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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패러디 -DSLR 캐논 버젼-

by 선배/마루토스 2006.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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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은 남대문에 살았다. 곧장 남산밑에 닿으면, 숭례문 옆에 오래 된 지하상가가 서 있고, 상가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 칸 지하방은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생은 사진찍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 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사진을 팔지 않으니, 사진질을 해서 무엇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사진질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결혼촬영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결혼촬영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되팔이질은 못 하시나요?"

"되팔이짓은 밑천이 될 장비가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사진만 하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결혼촬영일도 못 한다, 되팔이도 못 한다면, 도촬이라도 못 하시나요?"

허생은 창을 닫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사진질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이제 칠 년일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뇌이보로 나가서 시중의 지식인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서울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변씨(卞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변씨의 집을 찾아갔다. 허생은 변씨를 대하여 길에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백억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변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수표를 내주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점퍼에서 거위털이 빠져나와 너덜너덜하고, 구두의 뒷굽이 덜렁덜렁하고, 더러운 모자에 양말도 신지 않고,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으며, 그저 어깨에 FM2룰 걸쳤을 뿐이었다. 허생이 나가자, 모두를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백억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변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은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백억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는냐?"


허생은 백억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남대문과 충무로 거리로 갔다. 남대문과 충무로는 새장비를 사고파는 모든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신품일안(一眼)을 모조리 두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신품일안(一眼)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중고일안(一眼)을 쓰지 않고서는 사진을 못 찍을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일안(一眼)을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백억으로 온갖 일안(一眼)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넥 스트랩, 핸드스트랩, 렌즈캡 따위를 모조리 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사진기를 죄다 손으로 들고 다녀야 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스트랩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허생은 늙은 장사치를 만나 말을 물었다.
"밖에 혹시 다른 사진을 올릴만한 사이트가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오타가 나서 이상한 사이트에서 링크를 타고 줄곧 가다 보니 어떤 빈 사이트에 닿았습지요. 아마 개인사이트와 영리사이트의 중간쯤 될 겁니다. 웹이점영의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어 트랙백과 태그를 붙이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장사치가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링크를 타고 타고 가서 그 사이트에 이르렀다. 허생은 사이트맵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스토리지가 천 테라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서버랙이 없고 트래픽제한도 없으니 단지 갤러리는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사이트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하신단 말씀이오?"
장사치의 말이었다.
"덕(德)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덕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애수애루알 구락부에 수천의 유저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포럼에서 게시판을 신설하고 새롭게 서비스를 개시하였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자게에서의 활동도 활발히 행하지 못하여 고달픈 상태였다. 허생이 자게의 인지도 높은 모임을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천 명이 천 개의 게시물을 올리면 하나 앞에 리플이 얼마씩 돌아가지요?"

"일 인당 세개안팍이지요."

"모두 츠자가 있소?"

"없소."

"찍어둔 사진은 있소?"

유저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올릴 사진이 있고 츠자가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자게인이 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츠자를 얻고, 사진기를 사고, 포럼에서 활동하며 사진과 정보를 올리지 않는가? 그럼 자게인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쌍쌍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신고당할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장비가 없어 못 할 뿐이지요."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사진질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남대문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트럭이 모두 장비를 실은 차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허생이 자게인들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자게인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자게인들이 남대문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허생이 수십대에 장비를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허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님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힘껏 짊어지고 가거라."

이에, 자게인들이 다투어 장비을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원두막과 백통 열개 이상을 지지 못했다.

"너희들, 힘이 한껏 백통 열개도 못 지면서 무슨 자게질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포럼민이 되려고 해도, 이름이 자게의 출석부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바디와 백통을 가지고 가서 츠자 하나, 평생모델을 거느리고 오너라."

허생의 말에 자게인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허생은 몸소 사람들이 활동할만한 게시판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자게인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불러다가 그 빈 사이트로 들어갔다. 허생이 자게인을 몽땅 쓸어 가서 구락부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그들은 장비를 써서 사진을 찍고, 평생모델과 엣세이를 썼다. 본래 사진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보배같은 사용기와 작가들 뺨치는 사진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마침 디씨가 사업을 크게 벌렸다 실명제로 망해 사람들이 orz하고 있을때 혜성같이 나타나 이들을 구제하고 모두 받아들여 크게 성공했다.


허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자게인과 츠자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의들과 이 사이트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富)하게 한 연후에 따로 등급제를 만들고 철저하게 악플을 막고자 하였노라. 그런데 스토리지가 좁고 덕이 엷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하고는 벌어들인 금은중 십조원에 해당하는 금은을 바다에 던져버리며 "이만한 외화가 단숨에 나라로 흘러들어오면 가뜩이나 혼란한 국가경제가 흔들릴 것이다. 나중에 바다가 마르면 건져갈 이가 있으리라"하고 나라로 돌아왔다.


허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여 사진찍을수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돈이 십조원이 남았다.
"이건 변씨에게 갚을 것이다."

허생이 가서 변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변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백억원을 실패 보지 않았소?"


허생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에르쥐같은 장사치들 일이오. 백억원이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십조원을 변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사진질을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백억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변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허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에르쥐상사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변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허생이 남대문 옆으로 가서 조그만 지하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남대문 시장에서 건어물 파는 것을 보고 변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지하방이 누구의 집이오?"

