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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빛을 알고싶다면 그림자먼저 봐라.

by 선배/마루토스 2012.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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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사진을 찍을 때 빛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빛을 보는 눈을 키우라고도 하죠.


그런데 문제는...그 눈 키우는게 참 드러우리만치 힘들고 어렵다는 겁니다. -_-;;

엄청난 양의 경험과, 자기반성과, 타산지석과, 가설을 세우고 또 증명해나가길 꾸준히 또 오래 반복함으로서

겨우 키울까 말까 한게 빛을 보는 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거예요.


저도 관련된 글을 블로그등에 주제넘게나마 몇차례 썼긴한데

얼마전 빛에 관련된 질문을 하나 받고 그에 답해주다가 문득, 보다 쉽게 빛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될지도 모르는 어떤 실마리 하나를 잡았기에 그에 대한 뻘글 한번 써보려 합니다.



제가 사진을 찍을때, 플래시를 사용하건 안하건간에 가장 주의해서 보는 것중 하나는 바로

"그림자"입니다.


"그림자"라는건 빛에 의한 또 하나의 결과물이며

빛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먼저 그림자를 잘 본다면 지금 현재 빛의 성질을 보다 쉽게 판가름하고

그에 대해 대처하기가 쉬워질 수 있으며

단순히 그에 그치지 않고 사진에 있어서의 자연스러움, 부자연스러움을 판가름하는 것 역시

이 그림자가 상당부분 기준이 된다고 봅니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부분이지만

피사체보랴 핀맞추랴 뭐하랴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간과하기 쉽죠.


그림자가 연하면? 지금 빛이 약한겁니다. 그림자가 길면? 지금 빛이 누워서 들어오는거구요.

그림자가 없거나 없다시피 하면 구름낀거고...그림자가 새까맣고 경계선이 강하면 인물도 쨍하게 나오겠죠.

그림자가 여러개면? 현재 피사체에 영향을 주는 광원도 여러개란 소리고..

그림자가 둘 이상인데 서로 반대방향으로 있다면- 예를 들어 역광에 플래시직광-우린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게 느낄겁니다.


이를 이해하고 한발 더 나아가면...그림자를 컨트롤 함으로서 이러한 빛과 그림자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인 선입견을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게 됩니다.


야외촬영시 플래시를 쓸까 말까 하는 판가름의 기준은 제경우 결국 그림자가 강하냐 약하냐예요.

남들 좋다한다고 무조건 터뜨리는게 아니라...그림자가 강할때 약하게 하기위해 터뜨립니다.


역광에서 직광때리거나 대낮에 고속동조 할때 자연스러움을 획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반대방향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을만큼만 발광하고 그에 맞춘 노출을 하는겁니다.

보통 많은 분들이...야외에서 어두운곳을 살리려고 플래시를 터뜨린다고 생각하시지만 그건 반만 맞는 생각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야외에서 고속동조같은걸로 플래시를 터뜨리는 가장 큰 목적은

빛을 더함으로서 오히려 밝은쪽을 죽이는데 있어요. 얼핏 이해가 안가시겠지만 이게 흔히 말하는 필 인 플래시 기법의 본질입니다.

 

기초레벨에선 암부를 살리는것이 플래시의 역할이라 생각하실 수 밖에 없지만

하이레벨에선 명부를 죽이는게 플래시의 역할임을 깨달으시게 될겁니다.

생각을 거듭하고 경험을 쌓으시다보면...이부분은 언제고 분명히 다시 와서 보시며 손벽치실 날이 올거예요.(...)


실내라고 해서 무조건 플래시를 터뜨리는게 아니라

피사체가 배경에 너무 근접해 무슨짓을 해도 그림자가 생길 상황이라면 아예 안터뜨리는게 낫습니다.

실내에서 직광 때리고 직광 아닌척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플래시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가 없으면 되는거예요.

