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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by 선배/마루토스 2014.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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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건가요?"

사진과 관련된 커뮤니티에 몸을 담고 있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속이 시원한 답을 듣기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이 질문은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대단히 주관적인 가치관에 의해 결정이 날 수 밖에 없고

각자가 각자의 주관과 경험에 의거해 답을 해 보더라도 그것이 질문자의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질문자가 납득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테니까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답을 들려주고 싶은 것이 또 한발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특히나 질문자가 이제 막 사진에 취미를 붙일락 말락 하는 입문자나 어린 학생들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제가 그동안 생각해 왔던 "좋은 사진", 제가 여러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좋은 사진"의 의미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적어볼까 합니다.


적기 시작하면서 생각해보니 왠지 간단하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요;;;

 

먼저 ...여태까지그래와꼬앞으로도그로뜨시, 나눠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 일상을 담는자와 예술을 추구하는자, 자기가 보고 그만인 사진과 남을 보여주는 사진등등..

여러 상황과 목적에 따라 "좋은 사진"이라는 것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 밖에 없거든요.


제일 쉬운 상업사진부터 시작해보죠.

고객의 의뢰를 받고 촬영을 해서 건네주는 상업사진에 있어서 좋은 사진은 간단합니다.

고객이 만족하면, 그것은 좋은 사진인 것이예요. 어떤 식으로건 목적을 달성하면 되는겁니다.

설령 찍은 사진사 본인은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고객이 ok하면 그 사진은 좋은 사진인거고,

찍은 본인은 아주 마음에 드는데 고객이 no라고 한다면 그 사진은 좋은 사진이 아닌겁니다.

받은 댓가에 상응하는 결과물, 그것이 상업사진에 있어 좋은 사진의 정의가 될 것입니다.

의뢰주가 가끔 자기 자신인 경우도 요즘에는 존재합니다. SOHO 온라인 쇼핑몰같은거 하시는 분들..

이런때엔 매상이 잘나오는 사진이 좋은 사진인거죠.

요컨데 목적이 아주 명확하게 존재하고 그 목적을 달성했을 때...그 사진은 좋은 사진으로서 성립됩니다.

 

취미사진은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우선 예술 지향적 사진, 다큐 사진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바가 잘 전달된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 봅니다.

가끔 착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없지만 잘 찍은 사진은 결코 좋은 사진이 되기 힘듭니다.

보는 사람이고 찍은 사람이고 그냥 잘 찍었구나 하고 말면 그게 무슨 예술사진이고 다큐사진이예요.

잘 찍은 사진이랑 좋은 사진은 다른겁니다. 이 경우에.

보는 사람들 다 이게 뭐지? 하고 갸우뚱하는데 혼자서

'아...내 예술을 이해못하는 저질들' 할 사진 역시도 걍 자기만족입니다.

대표적인 인간으로 아해를 들 수 있겠군요. (......) 좋은 카메라와 렌즈 가져다가 찍고 예술이랍시고

좋은데서 전시회도 하고 그랬지만 솔직히 아해 사진 보면서 예술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을겁니다.

그건 자기 혼자서만 엣헴 하고 마는 전형적 자기만족형 얼치기 사진사예요.

표현하고 싶은게 있어서 찍어야 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잘 전달받아야 비로서 좋은 사진입니다.

사진 공모전 같은데 출품하는 사진들이 그 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담아 보여주고 그것이 인정을 받아 입상을 했다면, 그게 바로 이 경우의 좋은 사진입니다.


저같이 가족의 일상을 담고자 마음먹은 아마추어라면 당연히 가족의 일상이 잘 담긴 사진,

가족들이 같이 보고 웃으며 그날을 추억하고 또 즐거워하는 사진이 바로 좋은 사진입니다.

심지어는 잘 찍건 못 찍었건 상관없을 수도 있어요. 화질이 좋고 나쁨도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들과 딸이 사진 보고 웃었다? 그 순간, 그 사진은 최고로 좋은 사진이 된겁니다.

혹은 부모님을 있는 실력 없는 실력 다 발휘해 찍어드렸더니 흐뭇해 하시면서 카톡으로 친구분들께 돌리며 자랑하신다?

진짜 좋은 사진 찍으신겁니다. 가족사진이란 그런거예요.

가족사진아니라 친구사진, 애인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을 받아본 친구가, 애인이 자기 예쁘게 잘 나왔다고 기뻐한다면 리퀴로 V라인 만들고 트랜스폼으로 다리 늘리고

브러시질로 인형피부를 만들어도 상관없어요. 그사진은 좋은 사진인겁니다.

가끔 애인 사진을 다큐, 보도사진 담듯 담고는 '나는 진실만 말해' 하는 식으로 건네주어 상대를 슬프게 하시는 분들 계시던데

...거 왠만하면 그러지 마세요 -_-;;

이경우엔 받는 사람이 기뻐해야 좋은 사진 되는거라는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대단한 예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스냅사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최근에는 대단히 많은데..

이때만큼은 다른거 다 필요없고 자기 자신의 만족이 최우선이 됩니다. 덤으로 타인의 인정도 받으면 금상첨화고요.

