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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내공 향상을 위해 나만의 과제를 내어보자!

by 선배/마루토스 2014.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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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을 사실상 독학을 했습니다.

뭐 따져보면 주변의 모든 분들이 다 스승이라 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누구 한분 딱 붙잡아 모셔놓고 기초부터 고급까지 줄줄이 받아적으며 제대로 배운게 아닌,

책과 인터넷상의 정보를 바탕으로

안되면 왜 안되는지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통해 증명해 내는 과정을

될때까지 무식하게 -_-;; 반복함으로서 사진을 익혀왔거든요.

아마 저 말고도 사실 다수의 분들이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면 그때그때 자기에게 부족한게 무엇인지 알기가 힘들고

그 수준에서 한단계 더 위로 올라가고자 한다면, 표현력을 한단계 더 상승시키고자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부분이 클겁니다.


그래서 제가 나름 강구한 방법은 스스로에게 과제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게 흔히 보이는 '풍경' '노을' '인물' '스냅'...이런 류의 과제는 아니었고 조금 다른 것들이었거든요.


오늘은 개중 특히 기억에 남는 과제들 몇가지를 이야기 해 보고 싶네요.

혹시 또 모르잖습니까? 제가 겪었던 과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런지도....ㅎㅎ

 

제가 초기에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과제중 하나는 '물'을 찍는 것이었어요.

사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중에 '물' 그 자체를 찍은 사진은 솔직히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 방울방울을 찍던가...반영을 찍던가...거의 이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순수하게 '물'을 촬영해서 무언가를 표현한 사진은 가뭄에 콩나듯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꽃잎이나 수도꼭지, 처마밑의 물방울 말고, 비오는날 빗줄기 말고...

반영의 수단으로 사용된 연못이나 호수말고....풍경속에 그냥 담긴 너른 바다 말고..

순수하게'물'을 보여주는 사진중에 기억에 남는게 뭐가 있었는지를요.


이 지구의 70%가 물로 덮여있다는데 물을 찍은 사진이 이렇게나 없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왜냐면 물은 저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촬영하기 어려운 대상이거든요.

기본적으로 물은 투명합니다. 투명한데 투명하지 않죠.

게다가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며 수시로 그 형태가 변하는 대상이고 한순간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며

막상 호수나 연못에서 찍어보면 깨끗하고 맑은 느낌을 내기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물을 찍는 것을 스스로에게 과제로 내고 한동안 이걸 수행하면서야 비로서 그러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별별걸 다 찍었죠. 심지어 화장실 변기 물내리는것까지 찍었으니...ㅋ

그리고 거기서 얻는게 많았습니다. 당장 형태가 일정치 않다는 것을 응용해 느린 셔속의 활용성도 추가로 깨달았고..

원하는 모양이 나오길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는 원하는 모양을 직접 연출하는 적극성도 익혔어요. 두개의 파문이 겹치게 한다던가...

잘찍고 못찍고가 이 과제에서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찍으면서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고 응용력과 표현력을 넓히는게 목적이었어요.


그 다음에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과제는 면과 선이었습니다.

면에서는 사진의 구성과 기호학적인 요소등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선은 생각보다 오히려 속이 깊었습니다. 처음엔 기호학적 요소로서 면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했었는데

카메라의 특성과 맞물리고 보니 세상 모든게 선이 될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을 그때 깨달은거죠.

현실에서 3차원인 사물을 볼때 단순화시켜 2차원적 평면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이때 익힐 수 있었습니다.


'색'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미술전공을 하지 않아 색채감정등에 대해 상당히 무지했던 저로서는 색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필요를 느꼈고

그래서 색만으로 사진을 구성하는 연습도 한동안 했었습니다. 보색관계등도 이때 공부했고

여기서 더 나아가 색만 찍는데 그걸 흑백으로 하자! 라는 말도 안되는 자기과제를 추가함으로서

흑백전환에 사용되는 다양한 공식과 각 색들이 지니는 반사율을 스탑으로 환산해서 익히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이때 이 과제는 공학도적으로도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색에 색을 더했는데 반사율에 변화가 없다니 말도 안된다! 이런 기존 상식타파도 겪어보고 그랬거든요. ㅋ


그러고 나서는 '그림자'를 탐구했습니다.

우와. 세상에 그림자라는게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구나!? 라는거 이때 처음 알았어요.

바꿔말하면 그림자의 종류만큼 '광원'의 종류가 다양했던거죠. 그리고 그림자에 대한 탐구는

경계선에 대한 탐구로 옮겨가게 됩니다.

같은 인물을 찍어도 다른 인상을 부여하는게 라이팅의 방향과 숫자만큼이나

라이팅으로 발생하는 그림자의 성격에 달려있다는걸 깨닫기 시작하게 된거죠.

원하는 경계선 특성을 지니는 그림자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야 했습니다.


이 이외에도 많은 자기 과제를 내고 또 내고 했어요. 촬영기법뿐만 아니라 후보정에 대해서도...


다만 언제나 저는 과제별로 최종결과물을 내는 것에 연연해 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제 하나 하나를 클리어 하면서 그 과정에서 얻는것들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믿었으니까요.


과제를 달성했다는 증거를 누구에게 제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당장 결과물 하나를 내는 것보다는

이렇게 해서 익힌것이 나중에 언젠가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써먹을 기회가 있으면 그걸로 된것 아닌가? 한거죠.


작은 사진동호회 하나를 오래전에 맡아 진행하면서 제가 거쳐왔던 이 과정을 다른분들께도 과제로 낸 적 있었는데

뭐랄까....회원의 레벨이 일정하지 않다보니 의외로 진행하는데 애로사항이 꽃피더군요..;


동호회를 일절 진행하지 않는 지금에 와서는 뭐...그냥 그랬던 적도 있었지...하는 정도구요.


이 포스팅을 보시는 여러분에게도

여러분 나름의 '내게 부족한 그 무엇'이 있다는 느낌들이 분명히 있으실 겁니다.


그런때 저처럼 이렇게 스스로에게 과제를 내고, 또 풀고....이런 과정을 반복해 보시면 어떨까요?

남에게 자랑할만한 결과물을 내는 것 말고도...알아나가는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