"허 생원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사진질만 좋아허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변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허씨라는 것을 알로, 탄식하며 돌아갔다.이튿날, 변씨는 받은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허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십조원을 버리고 십억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양식이나 떨어지지 않고 가장 싼 일안(一眼)이나 쓰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변씨가 허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씨는 그 때부터 허생의 집에 양식이나 일안(一眼)이 고장날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핫셀이나 롤라이를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술병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변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십조원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허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한국이란 나라는 일견 커보이는 듯 하나 사진기에 관계된것은 용산과 남대문과 충무로에 집중되어 있소. 무릇, 사진기가 비싸보여 백억으로 독점하기 어려워 보이나, 일안사진기는 사실 본체와 렌즈와 광원과 주변품중 하나라도 없으면 당장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복합제품이니 백억으로 한가지 물건만 구입하여 매점한다면 못할것이 어디 있소. 만약 에루쥐같은 속된 상사들이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백억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허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백억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십조원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겠소? 이미 백억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변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사무송에선 자체적으로 일안을 만들어 그동안 왜놈들의 사진기를 사용해야 했었던 굴욕을 씻고 국산사진기를 만들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어찌 거기에 힘을 보태주지 않으시는지요"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광학이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지라. 사무송이 거금을 투자하여 연구개발한다해서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기는 힘든 것이오. 세계를 둘러보오. 이름난 광학회사가 몇이나 되는지 세어보면 열손가락 안에 능히 셀수 있소. 이것은 광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반증하는 것이라오. 사무송이 진정 사진기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저가제품도 좋지만, 능히 세계에 자랑할만한 광학기술과 공학기술이 집결된 플래그쉽이 필요하다오. 나는 다만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구왕의 머리를 살 만하였으되 바닷속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변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변씨는 본래 캐논코리아 사장 이씨와 잘 아는 사이였다. 이씨가 캐논코리아 사장이 되자 변씨에게 경영이나 마케팅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 사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이 사장은 비서들도 다 물리치고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변씨는 이 사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허생을 보고 이 사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변씨는 이 사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 사장이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이 사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캐코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노트북을 꺼내 프레젠테이션하려 했더니,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피티가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자리에 있느냐?"

"사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캐논의 신임받는 중역이로군. 내가 수티분 잡수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본사회장 미타라이께 아뢰어서 삼고 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이 사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이 사장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용팔이와 태팔이와 남팔이들이 이제 새로 장비를 구입하는 사람들을 앞다투어 속여먹으며 물건을 팔고 가격비교사이트는 허위정보로 가득차 버려서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지 알수없는데, 너희 대리점에서는 터무니 없는 가격을 내세워 사람들의 구입을 원천차단하고 있으니 이를 즉시 시정할 수 있겠는가"

이 사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사진을 찍고자 하면 우선 핀이 맞지 않고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너희는 핀도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판에, 사람들이 이를 교정해 달라 하면 한달 두달씩 기다리게 하고 게다가 내수에는 따로 돈까지 받으니 어찌 사람들의 원성이 끊이겠는가. 또 도난품이 발생하여도 등록번호를 조회하여 주지 아니하니 사람들이 사진기를 잊어버려도 너희를 믿고 의지할 수가 없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수와 정품의 가격차가 심하여 사람들이 정품을 멀리하고 내수를 가까이 하게 되니 이는 오직 소수 장사치들의 이득일 뿐이고 너희의 손해일 뿐만아니라 천하에 무엇하나 보탬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도다. 너희는 즉시 정품의 가격을 내수수준으로 낮추고 내수와 정품의 차별대우를 멈춘다면 사업이 번창하고 후대까지 널리 칭송되며 손이 민홀타와 삼탁수, 일광등 다른 회사들이 감히 범접치 못할 점유율을 지니게 될것이다."

이 사장은 힘없이 말했다.

"핀 교정소가 한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맡기는 즉시 핀교정이 가능할 수가 있겠습니까? 또, 도난품을 저희에게 문의하게 되면 여러모로 번거로워져 업무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정품은 세관절차가 복잡하고 유통경로가 많아 도저히 내수수준의 가격으로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에이에수라는 것이 무엇이냐! 사람들이 장비를 사용하다 이상이 생기면 바로 대처해주는 것이 옳은 자세이거늘 자신들이 편하고자 교정소와 수리소를 늘리지 않고 차일 피일 미루며 사용자를 기다리게 하면서 변명이나 하다니! 게다가 어차피 모든 제품에 일련번호를 써두고 이를 보관하고 있으면서 조회해주는 것을 귀찮아 하다니 그러고도 장비를 팔아먹을 생각을 한단 말인가. 세관절차가 복잡하고 유통경로가 많으면 나라에 규제를 완화해줄것을 요청하고 유통경로를 개혁하여 마진을 줄일 생각은 못하면서 딴에 한 회사의 사장이라 한단 말인가? 내가 세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점유율을 늘릴 생각이 있단 말인가? 광학잡음이 좀 적고 일대일 본체좀 있다고 이다지도 안하무인일수 있단 말인가. 너같은 자는 당장 사표를 써야 할것이며 자게에서 웃음거리가 되어야 할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사진기를 찾아서 찍으려 했다. 이 사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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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개편으로 인해 스킨탓인지 조금 이상해져서 다시 올리며 약간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