그러나 꼭 인정 받지 않더라도 상관없는게 이쪽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아해를 다시 예로 들면, 아마 본인은 그 사진들 찍고 자기가 아주 대단한 예술가가 된양 생각하고 기뻐했을 겁니다.

그것은 결코 나쁜 일 만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특히 피해를 주거나 하지 않는 선에서는 얼마든지 자뻑해도 괜찮아요.

행복. 이것이 취미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전에 말씀드린 바 있는데,

자뻑이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아 자뻑 해도 됩니다. 뭐가 문제겠어요.

남들이 입을 모아 '저것도 사진이냐?' 한들 의미 없습니다. 자기만 좋아도 그만인게 취미고 사진도 그 범주에 들어요.

아 물론 보통 그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가 대단한 사람임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니

종종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요.

입문후에 중수로 올라가는 도중 중간중간 제법 그럴듯하게 잘 나온거 같아서 찍은 사람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주는

연습사진들 또한 이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 감정이 사진을 더 열심히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기에 저는 어느정도 이걸 긍정하는거죠.

하지만 이쪽 사진들이 남에게도 좋은 사진이 되길 바라는건 욕심입니다.

위에 말했듯 인정 받으면 금상첨화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꽤 낮습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 만족하는 것도 한때예요.

레벨이 올라가고 안목이 깊어짐에 따라 나중에 보고 "어휴 내가 저때 왜 저랬지?" 하고 부끄러워 하게 될 사진들도

이 사진들일 공산이 큽니다. 모르긴해도 지금 이 글 모시면서 뜨끔 하시는 분들 적지 않을걸요 ㅋ


이 단계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경우부터는 타인의 인정과 칭찬이 행복의 원천이 됩니다.

본격적으로 동호회 활동이라던가 온라인 커뮤니티등에서 활동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사진을 불특정 다수에게 많이 노출시키고, 더 많이 인정을 받을수록 으쓱해지고 행복해지는 단계부터는

좋은 사진 = 인정받은 사진 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됩니다.

자기 혼자 만족하고 말아도 그만이던 사진이 아니라

더 많은 불특정다수를 더 많이 만족시키는 사진일수록,

더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는 사진일수록 그 사진은 좋은 사진으로서 성립하게 되는거죠.

 

잠깐 딴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얼마전 제가 있는 페북의 한 사진 관련 그룹에서 스마트폰용 사진앱으로 간단히 그럴듯하게 보정하는 것에 대한

찬반논쟁이 상당히 뜨거웠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찍고 보정하는 사람들 우습게 만드는 그리 좋지 않은 경향이다 라는 분들도 계셨고

보정이 어려워보여서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터치 몇번에 간단히 그럴듯하게 되는거 보고 너무 좋았다는 분들도 계셨고

다양한 의견들이 상충되었었습니다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건 논쟁거리조차 되지 못한다고....

애초에 이정도 보정사진에 밀리고 묻힐 정도의 사진이라면 그건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찍고 보정했어도

그냥 그정도 사진에 불과했던 거라고 봅니다. 타인의 인정을 받는것이 목적인 경우,

"내가 이 사진을 얼마나 힘들게 찍고 어렵게 보정했는데..."하는건 그냥 우는 소리에 불과해요. 할 필요가 없는 사족에 불과합니다.

아마추어분들일수록 특히 자기가 얼마나 고생스럽게 사진을 찍었는가 하는 무용담을 늘어놓지 않으면

만족을 못하시는 경우가 흔한데....고생을 얼마나 했나,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가는 사진이 말해주는겁니다.

찍은 사람이 굳이 그거 어필 안해도 되요. 어필 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인정 받을 만한 사진을 찍어 올렸다면, 저런 간단 보정 사진들 틈새속에서 간단히 뚫고 위로 올라와 인정 받게 되어있습니다.

사진 보는 분들의 안목을 너무 얕잡아보실 필요는 없다는 소리입니다.

사진 보는 순간, 이야...정말 고생해서 찍었겠구나, 정말 노력하셨구나....이런거 알 수 있습니다.

프레임 안에서 프레임 밖이 다 보이는게 사진의 묘미인거예요.

자신의 사진을 높이기 위해

타인의 스마트폰 보정사진은 얍삽이다, 진실미가 없다, 합성이다...하며 평가절하 하실 필요 없어요.

아, 저사람들은 저런식으로도 즐기는구나...저런것도 인정받을 수 있구나...하고 가치관을 넓게 확장도 해보시고

그러면서도 '나는 다른방식으로 승부해야지'하며 열정 불태우시면 되는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앱으로 간단보정해서 댓글도 많이 달리고 좋아요도 얻고 해서 기뻤다면

아 그사진도 좋은 사진인거예요. 좋은사진이 뭐 그래 대단한거라고 범주를 좁게, 아주 높게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결론내려본다면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는 목적에 따라, 수단에 따라, 찍는 사람에 따라, 받아본 사람에 따라, 스쳐지나가며 보는 사람에 따라,

좋은 사진이라는건 한가지 형태가 아닌 다양한 형태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시작하시는 분들, 이제 한창 재미붙여가시는 분들 모두

나름 이 명제에 대해 각자 고민을 충~~~~분히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과거의, 지금의, 미래의 내게 있어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이었으며, 이고, 이게 될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스스로 고민해서 얻은 답이어야 의미가 있거든요 이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