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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사진의 진짜 차이는.

by 선배/마루토스 201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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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짤방은 오래간만에 두장~이어야 완성되는 사진입니다 ㅎㅎ

 

언제고 이걸 한번 짚어는 봐야지 짚어는 봐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겨우 한번 맘잡고 써볼 생각이 좀 들었어요.


근데 사실 이 주제는 머리속에서 이리 널뛰고 저리 널뛰고 하던 주제라서

글 하나로 끝낼 수 있을것 같지도 않고

쓴다 해도 많은 다듬음이 필요하게 될거라는 불길한 예상이 드네요.


오늘 제가 말해보고자 하는건

지난주에 예고드렸던...."그림과 사진의 차이"에 대한 부분입니다.

사실 이건 프로레벨과 아마추어레벨에서의 관점이 너무나 다르기때문에

공감대를 얻어내기 참 힘든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그만큼 어려우면서도 필수적인 부분이라 생각하기에

감히 일개 아마추어 가족 아빠 사진사주제긴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림과 사진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라고 보통 분들에게 물어본다면

돌아오는 답변에는 어떤것이 있을까요?


"그림은 그리기 어려운데 사진은 셔터만 누르면 되니 쉽다"

"그림은 종이랑 연필만 있어도 그릴수 있는데 사진은 카메라없으면 못찍는다"


아마 대략 이런 대답들일겁니다. 개중에서도 특히 1번....이게 제일 클거예요.

근데 이런 당연한 이야기 할거였으면 저 오늘 포스팅 시작도 안했을 겁니다....;

이래보여도 한때는 저도 미술에 뜻이 있었고

만화를 상당히 진지하게 끄적였던 적이 있었으며

지금도 타블렛으로 가끔씩 그림 그리는걸 즐기고 있긴 해요.


그런 제가 생각하기에 그림과 사진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뭐냐?면

그건 바로 "덧셈과 뺄셈의 차이다." 라는 생각으로 귀결됩니다.


그림의 시작은 하얀 백지장에서 시작됩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그리는 사람은 무엇을, 왜, 어떻게 그릴것인지 생각해야 하죠.

그리고 필요한 순서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하얀 백지위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더해나갑니다.

주제에 해당하는 인물 혹은 객체를 그리고...배경을 채우고...그림자를 넣고...색을 칠하고...

거듭되는 덧셈의 결과로 그림은 완성되어져 갑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그림에는 "불필요요소"라는 것이 들어갈 확률이 대단히 낮습니다.

필요한거 그리는것만 해도 힘들어 죽겠는데 언제 필요 없는 것들까지 일일이 그려넣을 것이며..

딱 필요한 거 그려 넣었으면 되었지 그림의 주제를 망치기 딱 좋은 불필요요소를 일부러 그려 넣는 화가가 어디있을까요?


그래서 우리가 보는 그림은 참으로 간단명료하면서도 눈에 잘 들어오는 형태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엄마 아빠 자기 그려놓고, 하늘색 칠하고 땅 칠하고 끝입니다. 가끔 햇님까지 그려넣는 깜찍이들도 있죠.

그 어디에도 불필요요소는 없습니다. 그리고 싶어도 그릴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려넣었다 해서 누가 칭찬해주지도 않아요.

아 가끔 예외도 있기는 합니다. 완전 생 노가다를 한 끝에 사진보다도 더 사진같은 그림,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화가분들이 존재하시긴 하죠. 이런건 일단 좀 예외로 치죠.....;;

 

사진의 경우는 완전히 그 반대입니다.

특히 스튜디오가 아닌 일반적인 생활속에서 일상을 담는 가족사진사, 아마추어 사진사일경우엔 특히 더한데..

아무 밑그림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셔터만 눌러도 뭔가 담기긴 담겨요.

다만 이경우는 원치않는 온갖 삼라만상이 다 담기는게 문제입니다. (........)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죠. 일단 다 담기기는 다 담기는데 ...제대로 담고자 한건 또 잘 안담기기도 하고(핀나감, 흔들림..)

생각치도 못한 별의 별 요소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같이 담겨버립니다.

아무생각없이 담는 사진이야 그래도 별 상관없을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사진답게, 한발 더 나아가 제대로 담고자 한다면 이 불필요요소들과의 전쟁은 필수요소가 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그림과 사진의 결정적 차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스스로 하나씩 그려 넣어야 하는 만큼 처음 접근성은 어려우나 그 대신 불필요한거 애초에 들어가지도 않는 그림과..

셔터만 누르면 되는 만큼 처음 접근성은 쉬워보이나 그 대신 촬영하는 모든 사진에 있어 불필요요소와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사진은


그래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덜어낸답시고 사진에서 주피사체 하나만 달랑 넣고 다 아웃포커싱 시켜 찍으면?

그냥 아빠만 그려넣고 뒤는 대충 칠하다 만 그림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을겁니다.


물론 사진 특유의 리얼리즘덕에 사진이 좀 더 쉽고 있어보이기야 하겠지만

이미지로서의 "본질"만 본다면 비싼 바디와 렌즈 사서 찍은 사진이 아이 그림이랑 레벨차가 없을거란 소립니다.

뭐 실제로 감성보정이예요~ 하면서 기껏 사진 힘들게 찍어놓고 포토샵보정으로 그림으로 바꿔 올리시는 경우도 있죠.

그런다고 없던 감성이 생겨날런지는 심히 미지수긴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사진이 어려운 진짜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불필요요소들을 덜어내긴 덜어내되 명확한 목적을 지니고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덜어내는

뺄셈의 미학을 실천해 내지 못한다면 사진의 수준이 올라가질 못한다는 거죠...

