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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저작권을 둘러싼 케나와 대한항공의 다툼, 그 결과.

by 선배/마루토스 201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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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화제가 되었었고 저도 포스팅을 한 바 있는 솔섬 관련 대한항공과 마이클 케나간의 법정공방이 일단락되었습니다.

뉴스를 통해 대한항공이 승소했으며 케나가 졌다는 사실을 이미 많은 분들이 접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렇게 간단한 사건이 아닙니다.

"자연이 어떻게 개인것이 되느냐" 하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소송의 핵심은

그런것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케나도 솔섬이 자기것이라는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어요.

이 소송을 제기한 케나의 주장중 핵심은 이런겁니다.


"그 솔섬에 대해 내가 찍은 이러이러한 사진이 있는데,

대한항공이 광고에 사용한 사진은 암만봐도 내 사진과 너무 흡사하다.

대한항공은 예전 나와 전시회도 같이 진행한 적도 있어 분명히 내 사진의 존재를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적절한 댓가를 지불하고 내 사진을 사용하는 대신, 내 사진과 매우 흡사한 아마추어의 사진을 가져다가

광고에 사용했는데 그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내 사진과 내 이름을 우회적으로 사용한 저작권 침해 행위이다.

올바른 사진문화와 저작권의 보호를 위해 나는 이 문제를 법에 묻고자 한다.

단, 모든 사진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촬영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

일부 사람들은 내 뜻이 다른 어떤 작가도 거기서 (솔섬)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건 말도 안된다. 대한항공에서 사용한 사진은 정말 멋지고,

그 사진을 촬영한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솔섬에 가서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를 원한다."

 

 

Pine Trees, Study 1, Wolcheon, Gangwando, South Korea, 2007 이 사진의 저작권은 상기 인물과 공갤러리에 있으며 이 포스팅에서는 사실전달을 위한 목적으로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뭐 이러한 것도 문맥그대로 다 믿을수는 없는 노릇이죠.

실제로 케나는 이 소송을 제시하면서 국내에서 전시회를 개최했고 소송과 관련된 뉴스의 유명세를 타는

노이즈 마케팅을 해서 이기던 지던 본전은 찾았을 거라는 비아냥이 나오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몇달간에 걸친 법정에서의 논의가 끝나고 3월 27일 그 결과가 발표났습니다만

누가 이기고 졌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겼고 어떻게 졌는가"입니다.


앞으로 누가 제 2의 케나가 되고 누가 제 2의 대한항공이 될지 미리 알기 위해서는 말이죠.


그래서 이 부분은 판결문 원문을 그대로 옮기고자 합니다.

 

김성필(헤르메스) 이 사진의 저작권은 상기 인물과 대한항공에 있으며 이 포스팅에서는 사실전달을 위한 목적으로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원고(케나)는 물에 비친 솔섬을 통하여 물과 하늘과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앵글이

이 사건 사진저작물의 핵심이고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은 사진저작물의 모든 구성요소

즉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이 사건 사진저작물과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바,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이 이 사건 사진저작물의 표현 중 아이디어의 영역을 넘어서

저작권으로 보호가 되는 구체적으로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형식 등을 복제하거나 이용하여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 저작물에 해당하는가에 대하여 살펴본다.


 
 ① 동일한 피사체를 촬영하는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연물이나 풍경을

어느 계절의 어느 시간에 어느 장소에서 어떠한 앵글로 촬영하느냐의 선택은

일종의 아이디어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는 점.


 ② 비록 이 사건 사진저작물과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이 모두 같은 촬영지점에서

‘물에 비친 솔섬’을 통하여 물과 하늘과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

전체적인 콘셉트(Concept)나 느낌이 유사하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자연 경관은 만인에게 공유되는 창작의 소재로서 촬영자가 피사체에 어떠한 변경을 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표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전체적인 콘셉트나 느낌에 의하여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저작자나 예술가의 창작의 기회 및 자유를 심하게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③ 이 사건 사진저작물은 솔섬을 사진의 중앙부분보다 다소 좌측으로 치우친 지점에 위치시킨

정방형의 사진인데 반하여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은

솔섬을 사진의 중앙 부분보다 다수 우측으로 치우친 지점에 위치시킨 장방형의 사진으로,

두 사진의 구도 설정이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④ 빛의 방향은 자연물인 솔섬을 찍은 계절과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선택의 문제로서 역시 그 자체만으로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진저작물과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은 각기 다른 계절과 시각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진저작물은 늦겨울 저녁무렵에,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은 한여름 새벽에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⑤ 나아가 이 사건 사진저작물의 경우 솔섬의 좌측 수평선 부근이 가장 밝은데 반하여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은 솔섬의 우측 수평선 부근에 밝은 빛이 비치고 있어

빛의 방향이 다르고 달리 두 저자가물에 있어 빛의 방향이나 양의 조절이 유사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⑥ 비록 두 사진 모두 장노출 기법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사진저작물의 경우

솔섬의 정적인 모습을 마치 수묵화와 같이 담담하게 표현한 데 반하여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의 경우 새벽녘 일출 직전의 다양한 빛과 구름의 모습,

그리고 이와 조화를 이루는 솔섬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위와 같은 촬영방법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상이한 점.


