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AMERA

사진 이미지를 텍스트로 풀어내는 이유와 방법.

by 선배/마루토스 2014. 7. 30.
728x90

 

 

사진을 보는 방법에 대해 이전에도 포스팅 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 인것 같다, 좀 더 구체적인 요령을 알려달라 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 계신데다가

제가 주구장창 반복해서 이야기 하는 사진을 텍스트로 풀어 이야기 하는 부분과 사진을 보는 방법의 연관에 대하여

저 스스로도 좀 정립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이번의 포스팅소재로 삼아볼까 합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진을 보는 방법에 따라 단계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처음에 정말 사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때는 그냥 사진만 봅니다. 숲을 보여주면 그냥 숲만 보듯이...

예를 들어본다면 연예인 사진 보고 아 연예인이다...풍경사진 보고 아 풍경이다...딱 이정도로 반응하는거죠.


그러다 비싼 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스스로 찍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슬슬 화질이라는 걸 볼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선예도라는거에 목숨걸게 되죠. 왜냐면, 그게 제일 보기 쉬운 부분이고 아직까진 아는게 선예도뿐이기 때문에

사진을 보여주면 사진에서 선예도만 보게 되는겁니다.


조금 더 화질의 구성요소들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그 구성요소들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사진의 노출이 적절하네 마네...화벨이 맞네 틀리네...노이즈가 많네 적네...

아웃포커싱이 되었네 안되었네...샤픈이 강하네 마네...

선예도부터 시작해 이제 여러 화질에 관계되는 요소들을 보는 눈이 생김에 따라 이런 세세한 부분들을 보게 되는데..

여기서 부작용이 뭐냐면, 그게 보임에 따라 거기에만 연연하게 되기 쉽다는 겁니다.

사진을 사진으로 평가 안하고 화질로 평가하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면 이제 사진에서 장비를 볼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척 보고 이 디테일은 중형의 그것이야! 라고 한다던가...이 빛망울로 보건데 조리개가 원형이군! 한다던가..

이 빛갈라짐은 조리개 날수가 짝수임을 증명하고 있어, 저건 반사망원 특유의 배경압축이야...

사진을 보여주는데 거기서 장비를 보고 앉았습니다. (......)

마찬가지 이치에서 후보정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사진에서 후보정을 봅니다.

이건 무슨 기법을 쓴건지, 무슨 방식으로 보정한건지...피부보정을 한건지 안한건지...이런걸 보게 되는거죠.

 

한편으로는 이제 점점 사진의 구성요소를 보는 눈이 생깁니다.

시선의 이동경로가 어떻게 되도록 구성되어있는지...주피사체가 뭐고 부피사체가 무언지..

빛에 대해 피사체를 어떻게 배치해서 어떤 느낌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색과 색의 대비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이제 슬슬 이런걸 볼 수 있게 되는거죠.

 


그리고 마침내, 사진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숲을 보여주는데 그 숲을 이루는 나무 하나 하나의 의미를 다 파악하고

그것이 모여 된 숲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를 깊게, 또 넓게 볼 수 있게 되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화질이나 빛, 그림자, 색, 구도, 구성...장비의 선택등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행해졌는지 파악하고

그 결과 만들어진 사진에서 그러한 구성요소들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분담함으로서 보여주고자 했던

주제나 감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이고 또 자세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하루 이틀, 사진 열장 백장 보는 것만으로 쉬이 도달할 수 있는 단계가 결코 아닙니다.

사진을 그냥 보는거랑, 제대로 보는거랑은 다르다고 거장들이 웅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진동선교수님이나 신수진교수님이 여러권의 책을 통해 사진 보는 방법을 알자고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알아야, 꺼꾸로 응용해서 사진을 찍을 때 써먹을 수 있게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일환으로서 제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미지를 보시면 텍스트로 풀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그게 타인의 사진이건 자신의 사진이건간에요.


처음에는 잘 안될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아직 보는 눈이 덜 열린 상태에서라면 딱 아는데까지만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숲을 보라는데 숲을 제대로 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유도 그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진 전문 커뮤니티의 갤러리에 올라오는 사진들에 달린 댓글들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핀이 안맞았네요"

"노이즈가 너무 심해요"

"이거 풀프레임맞죠?"

"샤픈이 심해 사진이 떡이네요"

"후보정 떡칠하셨네요"


이런것도 엄연히 이미지의 텍스트화에 해당합니다. 다만 댓글 다는 사람들의 단계를 보여줄 뿐....


"핀이 인물의 눈에 맞지 않았고 수직수평 구도가 어긋나있는 데다가 황금분할 구도에 인물이 위치하지 못해
불안감을 준다"

처음에는 이정도로 시작해도 됩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났을 때가 본격적인 시작이예요. 물론 초기에는 쨍하고 선명한 사진이겠죠.

