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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OMIC

겨울왕국(Frozen), 그리고 Let it Go에 대한 이야기.

by 선배/마루토스 201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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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아니 전세계를 뒤흔든 흥행돌풍, 장안의 화제만발의 주인공이었기에

오히려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진정도 좀 되고, 제 생각도 정리가 좀 되어

오늘은 이 작품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여태까지 디즈니에 없었던 엘사라고 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는

실은 이 작품을 보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캐릭터예요.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렛잇고 노래 가사로 너무나 깔끔하고 멋지게 축약된 이 테마-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어른과 아이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겪어왔던 이야기였으니까요.


바로 그 "착한 아이"라는건 사실 나라에 따라, 국가에 따라, 사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범세계적인 공통점을 하나 지니죠.


그건 바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것입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가 되는 것, 행실이 바른 아이가 되는 것, 맡은 일을 잘 해내는 아이가 되는 것,

센스있고 옷도 잘입으며 평균이상의 외모를 지니는 것, 사회성이 높은 아이가 되는 것...등등...


그런 아이를 우리는 "Good Girl, Good Boy"라고 지칭하니까요.

사실 꼭 아이로 좁혀서 이야기 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어른들 역시 매한가지니까 말이예요.

그리고 오히려 그게 더 엘사에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공감하게 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그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죠.


엘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가 지니고 태어난 마법의 힘을 잘 제어하지 못합니다.

안나를 다치게 함으로서 그 위험함을 자각하는 순간, 그녀는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었고

자신이 지닌 재능을 저주로 받아들이게 됨으로서 오히려 그 제어력을 잃어버리고

제어가 맘대로 되지 않아 우울함으로 치닫는 감정은 더욱 그녀를 구석으로 몰아넣죠.


우리 보통사람들 역시 그녀와 다르지 않습니다.

꾸준히 노력 하는것 자체도 원래 재능이예요. 예전 어른들은 재능은 없어도 성실하네 어쩌네 그러셨었지만

그 성실또한 재능의 하나입니다. 그걸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가지고 태어나지 못해 가지려고 애를 쓰는 사람도 있는건데 어른들은 그걸 알아주질 않아요.

그리고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외부요소들은 우리가 하는 그 노력을 방해합니다.

집안이 가난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수도 있고 태어나길 추남, 추녀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부모님을 잘 만나지 못해 바른 행실 제대로 익힐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도 있고

착하게 살고 싶었으나 세상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 아이들조차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거죠. 엘사가 그랬듯이...

그래도 어느정도 연기를 할 수는 있습니다. 1등은 못해도 이악물고 2등, 3등은 몇번 해볼 수도 있고

노력에 정말 재능이 없지만 노력 하는 척 연기를 해 볼수는 있으며

정말 마음에 안드는 아이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보고자 애를 써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다 파국이 옵니다.

더이상 2,3등도 못해보게 되는 순간이...노력하는 척만 했다는걸 들키는 순간이...

아무리 애써봐도 도저히 사이좋게 못지내고 싸움으로 번지는 순간이...

부모님의 싸움이 마침내 이혼이라는 형태로 마무리되는 그런 순간이....누구에게나 찾아왔고, 또 찾아옵니다.

 

엘사는 그 시점에서 모든걸 다 내던지고 일탈합니다.

산속에 홀로 들어가 자기가 지녔지만 억눌렀던 힘을 마음껏 개방해

자신만의 성을 쌓고 당당하게 외쳐요.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no right, no wrong, no rules for me

I'm free!!"


누가 뭐라하건간에 신경쓰지 않겠어. 옳고 그림과 규칙도 내겐 필요없어. 나는 자유야!! 라고요.

그리고 한마디 더 외칩니다.


"You'll never see me cry" - 내가 우는 모습따윌 보일줄 알아! 라고 말입니다.

 

 

엘사의 이 외침은 어른 아이 할것없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큰 울림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도 그러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혹은 우리도 시도해 보았던...바로 그 외침이

이 작품의 핵심중의 핵심이고 만인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힘의 원천이예요.

 

물론 그녀는 저 시점에선 사실 자유롭지도 못했고,

심지어는 우는 모습"따위"까지도 보이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그랬듯이요.

그러나 그 대신, 그녀는 일탈이 아닌 현실로 돌아옵니다.

자신을 제어해 내고, 자기에게 주어진 여왕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받아들어요.

그건 그녀의 주변인물들이 그녀를 먼저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동생인 안나를 비롯해서 신하들과 시종들과 국민들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그녀의 모습을 받아들였기에

그녀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거예요.


물론 현실은 종종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보다 미술이 더 하고싶었다던가, 음악이 더 하고싶었다던가 해서 모든걸 다 떨쳐버리고

그길로 가는 사람을 부모님을 비롯한 다른 주변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아요.

받아들여 준다 하더라도 성공의 길은 지난합니다. 오히려 Good Girl이 되는게 더 쉽지...


그렇기에 우리 부모님들도, 보통 어른들도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착한 아이가 되라고 하는겁니다.

그게 가장 쉽고 보편적인 무난한 성공으로의 길이니까....

그래서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는 그러면서 어른이 되고,

어른은 아이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도돌이표처럼 반복해요.

 

Let it Go라는 노래는 그런 우리 모두에게 그래서 의미가 있는 노래가 됩니다.


엘사가 산중에서 홀로 주먹 불끈 쥐고 혼의 외침을 담아 부르는 이 노래의 가락과 가사는

그 상황과 맞물려 여태까지 유래가 없을 정도의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거죠.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 그리고 캐릭터에 대해서, 노래에 대해서

나름의 분석을 하신 분들의 수는 셀수없이 많습니다.


기존의 디즈니 캐릭터 및 작품들과의 비교로 차별성을 찾으시는 분들도 계셨고

픽사와의 합병이 이제 꽃을 피웠네 하는 분석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랬지만

 

사실 그런건 전 아무래도 좋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몇번 반복해서 보면서....그냥 이 작품은 이 작품 자체로 아주 맘에 들었거든요.


왜 그리 내 맘에 든건지를 풀어서 적어본것뿐이지,

성소수자를 대변한다느니,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가 들어있다느니.....이런걸 따지고 싶진 않았어요.

 

 

아.....쓰고나니 속이 후련해지네요. 블로그라는게 이런때 좋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