 ⑦ 그 밖에 카메라 셔터의 속도,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

유사점을 내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들고 있는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진저작물과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상이 판결문의 핵심내용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제 독해능력에 큰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는 전제하에 제 생각을 밝히자면,

첫째. 자연경관과 풍경을 담은 비슷한 사진은 저작물로 인정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점.

둘째. 그것을 인정할 경우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는 창작자의 권리보다 이로 인해 침해받는

다른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피해가 더 크다는 점.

셋째. 포맷(화면비), 구도, 빛의 방향, 계절, 노출, 색등이 다르면 다른 사진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


이것이 판사님이 이 판결을 내리며 하신 생각의 요체라 보여집니다.


케나의 사진을 복사해서 썼다면 모를까, 아예 케나 옆에서 케나랑 거의 똑같이 찍고

구도, 노출, 색 조금 바꿔서 쓴다면 (혹은 아예 바꾸지 않아도 거의 무방...)

그걸 케나 사진 대신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해도 OK라는 의미를 이 판결은 지닙니다.


사실 3,4,5,6,7은 사족이고 1,2가 핵심이죠.

 

이 판결은 다른 판결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동시에 미칠 것입니다.

특히나 사진의 저작권에 대한 최신 판례로서 앞으로 사진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하나의 법적인 가이드라인으로서 작용하게 될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먼저 좋은 점은 역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았다는 점입니다.

설령 여러분 이전에 그 어떤 대가가 그 얼마나 멋있는 사진을 그 어떤 곳에 가서 담아와

전시회를 하고 광고에 쓰고 책을 내고 했던간에 상관없이,

여러분은 그 대가의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얼마든지 찍고 얼마든지 다양한 용도로(상업적 용도를 포함해)

사용하실 수 있다는 것이 이 판결의 좋은 점입니다.


나쁜 점은, 여러분이 설령 어떠한 새로운 전인미답의 자연경관이나 풍경을

여태까지 없었던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담았다 할지라도

여러분의 사진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그와 비슷한 사진을 찍어와 여러분의 사진 대신 헐값에 판다 할지라도

제지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아예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아니, 애초부터 없었죠 네)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한 댓가로

진짜 창조적인 그 어떤 것을 최초로 시도해보고 담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욕이 저하되고

시도 자체를 하지 않게 되는 부작용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사람들이 흉내내면 흉내낼수록 오리지널의 가치가 반대로 더욱 올라갈 소지도 있고요.

 

좋건 싫건간에 법은 법이고, 판결은 판결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법치국가예요. 다수의 시민이 선거를 통해 대리인을 뽑아 그 대리인들의 합의로 제작된 법을 지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국가이기 때문에....만약 이 법이 마음에 안든다면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입법기구인 국회에 들어가 관련된 법을 고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투표를 잘하고 그 법이 통과될 수 있을만한 다수의 인식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해당 법을 개정, 변경한 연후에야 비로서 그것이 국민 모두가 지킬 규칙으로서 자리잡을겁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길고 요원한 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될지 안될지조차 알 수가 없는 일이죠.

당장 국K1 파이터들중에 이런데 관심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것이며,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인데

이런걸 공약같은걸로 내세울 사람도 그거 기억하고 뽑아줄 사람도 사실상 없을거라고 봐야 할겁니다.


따라서 한동안, 혹은 아주 오랜 기간동안 이 판결은 사진의 저작권과 관련된 판례로서 기능할 것입니다.

그에 대해 이 판결이 부조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일개 아마추어 취미 사진사에 불과한 제가 할수있는 저항은

"남들이 남의 풍경사진 실컷 흉내내건 말건, 나는 only one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남의 흉내를 내지 않는 것을 긍지로 삼는 아마추어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저작권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댓글이 100개 넘게 달렸었지만

이제 그 많은 논의가 무색케 되었으니 좋은일인지 나쁜일인지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업들은 참 환영할만한 판결이겠지만요.


저는 그저 제 양심에 비춰 부끄러움 없는, 도덕과 예의를 지키며 저만의 길을 가고자 노력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