"초점 맞은 영역이 칼로 베일듯 선명한데 배경은 확실하게 날라가 인물이 부각되는게 내가 DSLR 샀을때부터 바랬던 그런 결과물이다"

이렇게 짧게 시작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많이 보다보면 분명 마음에 드는데 왜 마음에 드는지를 설명하기 참 어려운 사진을 접하게 되거든요?

그럼 그걸 솔직하게 한번 적어내려가보시면 됩니다.

"핀도 안맞고 노이즈도 심하지만 마주보며 등을 두드려 주는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두 아저씨의 모습이 훈훈하다

아마 예전 내 비슷한 기억때문에 이 사진이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이게 쌓이고 쌓이면 마침내 어떤 사진을 보더라도 제대로 보는 눈이 길러지고 그것을 자기 나름의 글로 풀어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추운 겨울에 연인을 기다리는 젊은 아가씨의 설레임,
한편으로는 약속시간에 늦는 상대에 대한 불만등이 잘 보이는 사진인데
아가씨의 모자위에 쌓인 눈의 양으로 이 아가씨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음을 알게 해 주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불어가며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서
상대에 대해 얼마나 호감이 있는지 나타난다.
테크닉적으로는 대낮임에도 일부러 플래시를 사용해 촬영함으로서 눈을 배경과 분리하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입김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하는 치밀함도 돋보인다.
준망원렌즈를 사용한듯한 적절한 아웃포커싱을 통해 불필요한 배경은 덜어내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심도를 얕게 하지 않아
아가씨 주변의 눈이 피사계심도영역내에서 선명하게 잡히게 함으로서 인물의 눈에 발생한 캐치라이트와 함께
사진과 인물에 생생한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정적인 사진인데도 묘하게 동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눈송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시선의 이동은 아가씨의 표정에서 모자위에 쌓인 눈, 다시 입김불고 있는 입주변과 손으로 갔다가
송이송이 선명한 눈송이들을 향해 가게 되며 눈이라는 하얀 객체와 배경으로 인해 발생하기 쉬운
노출부족을 노출보정을 통해 잘 살려낸 점도 훌륭하다.
설레이며 기다리는 마음과 불만감이 잘 어우러져 계절적 코드와 함께 보는 이에게 잘 전달되는,
아주 잘 찍은 한장이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보시면 위의 단계 이야기에서 제가 서술했던 부분들이

텍스트로 풀어내는 과정 전반에 녹아있음을 아실 수 있을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잘한 구성요소들에만 치중하지 않고, 그 구성요소들이 각각 어떠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 결과가 사진 전체의 테마와 이야기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데 작용하고 있는지까지를 나름의 방식으로 보는거예요.


이것은 일반적인 스냅사진을 표현하는 저의 방식이지만, 예술적인 사진에 대해서는 또 다른 방식의 텍스트가 필요합니다.

진교수님이나 신교수님의 사진해석등을 보면 저랑은 또 완전히 따른 방식으로 사진을 보십니다.

정답은 없다고 저도 생각해요. 다만 정답이 없을지언정,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은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단히 유의미하다고 보는거죠.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면 반대로 이번에는 텍스트를 먼저 쓴 다음에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는겁니다.

그것도 정말 자잘한 구성요소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배치하고 하면서요.


저 위에 제가 적은 눈내리는 날의 소녀 감상평을 다시 읽어보세요.

모르긴 해도 읽으시는 여러분 각자의 뇌리에 저마다 조금씩 다를 지언정 어떤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시나요?


이제 바로 그 그림을 찍으시면 되는겁니다!


좋다고 느껴지는 사진에는 반드시 좋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가 있고

반대로 안좋다 느껴지는 사진에는 반드시 안좋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가 있다는게 제 지론이예요.

세상에 원인없는 결과 없고 이유없는 감성은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존재한다면 그걸 설명하는 것도 어느정도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게 믿고 지난 10년간 저는 이것을 꾸준히 연습해왔어요...


http://www.slrclub.com/bbs/vx2.php?id=canon_d30_forum&no=2624198

이런 글이라던가


http://www.slrclub.com/bbs/vx2.php?id=canon_d30_forum&no=2518618

http://www.slrclub.com/bbs/vx2.php?id=canon_d30_forum&no=2536449

http://www.slrclub.com/bbs/vx2.php?id=canon_d30_forum&no=2617264

이런 글들 역시 그 노력의 일환이었고요.


심지어는 아예 이걸로 나름 연재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를 위해서 한게 아니예요. 저 자신을 위해서 했던겁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저는 사진이라는 것도 이미지를 통해 표현되는 언어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글을 통해 표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생각만 하는데서 그치지 말고, 실제로 이 둘 사이를 오고 가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진을 올바르게 보는 단계와 방법 및 그것을 위한 연습법입니다.

 

쓰고보니 또 뻘글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