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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사진, 우습게 보고 시작하지 말라.

by 선배/마루토스 201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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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바둑천재 이창호조차도

바둑을 처음 배우고, 프로로 입단하는데 4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그가 초천재라서 가장 빨랐던 축에 든다고 하며

일반(이라곤 해도 프로레벨)적으로 바둑을 배우고 실제로 입단하는 것 자체가

4년 아니라 8년이 걸려도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하죠.

픽션이라고는 하나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조차도 입단 못하고 주저앉았잖아요?



미술은 또 어떤가요.

제대로 미술을 배우려면 미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미대에 들어가서 배울 자격을 갖췄다고 인정받기 위한 미대 입시 준비에만

재능을 타고 난 이들이 고교 3년을 다 바쳐야 들어갈 수 있을까 말까 하고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후에도 4년동안 있는 땀 없는 땀 다 흘려가며 노력해야합니다.

큐비즘의 창시자 피카소도 회화에 있어선 천재소리 듣고 자란 사람이지만

그가 큐비즘을 창시해 내기까진 반평생이 넘는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포토샵을 비롯한 그래픽디자인도 마찬가지..

대학 4년 내내 관련 강의 들어가며 온갖 노력을 해야 나와서 명함 내밀까 말까입니다.

그러고도 현업에서 몇년은 굴러야 비로서 제대로 된 디자이너 소리 겨우 들을수 있죠.



사진 역시 절대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하죠. 미술과 그래픽디자인을 다 할줄 알아야 하는게 요즘 사진 트렌드인데

단순계산만으로도 사진과 4년, 그래픽디자인 4년에 미술 4년, 합이 12년은 해야 하는게 오히려 사진입니다.

그것도 주말에 틈틈히가 아니라 평소에 매진하다시피 해서 말입니다.


우려스러운점은 하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취미로 하다보니,

그리고 그분들중엔 정말 10년 넘게 매진하여 프로 레벨에 이르신 분들도 적지 않다보니

이제 시작하는 분들중 사진을 지나치게 우습게 보는 분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싶은 점입니다.


물론 사진 우습게 봐도 됩니다.

가족사진, 취미사진 레벨에선 그냥 카메라 사서 찍어도 되요. 어려운 공부따위 필요없습니다.


제가 말하는건 그보다 상업레벨의 사진까지도 우습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제 패션온라인쇼핑몰 열면서 오늘 카메라 사서 내일 유명 쇼핑몰처럼 찍으려면 뭐 사면 되냐는 분이라던가..

인테레어업 하시면서 사진기랑 렌즈 사서 모델하우스 카타로그같은데서 보이는 그런 사진 어케찍냐는 분이라던가..

장비 괜찮게 구성하느라 돈 많이 들었는데 벌충하고 싶다, 돌스냅 웨딩스냅 알바같은거 어디서 알아보냐 하는 분이라던가...


이런 분들의 수가 의외로 적지 않은...아니 오히려 상당히 많이 보인다는 겁니다.

생 아마추어인 제게도 그와 관련된 질문이 이래 저래 상당히 들어오는데..그때문에 오늘 포스팅을 적어보게 되었네요.


당연한 말이지만 오늘 카메라 아무리 좋은걸 사더라도 내일 잡지사진처럼 찍을 수는 없습니다.

모델하우스 카타로그 같은거 찍어주기위해 사진사가 알아야 할 것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카메라도 카메라지만 빛과 조명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테리어 사진, 소품사진 제대로 찍는건 요원하죠.

장비좋다고 스냅뛸수 있냐? 절대 아닙니다. 스킬만 좀 있다해서 그럼 가능하냐? 그것도 아닙니다.

아이와..신혼부부와 커뮤니케이션 할 능력 없는 사람은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그거 제대로 찍어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하루 이틀만에 생겨나지 않습니다.

다시말해 저런 프로의 영역을, 프로 대신 자기가 하고 싶다 해서 그게 쉽게 되지 않는단 소립니다...



