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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사진, 최고의 장비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by 선배/마루토스 201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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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교환형 카메라이기에 오히려 사용자로 하여금 더욱 갈등때리게 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최고의 렌즈"에 대한 갈망, 선망입니다.


예산은 거의 누구에게나 한정되어 있지만 욕심은 한도 끝도 없죠.

그래서 DSLR에 취미붙이신 분들중에는 가만 보면 "최고의 렌즈"에 대한 엄청난 집착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렌즈가 적으면 적다는 이유에서 단 하나의 최고의 렌즈를 써야 한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가 하면

렌즈가 많으면 많은대로 화각별로 용도별로 최고의 렌즈를 원하시죠.

 


프로나 아마추어를 떠나, 자기가 원하는 용도의 최고의 렌즈를 쓰고싶은건 인지상정입니다.

용도에 따라 최고의 렌즈를 척척 바꿔끼어가며 최고의 퀄리티를 지닌 사진을 찍는다는건

애초에 SLR카메라의 기초설계 컨셉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아시다시피....소위 최고의 렌즈라는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광각에는 광각의 최고렌즈가, 표준줌에는 표준줌의 최고렌즈가, 망원에는 망원의 최고렌즈가..

줌렌즈 단렌즈 가리지 않고 영역별로 화각별로 용도별로 당연히 다 다른 최고의 렌즈가 존재합니다.


중요한건 현실적인 균형감각, 그리고 최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최고라 함은 보통 최고의 퀄리티...에 대한 집착인거죠.

 

예를 좀 들어볼까요?


인물도 좀 찍고...풍경도 좀 찍고...스냅좀 찍고 행사도 좀 찍고...대부분 이러시잖아요?

근데 인물용 최고의 렌즈라 함은 보통 85미리 밝은 단렌즈(200만원 넘는) 내지는 135미리 밝은 단렌즈(200만원쯤 하는),

혹은 아예 궁극의 인물렌즈라 하는 200미리 단렌즈(800만 이상..-_-;;)를 들 수 있습니다.


풍경용 최고의 렌즈? 마찬가지예요. 좀 싼게 100만쯤에서 시작해서 무브먼트 달린게 300만원 호가하고..

행사용 표준 줌렌즈의 최고봉소리 듣는 렌즈들도 예외없이 200만원은 합니다.

행사용 망원 줌렌즈 밝은거? 신형 새로 나온 최고소리 듣는 놈이 200만원 넘어요.


스냅용 최고소리 듣는 렌즈들? 사정은 비슷합니다.

표준 단렌즈 딱 하나만 끼워쓰겠다며 찾으시는 최고의 표준 단렌즈가 250만원쯤 해요.


이쯤 되면 소위 그 최고의 퀄리티로

인물도 찍고 풍경도 찍고 스냅도 찍고 행사도 찍고 하기위해 얼마정도의 돈이 들지 짐작 가지 않으십니까...?


게다가 이런 집착을 가진 분들이 지니는 또하나의 고정관념이랄까 뭐 그런게 있는데

바로 화각별로 렌즈를 골고루 다 비치해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언제 어디로 가든 최고의 퀄리티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기위해..


줌렌즈면 줌렌즈별로 16-35/24-70/70-200 하는 식으로 구성하려 드시고

단렌즈면 단렌즈별로 14, 24, 35, 50, 85, 135, 200...하는 식으로 구성해야만 직성이 풀리시는 분들이 계시죠.

이렇게 갖추는데 드는 돈? 어디보자....아주 가볍게 어지간한 차 한대값을 상회하는군요.


뭐 주머니사정에 여유가 있으시고 본인이 원해서 그러시는 거라면 누가 말리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그렇게 "최적의 렌즈를 사용해 촬영한 최고의 퀄리티"사진을 찍는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과연 얼마나 행복에 보탬이 될까 하는 겁니다.

 

이건 마치 요리와도 같다고 봅니다.(...왠지 모르게 자꾸 요리를 비유로 삼게 되는군요..;)

가정에서, 혹은 취미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 칼과 가위를 쓰고, 최고의 도마와 최고의 후라이팬을 쓰고..

