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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화이트밸런스 잡아주는 비싼 필터? 필요없어!

by 선배/마루토스 201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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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시는 분들을 혹하게 만드는 악세사리중 하나는

아마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고 화이트밸런스를 정확하게 잡아준다는 고가의 필터(예를 들면 CBL같은)일겁니다.

 

저는 지속적으로 그런건 필요없다 주장해온 사람중 하나인데요...

이 무용론을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전제가 하나 필요합니다.

프로와 아마추어 및 각자의 사진의 목적 자체가 다르기에 필요한 전제인데


화이트밸런스(컬러밸런스)는 바로잡는것이 아니다, 정확해야만 할 필요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필터들이 주장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건 "정확한 화이트밸런스와 컬러밸런스를 바로잡아준다"는 거죠.

오호. 혹합니다. 화밸과 컬러 잡는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항상 정확한 화밸을 유지할 수 있다니

이것은 필경 좋은것 일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CBL을 두고 고민하기도 하고

CBL을 실제로 구매해서 사용하며 만족해 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깐.

화밸이란것이 꼭 정확해야 하는 것일까요? 색밸런스가 항상 정확해야만 사진이 더 좋아질까요?


먼저 화이트밸런스가 무엇이며 어떻게 이뤄졌는지 간단히 짚어봐야합니다.

화이트밸런스의 정의는 기준이 되는 한 색을 정하고(보통 흰색 내지는 18% 무채색 그레이)

그 색이 정확히 그 색이 되도록 함으로서 사진내의 모든 다른 색들을 결정하는 파라메터값인

색온도와 틴트값을 재배치하는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 두가지 값, 색온도와 틴트값이 그 사진을 보는 인간의 선입견을 크게 좌우한다는데 있습니다.

색온도를 높게 잡았을때 나타나는 붉은끼는 이른아침 혹은 저녁노을의 느낌을 들게 하며

색온도를 낮게 잡았을때 나타나는 푸른끼는 음지나 실내의 느낌을 들게 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합니다.


오히려 화이트밸런스를 적당히 일부러 틀리게 해서 이런 느낌을 임의로 부여하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하죠.

내가 원하는 느낌을 부여하는 가장 쉬운 방법중 하나가 바로 이것인걸요.


화이트밸런스를 "정확"이라는 명제를 두고 칼같이 맞춘다는 것은 이런 선입견 자체의 박탈을 의미합니다.

대신 상업사진같은데서 요구되는 정확한 색은 나겠지만 우리 아마추어가 좋아하는 느낌의 상당부분은

이 필터를 사용함으로서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CBL필터는 기본적으로 JPG촬영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RAW로 찍어도 문제없어요. 후보정시 파라메터 하나 덜만져도 된다는것 자체가 CBL같은 필터의 강점입니다.


하지만 CBL로 화벨 바로잡은 JPG에 위의 화밸 헝크리기를 시도한다는건 이미 화질을 포기하는 행위이며..

어차피 RAW를 만질거라면 파라메터 하나 더 만지건 덜 만지건 수고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어느 레벨 이상이면 대충 보고 비슷한 사진 열장 스무장단위로 뭉탱이 화밸작업 하기도 하고

프리셋 내지는 커스텀값 저장한거 불러와 전체작업 걸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도 RAW에서 조정할 수 있는 색온도와 틴트값의 범위가 훨씬 더 세세하고 자유롭습니다.

헝크러뜨리는 것도 자유고 정확히 하는것도 자유예요.

게다가 CBL사는 돈도 절약됩니다.


애초에 CBL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리 용이하기만 한거 아닙니다.

빛이 조금 바뀌면(다시말해 AWB가 바뀔정도로 빛이 변했거나 위치가 바뀌었다면)

촬영하면서 CBL끼웠다 뺐다 하며 화밸맞추기 또하고 또하고 또해야 합니다.

차라리 RAW에서 스포이드찍기가 편하지...어느세월에 피사체 세워두고 이거 끼웠다 뺐다 하나요.

귀찮다고 대충 할거면 그 비싼 CBL은 왜삽니까. (......)



정해진 촬영환경에서 정해진 물건들을 정해진 정확한 값으로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거쳐 내놔야 하는 상업사진사에게라면 CBL은 실로 고맙고 필수불가결한 악세사리지만


RAW보정을 생활화 하고 색온도와 틴트값조차도 자유로이 움직이며

그것을 무기삼아 자기가 원하는 독특한 느낌을 부여하고자 하는 사진사에겐

CBL은 비싸기만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입니다.



물론, 그라데이션 필터와 마찬가지로 CBL같은 필터 역시

한장 한장의 찍는 맛을 소중히 여기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시는 분들 내지는

자기만의 독자적인 보정프로세스를 확립한 분들께는 즐겁고 재미있으며 도움되는 물건일거예요. 이부분은 절대 부정하지 않습니다 저도.


다만 저는 CBL같은 화밸필터는 필요 불필요를 떠나 최소한 제게 있어서는, 저와 비슷한 아마추어분들에게는 전혀 소용되지도 않고 도움되지도 않는

그런 물건이라 생각한다는 겁니다.


애초에 만병통치약 약장수마냥 이거쓰면 선예도가 올라간다느니 하는 허위과장광고에 학을 뗀것도 있고

실제로 공짜로 선물받기까지 했지만 받지도 않고 그냥 돌려드릴 정도로 제게는 무관심한 물건입니다.



솔직히 말해 만드는 메이커역시도 어느정도 이부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을겁니다.

그렇기에 화이트밸런스가 아닌 다른 엉뚱한 것, 이 필터 끼우고 화벨맞추고 촬영하면 선예도와 해상력도 좋아진다는

약을 팔며 광고를 하고 있는걸겁니다. -_-;;

 

애초에 정확따위, 아마추어 사진사들에겐 필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보는 모니터는 뭐 정확할까요? 여러분의 눈은?

여러분의 프린터는? 정확한 색 따위...존재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괜히 돈받고 쓴 만병통치약이라는 식의 사용기나 리뷰에 혹해서 비~싼돈 주고 이런 필터 사시려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