질문하시는 분들은 보통 달콤한 답변을 원하시죠.

"그거 ㅁㅁ바디랑 XX렌즈 가지고 잘 찍으면 될겁니다" 라던가

"소프트돔에 조명좀 잘 쓰시면 소품촬영 가능해요"라던가....하는요.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입니다.

그 "잘" 찍는게, "잘" 쓰는게.."잘"이라는 말 한마디를 만족시킨다는건 정말 쉽지 않아요.

심지어 프로조차도 자기 주전공 외 사진은 쩔쩔 매는게 사실입니다.


김홍희작가님의 책 나는 사진이다 보시면 제일 첫머리에 그런 말이 나와요.

패션/연예계에서 이름날리는 프로사진작가가 TV에 나와 "언젠간 다큐사진에 도전해보고싶다"고 하자

김홍희작가님이 코웃음을 치셨다는 이야기가요.

한마디로 전공이 다르고 장르가 다르니 아무리 패션쪽에서 날렸다 해도 그게 그리 쉽지 않을것인데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뭐 그런 이야기가 말입니다.

 

프로레벨에서조차 이정도인데...이제 온라인 쇼핑몰 하나 차리시는 분이 사진사 고용 비용 아끼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랑 렌즈 하나 오늘 사서 내일부터 잘~ 나가는 쇼핑몰의 피팅사진처럼 찍고 보정해서 불티나는 매출고를 올린다?

....상업용 사진, 그렇게 우스운거 아닙니다 -_-;;

이미 어느정도 사진에 조예가 있는 분이 독립해서 쇼핑몰 차리고 하는거라면 모를까,

당장 쇼핑몰 운영에 올인해도 될까말까인데 사진공부는 어느세월에 하나요;?

공부 안하고 대충 요령과 팁 몇개만 알면 되는거 아니냐고요?

세상에 사진처럼 정직한 분야도 드물어요. 공부 안하고 대충 요령과 팁 몇개로 날로 먹을 수는 없습니다.

국민세팅이라는거 해서 대충 찍어 올린 사진으로 참이나 매상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_-;;

다른 잘나가는 쇼핑몰의 사진들, 그거 우스워보여도 정작 절대 우습게 볼 레벨이 아닌데 이상하게 우습게 보시더라고요.

장비만 거기랑 같이 하면 똑같은 사진 나오지 않겠냐면서...보정만 거기랑 같이 하면 되는거 아니냐면서..

당연하지만 그렇게 안나옵니다. 네버. -_-;



저런 답변을 다는 사람 입장에서도 사실 마음 편하지 않습니다.

원하시는 답변을 달아드리는건 어렵지 않아요. 크롭바디에 표준줌 사세요~ 조명이랑요-

이렇게 댓글 다는거 달려면 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뭐하나요?

크롭바디랑 표준줌에 조명 하나 샀다고 해서 그분이 다른 쇼핑몰에서 보던 그 사진들 당장 실제로 찍을 수 없다는건

자명한 사실이고 현실이잖아요...


솔직한 답변이 질문자 기분 나쁘게 하는 훈계처럼 보일수도 있고

잔소리처럼 보일수도 있다는것 잘 압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질문자분 기분 좋게 해드리는게 중요한가요, 현실을 직시하시도록 만드는게 중요한가요..?


차라리 욕을 얻어먹는 한이 있어도 후자이길 원하는게 이곳에서의 제 포지션입니다.

그덕에 뭐 욕은 ....아는 분은 아시다시피 엄청나게 얻어먹고 살고있죠. ㅋ


그래서 오늘도 불편한 뻘글 하나 적어봅니다.




사진, 취미로 찍을거면 우습게 보셔도 됩니다.

그러나 상업사진, 혹은 그걸 자기가 대신하여 찍는건 절대 우습게 보시면 안됩니다.





그 말이 하고싶었네요.....

이러니 욕을 얻어먹.....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