단순히 발아래 생기는 그림자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눈썹, 옷깃등..소소한 부분의 그림자까지 말이죠.

밤거리에서 플래시로 사진찍을때 예외없이 이상한, 부자연스런 느낌이 나는 이유도 결국 그림자탓이 큽니다.


단순히 찍을때 뿐만이 아니라 보정할때도 그림자가 자연스러운 보정의 기준이 되며...

그림자의 강약이 사진전체의 분위기를 판가름할때도 있습니다.

강한 그림자를 보정으로 약하게 한다면 우린 광원이 원래 그랬구나 착각할 수가 있고

약한 그림자를 보정으로 강하게 한다면 우린 광원이 참 강했구나 하고 착각할 수가 있습니다.

원래 보정의 본질은 뭐를 어떻게 해서 더 좋게 보이게 꾸미는것이 아닌,

이러한 필요에 의해 선입견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바꾸어 원하는 느낌을 부여하는데 있다고까지 저는 생각해요.


우리가 사진을 찍는 방향, 피사체를 놓는 위치뿐만 아니라 그림자의 배치도 신경써야 하고,

피사체의 노출뿐만 아니라 그림자의 노출도 신경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 한번 눈을 감고...저같은 허접이 오럴그래퍼 말고

진정한 고수님들의 멋진 사진들 몇개 머리속으로 기억나는거 떠올려보세요.

여때까지 그림자를 신경써서 보시지 않았다면 그부분을 특히 신경써서요.....


이분들은 그림자에 대한 접근방식, 그림자에 대한 처리방식까지도 남다릅니다.



반대로...뭔가 미묘하게 이상하다 느꼈던 야외 모델사진같은거 돌아보시면

여름땡볕인데 그림자가 두개 있었다던가....

뭔가 부자연스러운 모터쇼 모델사진 다시 돌아보면 코밑에, 귀뒤로...직광에 의한 그림자를

미처 숨기지 못했다던가 하는....우리로 하여금 무의식중에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반드시 존재할겁니다.

 

빛과 그림자라는걸 전혀 생각안하고 촬영하시는 분들이 실제 촬영에서 맘대로 안나오는 예를 한번 들어본다면..숲속 사진같은게 대표적일겁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숲속길은 신록이 우거진 초록배경에 인물 넣고 해서 찍으면 참 예쁘게 나올것같고

실제로 아주 잘찍으신 분들 사진 보면 그렇게 나옵니다만....정작 우리가 직접 찍어보면 그렇게 잘 나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나무와 신록이 시꺼멓게 나오던가, 반대로 신록이 잘나오게 했더니 인물이 시커멓게 된다던가...이런 경우 안겪어보신 분 드물거예요.

고수분들 사진과 우리사진에서 무엇이 다르냐면....바로 그림자가 다릅니다. 신록과 인물이 예쁘게 우거진 사진의 경우,

인물 발치에 생긴 그림자는 거의 예외없이 경계선도 흐릿하고 강하지도 않습니다. 이말은 빛이 직접적으로 강하게 내리쬐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신록과 인물이 고르게 빛을 받아 전체 사진에 노출이 극심한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아 둘 다 잘나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찍어서 이상하게 나온건? 인물 내지는 나무쪽에 경계선이 뚜렸한, 그리고 진한 그림자가 존재했을 공산이 큽니다.

빛이 얼핏 예쁠듯, 명부와 암부의 차이가 극심해 하나를 잡으려 하다보면 하나가 날라가버리기 쉬운 환경이란 뜻이 되죠.

