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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사진을 대체 왜 찍고있는 걸까?

by 선배/마루토스 201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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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 사진을 왜 찍고 앉아있는거지?"


카메라에 처음 취미를 붙였을 무렵에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질문이었죠.

그냥 찍는게 재미있었으니까...그게 뭐가 되었건 뷰파인더를 통해 보고 담는다는

행위 그 자체가 즐거웠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언젠가부터 아주 약간의 깨달음을 얻었던 저는

사진을 담는다는, 셔터를 누른다는 행위를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자문자답 하는것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사실 90% 이상 두 아이의 사진만을 담는 아마추어가족취미아빠사진사인 저로서는

이 질문에 해당하는 사진이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의 자라나는 모습, 즐겁게 노는 모습과 일상을 찍어 온가족이 다시 보며 그 즐거움을 되새기고

언젠가 이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들의 어렸던 시절을 추억하는 방법의 하나로 삼게 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이

너무도 분명하기때문이죠.


그러나 그런 경우 외에도 셔터를 눌러야하는 경우, 혹은 셔터를 누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며

그때마다 이 질문은 매번 반복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제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들, 혹은 타인의 결혼식을 촬영해주는 경우인데

이경우에도 사실 목적이 굉장히 분명하기때문에 답이 바로 나옵니다.

상대편 가족의 기념비적인 순간, 평생 한번뿐인 행사를 고스란히 담아 그 가족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하고자

사진을 찍어 드리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경우 빼고 저런 경우 빼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쉬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곤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오늘의 짤방으로 사용된 풍경사진같은 경우죠.

저는 제 자신의 목표나 수단, 방법등에 대한 주관이 상당히 강하게 이미 확립되다 시피 한 사람이기때문에

기껏해야 잘 찍은 달력사진정도에 불과할 것이 뻔한 이런 풍경사진을 찍을 일이 생기게 되면

이미 배우고 익힌 바를 활용하여 성심성의껏 최대한 잘 담고자 노력하는 한편으로는

"내가 이 사진 지금 왜 찍고 앉아있지?"라는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곤혹스러워하곤 합니다.


아주 드물게..혹은 평생 처음 가본곳의 사진을 남기는 거라면 스스로에게 "이곳을 추억하기 위해"라는 변명이라도 하겠지만

이미 수차례 방문한 바 있는 남한산성에 또 가서 또 셔터를 누르고 앉아있는 자기 자신에겐

뭐라 변명을 해야 스스로 납득할지를 저 스스로도 모르는거죠.


그 결과는 사진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제가 봐도 참으로 형편없는 사진이예요. 날씨나 뭐 이런거 때문이 아니라.....

"남한산성 맨 남들 다가는 서문 포인트에서 마지못해 셔터 대충 누르고 돌아왔다"는 사실이 역력히 드러납니다.

목적이 없다보니 사진이 주는 임팩트도 없고 인상도 트릿한게 뒤돌아서면 잊혀지기 딱 좋은 디지털쓰레기라는게요.


사실 어렵게 접근 안하고 그냥 쉽게쉽게 접근해도 됩니다.

초기에 제가 그러했듯이.....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가 그게 용납이 안되요.


목적이 있어야 주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주제가 있어야 소재를 선택하고, 소재가 있어야 이야기를 만들수 있는데

아무 목적이 없으면 정말 무슨 낙서와도 같은 사진이 찍힌다는걸 조금 깨달을 시기여서 더욱 그런가봅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매 셔터 누를때마다 진지하게 자문자답 해보시면 어떨까요...?

목적에 대해, 이유에 대해서요.....

땜빵 하다하다 이젠 이런 땜빵 포스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