사진 이야기로 돌아가는데....저 사진을 제 스스로 낮게 평가하는 이유는 위에도 말했듯이

남들 다 가는데서 남들 찍는대로 찍은 복제사진같은것이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이 안가는 곳, 남들이 안찍는 소재만 골라 찍는것 역시 제가 지향하는 바가 아닙니다.

아 물론 남들이 아직 모르는 새로운 포인트를 발굴하는건 이야기가 좀 달라요.

 

예를 들면 이런 사진....같은 경우 얼핏 첫사진과 그닥 다르지 않은 성질의 사진같지만

이 사진은 제겐 좀 특별합니다. 왜냐면 이 포인트와 이 각도는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고 제가 같은 포인트 찾아가 찍은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제가 포인트 찾아내어 제가 찾은 각도로 찍은 사진이거든요. 이 사진 자체보다도 그러한 행위,

다시말해 스스로 야경촬영 포인트를 찾아내고자 하는 시도를 해서 얻어낸 결과물이기에 결과물의 퀄리티를 떠나 그리했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고 특별함을 부여하고 싶은거죠.

 

이야기가 잠깐 샜는데....여튼 남들 다 가는곳도, 가지 않는 곳도 아니고 남들 다 찍는 소재, 남들이 안찍는 소재도 아니라면

무엇으로 제가 사진찍으며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역시 예전에 올렸던 이런 사진이 제가 내놓는 해답입니다.

남들 다 가는 에버랜드에서 남들 다 보고 사진찍는 불꽃놀이를 찍었지만

그 누구도 찍지 않은, 그 누구도 찍지 못한 은하수를 전 그 불꽃속에서 보았고 이를 담아내는데 어느정도 성공했습니다.

바로 이런 ...남들이 다 보면서도 보지 못한것을 나만 보았을 때,

남들 다 찍으면서도 정작 못찍는 사진을 나만 찍어냈다고 느낄 때.....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강렬한 쾌감을 느낍니다.

어떤 의미에선 이것이 사진의, 그리고 예술의 가장 근원적 본질중 한 부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저사진 찍은 카메라도 보급기 소리 듣는 5D였습니다. 장비가 좋아야 어쩌고 저쩌고...이런소리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수 있는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기념비적인 사진이 제게는 바로 저 사진이었어요.

중요한건 장비가 아니라 개성의 획득, 남들과의 차별화라는걸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바로 얼마전에도 포스팅했지만 이런 경우...도 있죠.

 

 

별것 아닌 아주 간단한 후보정만 했을 뿐이지만

제 아들은 이런 사진들을 볼때마다 뒤집어질만큼 웃으며 덩실덩실 춤을 출정도로 좋아합니다.

애초에 제가 사진 왜 찍나요? 남에게 잘찍는다고 자랑하려고? 네이버 오늘의 포토 몇번가고 SLR클럽 일면 몇번 갔다고 자랑하려고?

블로그 1등했다고 자랑하려고? 다 아닙니다.

전 행복해지려고 사진을 찍어요. 제 사진의 명제는 행복이라는 단 두글자에 모조리 축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어디서 오나요...? 바로 가족들과 사진 돌아보며 다같이 즐기는 데서 옵니다. 다같이 웃고 다같이 기뻐하는 속에서 비로서 제 사진은 그 존재의의를 지니죠.

그렇기에 가족이 기뻐해줄때마다 전 정말이지 짜릿하다못해 아들과 같이 덩실덩실 춤을 출만큼 기뻐요. ㅋㅋ

수차례에 걸쳐 말씀드렸듯이...사진을 잘찍건 못찍건 그런건 제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예요. 그걸 위한 수단중 하나로서 사진을 찍는 것이고 조금 더 잘찍어 조금 더 잘 보여줌으로서

우리가족이 조금 더 행복해진다면...기꺼이 노력도 하고 공부도 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맥락에서 마지막 쾌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바로...긴 시간에 걸쳐 추억을 쌓아 올리는 기쁨입니다.

 

제 하드속에는 와이프와 연애할 때부터 시작해서..

결혼을 하고...신혼여행을 다녀오고...휴가도 다녀오고..

첫째를 낳고..키우고..둘째를 낳고 ...또 키우며 찍은 사진이 뻥안까고 수만장에 이르릅니다. 동영상도 수천개구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와이프와 함께. 또 부모님과 함께 손주들 태어나고 자라난 모습 좌라락 정리해서 같이 보곤 합니다.

수년에 걸쳐 가족이 어떻게 같이 살았는지...우리 애가 100일때는 어땠고 두돌때는 어땠으며 둘째랑 머리숱 비교하니 안습이네 ㅠㅠ 하고 놉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사진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진의 가치는 깊어집니다.

아마추어 가족 취미 아빠 사진사로서....흘러간 시간에 비례해 늘어가는 사진의 숫자만큼 값어치 있고 쾌감을 주는 것도 드물다고 생각해요.

이것이야말로 제가 지향하는 바고, 제가 사진을 찍는 진짜 이유이며, 사진을 열공하는 원동력입니다.

최고 멋진 풍경사진보다 제 아이의 미소를 담고 싶고...쭉쭉빵빵 아름다운 모델보단 제 아이의 몽고반점을 담고싶어요.(응;?)

 

많은 분들이 사진을 이야기 하며 장비가 어쩌고 내공이 어쩌고...포인트가 어쩌고 후보정이 어쩌고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어서 제 포스팅의 상당부분은 그런 쪽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사진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이라는건 또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여러가지 난관을 만나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나만의 시선을 가지고, 강철같은 주관을 확립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통해 원하는 그 무엇인가를 많은 제약속에서도 마침내 얻어내는데 성공했을 때.....그때야말로

우리에게 달콤한 보상이 내려지기에 ...우리는 사진을 오늘도 내일도 찍는게 아닐까 하는 거죠.

 

지금 막 카메라 사신 분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 일 수도 있고,

적정노출이라던가 쨍한 사진, 기본적인 보정의 난관을 아직 넘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마음에 한번 담아두시는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처음엔 잘찍는 것 자체가 짜릿할 수도 있습니다.

쨍하게 잘 보정하는 것 자체가 짜릿할 수도 있구요.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어찌보면 이게 아마 최초의 난관과 최초의 짜릿함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ㅎㅎ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그냥 잘찍는 정도에서 그치는게 아닌,

사진이 주는 진정한 쾌감을 맛볼수 있는 길이 더 있다는걸 말해보고 싶었어요.

나만의 과제를 부여하고, 그것을 클리어 해나가면서 점차 내공을 쌓아가고...그와중에 장비좋은거나 쨍한 보정 말고

독자적인 개성의 획득에 성공하고...이런 과정 그 자체가 전 참을수 없이 즐겁고 재미나거든요.

그리고 그 재미를 저 말고 다른 분들도 한번 느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길게 한번 써보며...

덤으로 사진들도 한번 재탕해봅니다 ㅎㅎ;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은 다음 view 카메라 분야 1등한 기념으로 좀 길고 진지하게 써본거예요 ;;

 

아닌척 하면서도1등한거 제법 기뻐하고 있는 중이라는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