그림자를 주의해서 봤다면 어떻게 대처하여 어떻게 찍으면 된다는걸 생각해 낼 수 있지만

그림자를, 다시말해 빛을 보려 하지 않았기에 실패한 사진이 되고 마는 전형적인 케이스가 바로 이 숲속 사진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우리는 그림자에 민감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광원에 의한 것 외의 그림자가 존재한다면 설령 의식이 눈치채지 못해도

무의식이 눈치채고 위화감을 느끼게 되어있으며

사진에 보이는 광원에 의해서라면 요런 그림자가 생겨야 하는데

그림자가 없다거나, 그림자의 종류(경계선의 뚜렷정도라던가..)가 다르다면 역시 위화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를 응용해 아예 사진에서 보이는 광원을 속이는 용도로도 쓸수있죠.

주광원을 보이지 않게 잘 처리하고 보조광원에 의한것인양 위장할 수도 있으며


몇몇 작가님이나 쇼핑몰사진등에서 보이듯

이 위화감을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 임팩트 있는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아예 의도적으로요....

극도로 위화감이 느껴지도록 직광등을 활용해 촬영한 사진-예를 들면 임의로 만든 동굴현상사진-은 그 위화감으로 인해 오히려 기억에 각인되기 마련이거든요.


사진이 평면적이다? 그 느낌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사진이 입체적이다? 그 느낌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분명 사진 전체의 노출을 평균내어보면 같은 18% 그레이로 귀결될지 모르지만 빛과 그림자의 오묘한 상관관계가

사진에서 입체감을 박탈하기도 하고, 사진에 아주 강렬한 입체감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고수님들이 가급적 역광에서 찍어라, 역사광에서 찍어라, 정면을 피하라....이런말을 하시는 이유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빛과 그에 따른 그림자의 처리로 인한 입체감과 부드러움에 대해 말하고 있는거예요.

램브란트 라이팅이니..디퓨져니..엄브렐러니..이런게 다 얼핏 빛에 대한 것인듯, 결과적으로는 그림자를 컨트롤하기 위한

기법들이요 악세사리들입니다.

 

저도 애들 사진 찍을때는 해가 거의 질 무렵이 제일 좋다고 말씀드린적 있는데

그 이유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그때의 빛이 그만큼 강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딱 그 시간에만 우리에게 내려지는 은총과도 같은 빛이라서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고수님들의 사진에는 사진안에 실제로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사진에 대한 많은 힌트가 숨어있습니다.

프레임 안에서 프레임의 밖까지 볼 줄 알아야 비로서 남의 사진을 보고 배우는게 가능해져요.

조리개? 셔속? 이딴 메타데이터보다 이런게 256배 65536배 더 중요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로서 그림자를 보시라는 이야기를 오늘 해보는 거구요.

사진은 빛을 담는 예술입니다.

그리고 그림자는 빛이 부재하는 공간입니다.

 

빛에서 그림자가 생기지만

바로 그렇기에 그림자로부터 빛을 유추하는것, 혹은 유추하도록 유도하는것이 빛만큼이나 중요한것입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빛을 이해하고자 애쓰시는 당신,

우선 그림자부터 이해해보세요. 그림자는 빛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그림자를 이해한다는것, 결국 빛에 대한 이해로 직결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림자는 다양하고 또 변화무쌍해요.

허구헌날 매일같이 보다보니 여러분이 느끼지 못하실 따름인거죠. 그래서 굳이 일부러 한번 짚어보네요.....

 

얼마나 다양한 그림자가 있는지, 그 강약은 어떤지, 어떤 빛에서 이중그림자가 생기는지,

그림자의 종류와 그 원인에 대해 제가 직접적으로 알려드리지는 않을겁니다. 직접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알아보고 하셔야

비로서 여러분들의 것이 되는 부분들이거든요....

 

카메라가 DSLR이건, 똑딱이건, 필름이건, 폰카건....이 문제앞에선 거의 평등하다시피 합니다.

고수가 폰카로 찍어도 잘 나오는 이유? 구도나 구성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분들은 빛과 그림자에 대한 반응이

거의 조건반사의 경지예요. 그러니 아무거나 잡고 찍어도 작품이 나오는겁니다.

 

이로서 저는 이번주의 마지막 포스팅을 마치고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기로 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