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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끌어당기는 사진의 힘, 어디서 나오나?

by 선배/마루토스 201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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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다른 분들의 사진을 보고 나름 평가하는 기준중의 하나는 [시간]입니다.

현대 인터넷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이미지를 접하고 있으며,

각 이미지에 대해 할애하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 속에서 이러한 sns나 게시판, 블로그등에 사진을 올리고 또 올라오는걸 보고 할 때

제가 나름의 기준으로 삼는게 제가 그 사진을 보는데에 어느정도의 시간을 할당했는가를 보는거예요.

제 사진을 포함해서 정말 어지간한 이미지는 1초를 넘기지 못합니다.

반면에 10분도 넘게 멍하니 보고 있게 되는 놀라운 사진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도대체 그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지 하는 생각으로부터 제 사진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이후 어떻게 해야 보는 사람의 시선을 1초라도 더 자기 사진에을 붙들어 놓을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과 고찰을 해왔고 또 해오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어떤 사진을 보았을 때 저의 시선이 고정되는지,

그 사진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되는지를 연구했는데 지금까지 얻은 결론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주제를 효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주 피사체와, 그것을 보조하는 부 피사체가 ...존재해야 합니다.  


둘째, 주피사체로부터 부피사체, 그리고 백그라운드와 광원과 그림자등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동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구도여야 합니다.

한번 보고 마는 사진과, 지긋이 시선이 따라가며 음미하는 사진의 결정적 차이는 시선이동이 사진내에서 일어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거든요.

흔하디 흔한 아웃포커싱 잔뜩 된 인물만 덜렁, 꽃만 덜렁 있는 사진이 오래동안 시선을 끌기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있습니다.

응? 나는 주피사체 하나만 있는 사진인데도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하시는 분들 계실텐데, 그런 경우 예외없이 주 피사체에 대한 디테일이 뛰어나

주피사체 내애서 시선의 이동이 다양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일겁니다.

디테일이 있다면 주름살에서 주름살로, 수염에서 머리카락으로 손에서 담배로, 담배에서 연기로 연기에서 눈으로...시선이동을 유도해 낼 수 있는 고수분들이 계시긴 하죠. 부럽....


셋째, 그리고 그 결과, 한편의 이야기가 보는 사람의 머리속에 만들어지게 한다면

그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보는 사람의 머리속에서 작성되는 시간만큼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게 됩니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서, 어떻게 되었다...이런게 보는 사람 머리속에서 만들어지려면 재료가 있어야 해요.

그런 재료를 효율적으로 잘 구성하고 배치할수록 시선을 오랫동안 잡아둘 수 있다는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홀라당 다 보여주는 것도 그리 좋은 생각만은 아닙니다.

적당히 감추고, 적당히 덜어내어 상상할 수 있는 여지와 거기에 걸리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다 감추고 다 덜어내면 상상할 껀덕지가 없어 오히려 시간은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눈내리는 날에 눈 내리는걸 보여주겠다고 허공에 눈 내리는거 덜렁 담으면 거기에 무슨 상상의 여지가 있고

시선을 붙잡아 둘 껀덕지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눈내리는 날에 마당에 앉아있는 개의 머리 위로 소복히 눈이 쌓여있는걸 담아낸다면,

아...저 개의 머리에 저만큼의 눈이 쌓일만큼 함박눈이 엄청 오고있는 상황이구나.....하는걸 상상해 낼수 있는 힘이 우리에겐 있거든요.

그리고 그 생각을 해 내는 시간만큼, 시선은 사진에 고정되며 개가 뭐하는지, 어디보고있는지...개밥그릇에 뭐담겨있는지..

이런걸 추가로 보게 만드는겁니다.

사진학과에서 교수님들이 흔히 내어주는 숙제중 하나가 사물을 하나 정해주고 그거 담아오라고 하는게 있어요.

예를 들면 자전거다! 이러면 학생들에게 자전거를 담아오라고 과제를 내어주죠.

그래서 자전거 카탈로그에 나올법한 멋진 사진 담아가면 교수님이 허허허 하고 웃으며 F를 주시게 됩니다. (......)

왜냐면 교수님이 그런 과제를 내어주시는 진짜 이유는 '자전거'라는 객체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 '부분'을 생각하여 찾아내고

그 '부분'만 살짝 보여줌으로서 '전체'를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시기 위해서거든요.

 

다른 예로 제가 보고 충격을 먹었던 사진 하나를 더 이야기 해보고 싶네요.

그 사진의 제목은 '마라톤'이었어요.

그런데 사진에는 그냥 맨발 하나 달랑 찍혀있었습니다.

맨발이 물 웅덩이를 밟아 좌 우로 물방울이 촥 튀는 장면이었고 그 뒤로는 아웃포커싱 된 다른 운동화 신은 발들이 보였어요.

 

세상에.....사진사는 그냥 맨발 하나를 담았을 뿐인데 보는 저의 머리속에는

전날 비가 온 후 갠 흐린 날에 마라톤 대회에서 운동화를 신고 질주하는 선수들 가운데에 이봉주 선수처럼

신발 벗고 맨발로 이를 악물고 달리는 한 선수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심지어는 포즈까지도....흔들리는 손의 모습과 표정까지도 연상이 되더군요.

그냥 맨발 하나만 담겨있을 뿐인데!! 실로 기가 막힌 한장이었습니다.

정신차려보니 한 1분동안 그사진 하나만 보고 있었더군요. 그러고도 여운이 한참동안 남았었습니다.

 

이런게 바로 시선을 끄는 힘이고, 상상을 만들어 내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진이 아닐까요?

자기 사진을 볼때도 그래서 남들이 1초만에 지나쳐버리는 이미지에 불과할지,

못해도 10초쯤은 봐줄만한 이미지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그래서 존재합니다.

사진을 평가하는 기준중의 하나가 시간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거라고 생각해요...

총체적 기준의 하나로 [시간]을 이야기 하긴 했습니다만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건 그보다 훨씬 깊고 높은 경지예요.

그 결과가 보는 이들의 [시간]을 빼앗는 힘으로 나타난다는 거죠.

 

뭐 어디까지나 제 기준의 생각이며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ㅠㅠ

그냥 그런 경지를 꿈꾼다는 거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