최고의 오븐, 최고의 냉장고, 최고의 냄비, 최고의 조리용 불, 최고의 접시와 수저를 갖추는 것과 비슷해요.


실제로 이렇게까지 해놓고 요리하는 집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겁니다.

그냥 있는 칼과 가위로, 있는 후라이팬과 있는 전자레인지, 있는 냄비와 있는 가스레인지, 있는 접시를 쓰면서도

충분히 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계실겁니다.

그런데 왜 유독...장비에 대해서는 최고, 최고만을 추구하시는지...

 

취미에 있어 최고에 대한 집착은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비단 사진뿐만 아닙니다.

낚시도, 자전거도, 오디오도, 하다못해 그냥 조깅, 산책만 하는데도

최고의 낚시대, 최고의 MTB, 최고의 하이파이 진공관 오디오, 최고의 신발...이런거에 집착합니다.

 

애초에 취미는 적당히 적당히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면 족한데

그 취미를 위해 너무나 엄청난 투자를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의 근원이 되기 쉽습니다.


최고의 렌즈로 찍은 때깔 좋은 퀄리티 좋은 사진?

그 사진이 진정 그 장비 가격만큼 가치가 있는 사진이 저절로 될 수 있을까요?

그저 화질만 좋고 화각 적당하면 뭐 보는 사람들이 이야~ 쨍하다 화질 캡이네~ 하고 박수쳐줄까요?

....사실 박수 쳐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똑같은 사람들 내지는 잠재 집착 예비군분들이죠.(.....)

사진을 얼마나 볼줄 모르면 사진에서 주제, 테마, 구도, 구성은 안보고 화질, 노이즈, 화각...이런거만 보시지 싶어요.

마치 최고의 오디오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는 그 풍요로운 음의 향연을 즐기는게 아니라

고음 저음 분리, 음질, 잡음..이런거만 듣는거랑 똑같습니다.

 

꼭 렌즈 여러개 아닌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이런 경우에 더하다 싶은 경우도 많습니다.

렌즈 딱 하나만 쓸거니까 기왕 쓰는거면 제일 좋은거 써야 한다는 논리로 무장한 분들말이예요.


아니 딱 하나 쓸건데 왜 그게 제일 좋은거여야 하나요?

게다가 보통 이 제일 좋은거라는게 실은 제일 좋은게 아니고 그냥 제일 비싼것,

비싸니까 왠지 좋아 보이는 것, 비싸니까 제값을 해줄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서 비롯되곤 합니다.

 

최고.....이 말은 사실 함정입니다.

최소한 사진에 있어서 렌즈간의 우열...이라는건 존재하지 않거나, 있다 해도 미미하다고 봅니다.

그냥 붓들이 서로 다르듯...사인펜과 마카와 수성펜이 서로 다르듯

우열이 있는게 아니라 서로 다를 뿐, 서로 다른 그림을 만들어 내 줄 뿐이라고 생각해요.

2013/01/29 - [CAMERA] - 단점이 매력되는 카메라와 렌즈의 오묘함.


부디 최고라는 함정, 최고를 써야 한다는 집착,

모든 화각 다 갖춰야 한다는 고정관념, 상황별로 최적의 렌즈들이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세요.


그깟 화질 최고가 아니어도 됩니다.

없으면 없는대로 찍으면 되요.

있으면 찍을 수 있다고요? 없어도 찍어내는 사람이 고수인거고

이미 있는걸 더 잘 활용하는 사람이 고수인겁니다.

오히려 부자유로부터 새로운 시도가 생기고 새로운 발상과 참신함이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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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4 - [CAMERA] - 사진, 돈과 장비의 부족은 오히려 축복이다.


행복을 위해서 하는 사진 취미에서..

화질이라는 함정, 최고라는 늪, 다 갖춰야만 할수있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보세요.


그곳에 새로운 세상, 새로운 시선, 그리고 가족의 평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