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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사진 촬영 하러 다니다 만나는 반가운 공감의 순간들.

by 선배/마루토스 201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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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출퇴근하며 매일 지나치는 어느 지하철역을 평소처럼 올라오는데

평소와는 다른 하나가 있었습니다.


튼튼하고 커다란 삼각대를 놓고, 중형도 아닌 대형 린호프 테크니카를 얹어놓은 20대말? 30대 초로 보이는

남자 사람 하나가 릴리스를 손에 쥔채 아예 간이형 의자까지 펴놓고 앉아 멍때리고 있는걸 본거죠.


몇몇 사람들은 카메라를 보자 자신을 촬영하는건 아닌지 기겁을 하기도 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하면서 그 사람에게 눈을 흘기고 지나가기도 했지만


지하철 계단을 다 올라와 잠시동안 그 사람을 지켜본 저는 작은 동질감을 느끼며 문득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기다리면서 지우고 있구나, 사람들을...'


필경 그는 F64클럽만큼이나 조리개를 조이고, 무브먼트 잘 조정해놓고, 높은 숫자의 ND필터를 끼우고

초장노출-아마도 최소 몇십분에서 몇시간 까지의-로

엄청난 숫자가 오고가는 그 지하철 역 입구에서 사람들을 지우고 있었을 것입니다.

시간과 방향으로 미뤄보건데 거기에 태양이 떠오르는 궤적을 합치고 있었겠죠.

자기가 찍히는건 아닌가 하는 몇몇분들의 우려는 그냥 기우입니다 이경우엔. 구조물을 제외한 모든건 담기지 않죠.

 

그를 보고, 그가 하고있는것이 무언지 알게 되는순간

같은 것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그 작은 동질감이 잠시동안 저를 미소짓게 한거죠.

 


사실 이런 작은 동질감, 작은 공감을 얻게 되는 소소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돌스냅을 찍으러 나갔을 때, 같은 타임에 다른 돌잔치 사진을 찍는 기사분을 흔히 만나게 됩니다만

개중에는 저로 하여금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몇몇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분들의 카메라나 렌즈에서 동질감을 느끼는게 결코 아닙니다. (......)

그분들의 경우는 잘 보면 계절에 상관없이 어느정도 단정한 옷차림에

아이 어르고 달래고 하느라 입가에는 침이 마르고 이마에서는 땀이 뻘뻘 흘러내리는데도

얼굴에는 항상 환한 미소가 떠있거든요.

힘든데, 힘든 것 이상으로 첫번째 생일을 맞이한 아이를 잘 담아줘야 겠다는 의무감과

아이가 자기 아이도 아니지만 예쁘게 찍어주지 않고는 못배길만큼 귀여워 죽겠다는 마음가짐이 표정에서부터 나타납니다.


촬영 다 마치고 나면 지금 당장 뻗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만큼 정말 열과 성을 다해 혼을 불태우며 찍는..

그런 분들만큼은 아니어도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는 입장에선

그런 분들을 만날때 드는 동질감은 작은 공감과 더불어 책임감에 대한 좋은 자극제가 되어줍니다.

 

그 외에도 적지 않죠.


놀이공원에서 무거운 DSLR카메라와 백팩 짊어지고도 아이 목마 태워주며 하하하 웃는 다른 아빠와 눈이 마주칠 때,

재개발하는 금호동 뒷골목을 카메라 들고 지나가다 길고양이 찍겠다고 꼬시고 앉아계신 노진사가 돌아보실 때,

어떻게 알았는지 1년에 3번도 없을 멋진 저녁노을이 지고있는 날을 놓치지 않고 남한산성 서문에 모인 다양한 사진사들이 서로를 돌아볼 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에게 공감하며 작은 미소를 띄우고 인사하게 되어있습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간간히....우리는 그렇게 서로 공감하죠.

 

아 물론 공감은 커녕 분노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아니 오히려 더 많다고나 할까...

 

청계산 오르는 길에서 가지 꺽어 화각 확보하고 있는 조류사진사를 보았을 때,

동네 공원의 연꽃 근처에 흐르는 무지개색 오일을 보고 부동액 뿌리며 찍고 갔구나 하는걸 알아차릴 때,

저번에 산책할 때 보았던 망태기 버섯만 다음에 카메라 들고 와버니 사라져있을 때,

출사지로 이름난 어떤 폐역에 빼곡하니 무질서하게 주차된 사진사들의 차량들을 볼 때,

서울시청 갔는데 혼자 잘났다고 잔디밭 보호선 넘어에 꼬마 앉혀놓고 찍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등등...

 

공감하기조차 싫은 경우들은 오히려 흔하게 봅니다.


그러기에 오히려 공감하는 분들을 만나면 괜히 더 반가운 마음이 드는게 아닐까 싶어요...

 

부디, 앞으로도 공감하고 가볍게 인사하며 미소짓고 돌아설 수 있는

그런 아마추어/프로 사진사분들을 많이 만나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