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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진으로만 말해야' 하는가?

by 선배/마루토스 2015.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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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해야 한다"

 

이것은 수많은 사진가들과 사진가지망생들이 가슴에 품고 사는 말일것입니다.

 

일단 엄청 그럴듯한 말 이기도 하고...말 자체에서 풍기는 명언의 향기라던가 품격이 있기때문에 더더욱요.

 

 

게다가 국내외를 통틀어보면 같은 요지의 말을 남긴 작가분들이 한두분이 아니죠.

 

특히 치열한 삶의 현장속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주로 찍는 작가분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래요. 사진가는 사진이 직업이잖아요? 그렇다면 사진을 통해서 자기가 말하고 싶었던 그 무엇을 표현해야 합니다.

 

백만마디의 말을 한장의 사진으로 압축하고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을 익혀야 합니다. 제 생각에도 이 말은 맞는 말이예요.

 

 

 

그리고 여기에 뒤따라 나오는 말이 보통...

 

"사진가는 사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입니다. 이것도 맞는 말처럼 사람들이 이야기 하죠.

 

계급장이고 나이고 다 떼고, 사진이 뛰어나다면 그 사진가에 대한 평가는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그럴듯해요. 아 사진이 좋으면 평가도 좋게 받아야 하잖아요. 맞는거 같습니다.

 

 

 

하지만...세상이 과연 그리 단순하고 명쾌하며 합리적이기만 할까요?


 

첫번째 명제, "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해야 한다"를

 

안셀 아담스...세바스티앙 살가도...로버트 카파...필립 할스먼...카쉬...그외 무수한 사진의 거장들부터 한번 뒤돌아 볼까요?

 

과연 이 거장들은 어땠을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이사람들, 사진으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사진으로"도" 말했습니다.

 

사진 본격적으로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사람들이 쓴 책과 저서들 한둘은 다 보셨을 겁니다.

 

거기 사진만 실려있던가요? 아닙니다. 명언부터 시작해서 사진철학과 자신의 생각 이것저것 골고루 글로 적고 있습니다. 어라? 사진으로 말한다더니...?

 

 

요컨데 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하는거 맞아요.

 

하지만 사진만으로 말하라는 의미는 아닌겁니다.

 

사진가나 화가 그럼 뭐 죄다 벙어리로 세상 살아야 하게요? (.....)

 

 

사진에 의미를 담아라, 메세지와 주제의식을 담아 찍은 이 가슴속에 품은 그 무언가를 외쳐라...라는 말이 이 말의 본질일 것입니다.

 

무의미한, 그저 예쁘기만 하거나 화려하기만 한 사진이 아니라요.

 

 

가끔 이 명언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분들이 실제로 존재해서...

 

사진으로만 말해야 하는 걸로 착각하고 그것을 남들에게도 강요하며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가끔도 아니고 매우 자주 봐요. (......)


 

사진사가 사진으로 말해야지, 사진으로는 말 못하고 맨날 입만 나불나불 댄다며 타인을 비난하는 사람들 아마 저만 한가득 본게 아닐겁니다.

 

그런식이면 사진에 대해서 말과 글을 이리저리 쓰고 남긴 과거의 거장들 스스로가 당장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할겁니다. (.......)

 

 

재미있는건 이런 분들도 남들 비난할땐 사진으로 못한다는겁니다. (......)

 

자기들도 말이나 글로 비난해요.

 

어? 사진으로 말해야 한다면서....? (.....)

 

 

 

어떤 대가의 명언이라도 그 명언이 어떠한 배경을 지니고 어떠한 의미에서 나왔는지를

 

제대로 심사숙고해 이해하기 까지는 이해자의 지난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 명언을 수박겉핥기식으로 이해하고 절대진리인양 되네인들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무의미해요.

 

아니, 무의미를 넘어서서 오히려 해롭기까지 합니다.

 

아주 편리하게 그 명언들을 끄집어 내어 타인을 비난하는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은 더 말할 가치조차 없고 말입니다.

 

 

 

이제 두번째 명언으로 넘어가보죠.

 

"사진가는 사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하기전에 잠깐 옆길로 가보자면...

 

영화 [아마데우스] 안보신 분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이 영화는 천재 모짜르트와 질투꾼 살리에리를 양 대척점에 내세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기억나시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짜르트는 인류역사상 유례없을 음악의 천재였습니다.

 

말 그대로 비교할 대상 자체가 없다시피한 천재중의 천재요.

 

음악만으로 평가받는다면 모짜르트에 대한 평가는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무조건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야 마땅할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궁정악장의 자리에 있으며 당대의 음악가의 탑오브 탑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시다시피 안토니오 살리에리입니다.

