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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단점 지적, 누구나 해도 된다.

by 선배/마루토스 201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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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캐논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보급형 풀프레임 카메라 EOS 6D의 명부표현력 취약(화이트홀 문제)를 놓고

모 유명 카메라 관련 커뮤니티에서 시끌벅적했더군요.

대충 6D 문제 제기 ->  증거와 데이터 요구 -> 기다 아니다 ...뭐 이런거 같고..



이참에 평소 기기 문제점 지적과 그에 관련된 풍조에 대해 했던 생각이 있어

간단히 한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자, 우리가 기기를 사용하다보면 ..고수건 입문자건 하수건간에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던가, 원래 쓰던 다른 기기라면 이렇게 나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던가하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번처럼 밝은 곳이 지나치게 날라가는 것 같다....라던가. 어두운 곳 자세히 보면 너무 지글거리는 것 같다 라던가...뭐 그런거죠.


그리고 그걸 게시판에 적으면 바로 날라오는 반박이 [증거]와 [데이터] 내놓고 까라 소리입니다.

네. 물론 증거 있고 데이터 있으면 좋아요. 얼마나 확실합니까.

저도 가급적 그 원칙은 지키면서 까고자 합니다. 그게 많은 사람들에게 먹히는 방식이니까요.

레드닷을 깔때도, 블루닷을 깔때도. 기타 여러가지(발매가격같은거) 깔때도 거의 항상 증거 일단 내놓고 깠습니다.

2010/12/22 - [CAMERA] - 캐논 DSLR을 쓰며 느끼는 몇가지 단점들.

이렇게 말이죠.


그런데...얼핏 이것이 대단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당연한 방법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서는

전 솔직히 우려가 큽니다.


방향을 조금 바꿔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네요.


예를 들면...네. 먼저 차량 급발진 사고가 그렇네요.

분명 시동만 걸었는데 차는 튀어나가고 인적 물적 손해가 발생하는 급발진 사고의 경우

거의 보상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이유는?

실제로 실수였는지 급발진이었는지 밝혀내야 하는 책임이 제조사가 아니라 차주 개인에게 있어서라더군요.

그런데 일개 운전자가...시동메카니즘, 전자회로의 설계와 알고리즘...이런걸 어떻게 알고

그걸 법정에서 채택 가능한 증거로서 제출이 가능하겠어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그게 가능하면 이미 일개 운전자가 아니잖아요?

그러면 급발진이었다고 주장도 해서는 안되는 걸까요...? 그거 알고리즘 모르고 증거 제출 못한다고 해서??

실제로 급발진이었을 수도,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증명을 개인이 하는게 불가능하다시피 하고...자연스럽게 급발진아니니 닥쳐라 뭐 이렇게 가는거죠.


비슷한 경우로 다른것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의료사고 실제로 겪어보신 분들 좀 계시죠? 이건 또 어떤가요..?

의사와 간호사가 잘못해서 병세가 악화되거나 사망했다는걸 주장하는 환자 가족에게

어디 그 증거와 데이터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게 될까요 과연? 그게 된단 소리는 의사 혹은 간호사에 준하거나 상회하는 의료지식이 있고

그걸 법적으로 증명가능한 상황증거를 사진이나 녹취, 알아보지도 못할 이상한 형식으로 적힌 진료기록까지

다 알아서 스스로 해석하고 수집할 수 있단 소린데 그럼 애초에 병원 왜갑니까. 스스로 가족 치료하고 말지..

당연히 의료사고라는걸 증명해 내는 일은 극도로 힘듭니다.

그걸 피해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무고죄로 아무 의사나 붙잡고 의료사고다 주장하면 그 부작용도 크겠지만요 -_-;;


성폭행 역시 마찬가지죠. 피해자의 주장외에는 다른 증거가 없기 쉬운게 성범죄고..

피해자가 자기 남은 일생을 걸 각오를 하고 싸우지 않는 이상은 오히려

피해자가 더 피해를 보게 되다보니 당하고도 쉬쉬하는 풍조가 만들어져버렸습니다.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이상한 풍조가말이죠.

그 결과 성폭행범은 당당하게 활개치고 다니고 피해자는 이사가고 숨어살고 하는 나라가 되어버렸죠.



이야기를 다시 본론으로 돌려보죠.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단점지적에 대한 이야기로요.



아무리 DSLR이 많이 보급되고 인터넷에 활동하는 아마추어중 프로뺨치는 실력을 지닌 유저가 한둘이 아니라고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절대 다수의 유저분들은 그냥 카메라와 장비에 대해 거의 잘 모르는 일반인입니다.

그 일반인들이 카메라 쓰다가 뭔가 이상한걸 좀 느껴서 문제제기를 할때..