사진을 쉽게 보고 쉽게 시작한 분들이 얼마 안가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벽이 바로 이 덜어냄의 벽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덜어내는 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신 일부 몰지각한 분들은

이 덜어냄을 극악한 방식으로 실천해 내기도 하죠.


일례로 들수있는것이 얼마전의 그 새사진....입니다.

새를 그리라고 하면 딱 떠오를 이상적인 새 그림처럼 새를 찍기 위해

아기새들을 제외한 나머지를 사진에서 덜어내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해 둥지를 옮기고 가지를 치고

아기새들을 꺼내 발에 본드 발라 나뭇가지에 앉혀놓고 사진찍어 덜어냄의 미학을 물리적으로 몸소 실천하는..

그런 몰지각한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거죠.

 

이 덧셈과 뺄셈의 차이는 단지 이 불필요요소...라는 작은 부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 객체를 떠나서 이야기를 색으로 넓혀보죠.


자기가 그린 그림에 자기가 색을 칠한다고 할때를 생각해보세요.

여기는 무슨 색...저기는 무슨 색...하나 하나 있는 색 쓰기도 하고 없는 색 만들어 쓰기도 하면서

딱 자기가 필요로 하는 색을 필요로 하는 부분에 칠해나갑니다. 칠하기 전에 색을 확인하고 칠하죠.


사진은? 뭐 말 할 필요조차 없을겁니다.

셔터 누르는 순간 이미 색칠까지 완료~ 참으로 편리해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요?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의 시작입니다. -_-;;

수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바로 그 절대명제, "색감"과의 전쟁 말입니다.


이미 담겨버린 색을 자기가 원하는 색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비교하고 판단하여 바꿔나가는

지루하고 어려운 작업을 거쳐야만 비로서 자기가 원하는 색, 마음속에 그렸던 결과물을 조우할 수 있죠.


하지만 셔터만 누르면 된다는 편함, 그 마법의 타성에 젖어버리신 분들은 이 과정을 부정하곤 합니다.

셔터만 눌러도 이미 자기 마음에 들 그 어떤 색감이 자동으로 짜잔~ 하고 나와주는

그런 마법의 카메라를 원하고, 또 있을거라 믿으며, 실제로 돈을 몇백만 단위로 퍼부어가며 그런 카메라를 찾아다닙니다.


그림과는 달라서 사진의 색은 처음에 찍을때 찍는 사람의 제어가 거의 먹히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제한된 환경의 스튜디오에서 프로사진사들이 찍는거랑은 달리

아마추어가 보통 일상에서 찍는 사진이라면 더더욱 빛이 제어가 될 리가 없고

결과적으로 당연히 색 또한 제어가 될 리가 없습니다.

제가 글 처음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로 인해 공감대를 얻기 힘들거라는 부분도 이부분을 염두에 둔 말입니다.

"스튜디오"라는 빛과 색을 제어 가능한 공간에서 촬영하는 사진은

그만큼 사진에 있어 거의 모든 구성요소를 사진사가 지배하에 둘 수 있게 되고

사진 프레임에 있어 넣고 싶은것, 빼고 싶은것.....그리고 색까지도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런걸 제어하기 위해 일부러 스튜디오라고 하는 전용의 작업공간이 필요한거예요.

이렇게 함으로서 어떤 의미에선 사진과 그림의 차이가 극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당연히 프로분들과 아마추어분들은 이런 부분에서 관점의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거든요.


스튜디오 못가는 아마추어 입장에선 얼핏 자동으로 색이 칠해져있으니 완전 편하다~ 하겠지만

한칸 더 위를 바라보는 사람 입장에선 차라리 백지에 스케치만 된게 편하지....

잘못 칠해진걸 하나 하나 바로잡으려면 속터지고 미쳐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거죠.


그나마 사진이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디지털후보정의 은총으로 인해 이게 많이 쉬워진거지..

필름레벨에서의 작업은 아마추어는 거의 손 대기 힘든 영역이었잖습니까...?


그림과 사진은 이런 면에서도 또 다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그림과 이렇게 비교를 해보고 그림과 대비를 시켜보면

"이미지"로서의 같은 본질을 지니면서도 둘은 엄청나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도 더하고 뭐도 더하고 하면

위에 제가 쓴 글은 약과중의 약과일거예요.


근데 저는 사실 이 둘의 차이.....를 논하고 싶어 논한게 아닙니다.


이 둘의 차이를 대략만 늘어놓고, 이제 사진에 있어 이러한 깨달음을 어떻게 접목시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것인가 하는걸 말하고 싶어서 이런 포스팅을 하는거죠.

 

본문을 잘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제 아마 몇가지 답을 얻으셨을 겁니다.

덜어냄...색...필요요소와 불필요요소...후보정...주제와 소재...그리고 빛.

제가 몇차례에 걸쳐 말씀드렸던 것들이 부분 부분 이 글에도 녹아있어요.


별것 아닌것 같지만 이런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찰해보고

목적과 수단을 분리해서 생각해보며

왜 덜어내야 하는지. 왜 후보정을 해야 하는지.

내가 원했던게 뭐고 그걸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는 부분을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하는 의미에서


이 포스팅을 적은겁니다.

 

근데 적고보니 근래 포스팅중에서도 가장 거칠은 포스팅이네요.

정말 많이 다듬어야 할거같.....;;

 


은데 귀찮으니 걍 넘어가고 -_-;;

 

다음 포스팅은 이중에서도 "덜어냄"에 대해 한번 제법 깊이있게 논해보고 싶어졌네요.

제 블로그니 걍 제맘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