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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을게 없다고 하는 분들께.

by 선배/마루토스 201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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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돌아다니며, 혹은 만나며 듣는 이야기중에 "도통 찍을게 없다"고 한탄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감히 생각하기에...어찌보면 가장 이해가 안가는 소리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한데

말씀하시는 분들은 보통 상당히 진지해요.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보통.

"우리 집 주변엔 멋진곳도 없고 애들도 다 커서 카메라 들이대면 싫어하고 찍을게 없어" 내지는

"달동네같은데 좀 찍을려고 카메라들고가면 죽일놈 취급이나 하고 그냥 길거리나 꽃 찍고 다니자니 그럴듯한게 없고 찍거리가 없어"

"멋진 야경이나 풍경은 차타고 멀리 가야 되는데 짬이 안나고 예쁜 모델좀 찍을라니 돈이 장난아니게 들고..."

"접사 하려면 접사렌즈 있어야 하고, 새 찍으려면 망원렌즈 있어야 하고, 천체사진 찍으려면 특수장비 있어야하고..내장비론 찍을수 있는게 없어"

거의 예외없이 이런식이예요.

 

저는 이분들을 뭉뚱그려 뭐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생각을 좀 바꿔보셨으면 어떨까 싶은거죠.

 

애초에 왜 저런 생각들을 하실까요? 거기부터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분들의 대전제는 "멋진것""특별한 것"을 찍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는 걸로, 혹은 있어도 할수가 없다는걸로 보통 귀결됩니다.

 

이전 포스팅들에서 제가 예로 들었던...멋진것을 찍어야 멋진 사진이라 생각하는 사고방식,

특별한걸 찍어야 특별한 사진이라고 하는 사고방식에서 파생되는 일종의 함정이라고 봅니다.

 

제식으로 말해본다면...애초에 피사체 지상주의를 저는 부정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멋진 피사체, 멋진 풍경만을 추구하는 것 자체야 나쁘지 않다지만 왜 멋진걸 찍어야 하는지는 최소한 스스로 알아야 하며

그 이전에 멋진게 없으면 안멋진걸 멋지게, 특별한게 없으면 특별한걸 만들어서 찍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그건 안하십니다. 할 생각 자체가 없으시다기보다는 거기까지 보통 생각이 진행되질 않으시는걸거예요.

왜냐? 시야가 좁기때문입니다. 남들의 멋진사진, 예쁜 모델 사진같은것만 보시고 그 외의 다른 사진엔 시선을 잘 주지 않으시는게 첫째원인일거예요.

 

주변에 찍을게 없어서 사진 못찍겠다는건 솔직히 변명입니다.

주위에 찍을게 있는데 찾아내지 못하는 자기 자신, 찍을것을 만들어 낼 능력이 없는 자기 자신 탓은 하기 싫고

대신 자신의 주변환경과 장비에 그 탓을 돌려버리는거죠. 이게 현실이라고 봅니다.

 

다른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저는 틀리다고 단언하고 싶어요.

모든것은 일단 자기탓입니다. 사진 잘 못찍는것도 자기탓이고, 주변에 찍을것이 없는것도 찍을것을 찾아내지 못한 자기탓입니다.

사진을 못찍겠다는 것도 그런 노력 안하겠다는 자기탓이예요. 최소한 할 수 있는것, 시도할 수 있는 모든것을 다 해본뒤에야 비로서

장비탓도 해볼 수 있는거고 주위탓도 해볼수 있는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한탄만 하죠.

 

애초에, 사진으로 찍어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미칠것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문제는 생길 수가 없습니다.

사진 찍을 꺼리가 없다...뭘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그 근본원인도 거슬러 올라가면 여기가 문제입니다.

보여주고 싶은게 없으니 찍을 꺼리도 없고 뭘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거예요. 이게 진실일겁니다.

 

 

그런 생각만 하시고 계시는 동안에는 이런 참신한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시도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생각 하시는 여러분들도 지나가면서 쓰레기더미를 보셨을 거예요. 근데 여러분은 그냥 지나치셨고,

저 작가는 쓰레기더미속에서 두 친구를 찾아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시선의 차이..발상의 차이가 결국 사진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찍을만한 멋진게 없다구요?  저 쓰레기는 작가가 지나가다 우와 참 멋지구리하구나! 하면서 찍었을까요??

 

 

저런 생각 하시는 분들 모두 집에서 살고 계실겁니다.

그런데 집에서 사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사진 한번 찍어보겠다는 생각은 잘 못하세요.

비록 보정에 의한 영역에 있지만 이것도 사진이고 이미지입니다. 집에 쇼파와 걸레만 있으면 누구나 할수있는 사진이예요.

그런데 여러분은 집이 예쁘지 않아~ 이러면서 누워계시는 거고, 저 작가는 이런 멋진 사진을 찍어냅니다.

이것이 발상의 차이, 상상력의 차이, 없는것도 만들어 내 찍는 능력의 차이예요.

 

 

이건 제 사진입니다.

여기가 무슨 그랜드 캐년도 아니고..알라스카인것도 아닙니다.

그냥 대한민국의 흔하디 흔한 아파트단지 내입니다. 그냥 대한민국의 흔하디 흔한 아가씨 한명이예요. 얼굴조차 안나오는.

다만 전 산책하다가 평소에 보기 힘든 빛을 보았고 그 빛을 이용해 보았을 뿐입니다.  단지 그뿐이예요.

아파트 단지 안에도 여러가지 빛이 들어옵니다. 그중 어느빛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사진이 나올건데

에이 아파트안에서 찍어봤자지...북한산이나 둘레길 어디 가는것만 하겠어? 하는동안엔 절대 이런 시도도 안하실겁니다.

 

제가 사진 찍을 꺼리가 없다고 말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간단해요.

먼저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 사진을 통해 보여주지 않으면 미칠것같다는 자기만의 주제를 찾아보세요.

말하고 싶은게 없고 보여주고 싶은게 없으면 그냥 그만두시구요...차라리 그게 나을겁니다. 억지로 찍느니....

둘째로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찍을지를 생각해보세요. 주변에 찍을 거리는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없으면 만들어서 찍어도 되고 아주 가까이서 찍어보거나 아주 멀리서 찍어봄으로서 일종의 게슈탈트 법칙을 유도해낼 수도 있습니다.

얼핏 용어만 들으면 대단한것처럼 보이지만 저건 그리 대단한 개념이 아니예요...

저것은 부분으로 전체를, 특정 기호로 특정 사물을 연상케 하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예를 들면 동그라미 두개와 그 아래 반원모양의 곡선 하나만 있다면 우리는 그걸 보고 뭘 떠올리나요?

 

바로 사람의 웃는 얼굴을 떠올릴겁니다. 스마일마크 말이죠. 이게 바로 게슈탈트 법칙입니다.

이를 응용해 자연에서, 사물에서, 카오스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감정 내지는 전혀 다른 객체를 발견해 낼 수 있죠.

그리 대단한거 아닙니다. 염두에 두고 자세히 관찰하면 되는 문제예요....

조리개니 셔속이니 감도니 장비니...이런 레벨의 문제조차 아닙니다. -_-;;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자세와 마인드에 관련된 문제예요. 이건...

 

사진, 찍을게 없다는 소리는 뒤집어 말해보면 지금 현재 자기 자신의 수준을 그대로 폭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비싼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부디 저말만큼은 안하는 사진사가 되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