이분들에게 그럼 그거 증거대라, 데이터 내놔라 라고 한다는건 ..일견 합리적 반론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론 위의 사례에서 보듯 합리적이지 않은, 당연히 내놓기 힘든걸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거나 다름없고

그 결과 문제제기가 유야무야되면서 일반유저는 문제제기를 하는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까놓고 말해 문제 발견하고 제기 하면서 누구나 납득 가능한 증거를 눈앞에 들이밀수 있는 유저는

한 나라를 통틀어봐도 많지 않습니다...뭐 그게 유독 한국에 많다는건 인정합니다만 (.......)


이번처럼 특정기종에 대한 문제제기의 경우에서 보이듯...다른것보다 좀 안나오는것 같다고 하면

대뜸 돌아오는 소리가 다른거랑 그럼 비교해서 보여달라, 증거를 대라 입니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말하자면 DXO벤치마킹 테스트같은걸 여러 기존에 대해 실행해 자기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개인한테 해서 제출하라는 소리인데 애초에 카메라 여러대씩 가지고 있지도 않잖아요 보통?

다른 카메라보다 안나온단 소리도 전에 쓰던 카메라 팔고 새로 산 카메라가 전에 쓰던것보다 좀 이상하단 소리인데

이거 증거 대기위해(기존 사진은 증거로 인정도 안해주니까!) 팔았던 카메라 새로 다시 사서 증거 만들어야 하나요?

일개 개인이? 문제제기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게 과연 가능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일개 개인이 센서 민감도 체크하면서

누구에게나 신뢰받을 수 있는 실험조건을 만족시키며 화이트홀 체크하고 DR에 점수먹이고 비교 분석하는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 제기는 그 자체로서 유의미해요. 유저의 레벨이나 증거와 데이터의 유무와 상관없이....


그런데 데이터와 증거 내놓으라 윽박지르고, 그거 없다고 하니 그럼 언급할 가치도 없단 식으로 비꼬고

매도하면....앞으로 문제제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카메라 단점 지적하면 이런식으로 나오는 유저가 존재하는 이유중 하나는 아마 자기도 그거 쓰는데 중고가 떨어지면 안되서일겁니다.(...)

눈앞밖에는 못보는 근시안적 시야죠.

문제제기가 안되는 만큼 문제들은 점점 더 덮어져가고 당장의 중고가격은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나올 카메라들에 문제는 점점 더 누적되어 심해지게 될겁니다.


문제제기 그 자체를 문제삼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문제제기 한 유저가 그걸 다 증명해 내야 한다는 것도 넌센스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이, 커뮤니티가 좋은게 뭔가요..?

제기된 문제에 대해 다양한 부류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모으고 발전시키는데

개중 전문가도 끼고 제대로 된 검증은 이런 분들이 나눠 맡아 하면서

제조사로 하여금 문제를 바로 잡게 하거나 다음 제품에서는 개선되도록 하는 힘이 있다는게 좋은거 아닌가요..?

실제로 국내 캐논 유저들은 그걸 한두번도 아니고 여러차례에 걸쳐 해내왔습니다.


20D냉장고사건. 아빠백통 은하수사건. 1D mk3 AF불량사건. 센서 오일사건. 5D mk2 블랙닷 사건, 7D 시야율사건 등등...

단점을 알아채는 유저, 단점을 증명해 내는 유저, 제조사와 교섭에 나서는 유저, 인터넷을 통해 사실을 널리 알리는 유저등이 자연발생했고

몇몇 경우 캐논 임원들과 만나 단점을 증명하고 사과를 받아내고 시정을 약속받기도 했습니다.

 

지금 현재 캐논 정품 카메라 쓰시는 분들, 센서 청소가 무료죠? 그거 원래 센서 청소 유료화 된적 있었습니다.

근데 센서에 오일이 튀는 쇼킹한 사건이 발생했고...그 오일을 왜 유저가 돈주고 센서청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캐논과 담판을 지은 10명의 유저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 결과, 모든 캐논 정품 바디는 앞으로 영원히 무상 청소를 약속받았고 그대로 실행중인겁니다...이게 한국 유저의 힘, 인터넷의 힘이예요.

그자리에 참석했던 10인중 한명으로서 언제고 이 사건에 대해 별도로 정리 포스팅 한번 해보도록 하죠. ㅋ



여튼 그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건 문제제기자체를 환영하는 당시의 유저 분위기였습니다.

반론도 있고, 사례도 모이고,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분도 생기고 하면서 일궈내었던..우리 모두의 힘이었죠.


문제제기 자체를 비꼬고 매도하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평소 해왔던 생각인지라 좀 길게 썼는데 여튼 요지는 그래요.....

단점을 지적하는 유저에게 증거, 데이터 요구하는건 단점 지적하지 말라는걸 에둘러 이야기 하는 것 밖에는 안됩니다.

자기가 쓰는 카메라, 렌즈의 단점이 개선될 수 있는 좋은 찬스라고 생각하셔야지, 자기 장비 중고가 덜어뜨리는 악재라고 생각하시면 안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