 

음? 뭔가 이상한데요? 음악으로만 평가받는다면 그자리는 모짜르트의 자리여야 할텐데??

 

(물론 모짜르트도 궁정작곡가 이긴 했습니다. 스스로 박차고 나와서 그렇지...)

 

 

 

그만한 천재적 재능의 소유자이면서도 무절제한 생활속에 병에 걸려 젊은나이에 요절한것이 모짜르트요,

 

모짜르트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소박한(....) 재능의 소유자면서도

 

죽기 직전까지 궁정악장 자리에 있으면서 유복하게 살고 후진을 양성하며 동시대 음악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것이 살리에르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한둘이 아닙니다.

 

빈센트 반 고호도 그렇고 예술계열에서는 그렇게나 뛰어난 재능과 작품세계를 가지고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죽어서야 겨우 작품으로 인정받는(...혹은 드라마틱한 생애로 인정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후인정도 예술가 본인의 이름은 높아져도 경제적 이득은 엉뚱한 이들이 가져가는게 보통이고요.

 

 

오히려 피카소나 살바도르 달리같이 생전에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지극히 예외적이라 봐야 할거예요.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느냐면...

 

제 생각엔 "사진가는 사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 원칙적 원리적으로 옳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분명히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뛰어난 사진을 촬영해 내는 능력만큼이나...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적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그 못지않는 수많은 다른 능력들이 필요합니다.

 

 

본인의 미모, 하다못해 연아무개의 부인같이 모델 뺨치는 외모의 배우자, 혹은 예쁜 아들딸의 존재(......)

 

넘치는 친화력,

 

살아오며 만들어낸 다양한 인맥,

 

뛰어난 글빨,

 

드라마틱한 생애,

 

다른쪽에서 거둔 성공들,

 

실력을 인정하는 증서들과 상장들,

 

여러 인터넷 사이트나 SNS등에서의 활동,

 

사진사이트에서의 베스트 선정,

 

지속적인 일감을 가능케 하는 클라이언트의 확보등등....

 

 

아무것도 없이 사진만 달랑 잘찍는 사람이랑,

 

사진 조금 못찍어도 저러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랑이 나란히 있을때....

 

사진으로 평가받는다면 자본은 전자를 선택해야 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본은 투자한 금액의 회수가 조금이라도 더 용이해보이는 쪽으로만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건 보통 후자예요. 슬프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사회적 경제적 성공이라는 것은 자본에게 선택받아야 보통 가능합니다.

 

 

 

일전 포스팅에서도 거론한 적 있지만 비비안 마이어가 비교적 최근의 사례가 될겁니다.

 

최근 그녀를 재조명하는 전시회나 영화, 책이 여럿 나왔고 한데

 

그 성공이 과연 100% 완전히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실력이 뛰어나고 그녀의 사진에 대한 평가가 끝내줘서일까요?

 

그랬다면 비비안 마이어 붐은 최소 5년전에 그녀의 사진 일부가 공개되었던 때 이미 일어났던가,

 

비비안 마이어 스스로가 자신을 프로듀싱해서 성공했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았고(혹은 못했고)

 

그녀가 죽고, 체계적으로 디자인된 프로세스와 마케팅에 의해 조성된 비비안 마이어 붐....

 

그로 인해 생성되는 수익은 이미 무덤속에 들어간 그녀에게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녀를 상품화 한 자본가들의 주머니속으로 고스란히 들어가죠.

 

 

이것이 현실입니다.

 

사진가는 사진으로 평가받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사진"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평가받는 대상은 결국 사진가 본인이예요.

 

사진작품도 평가받지만 그보다도 사진가 그 스스로에게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상품성이 있는지...그것까지도 모두 포함되어 평가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전세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안에서도 사진을 찍는 사람은 이미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흘러 넘치는게 아니라, 실력들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되어 흘러넘치고 있기 때문에

 

사진만 잘찍는 것으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은 상태예요.

 

 

 

취미라면 상관없습니다만

 

하지만 사진이 좋아서, 사진이 하고싶어서...그래서 진로를 사진으로 정하시는 젊은 분들이

 

최근 많으신데 열정은 열정이고 현실은 현실입니다.

 

사진만 잘하는게 아니라 사진도 잘해야 성공하는 시대라는 현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운이 비교적 좋아 이미 성공을 거둔 여러 프로 사진사, 교수, 저자분들과 인연도 있고 같이 일도 해보고 하면서 느낀건데...

 

이분들에게 사진실력은 그냥 "기본소양"입니다.

 

사진은 당연히 잘 찍는거고 성공하신 분들은 사진실력만큼이나 중요한 [플러스 알파]를

 

뭐가 되었건 다들 지니고 계셨습니다.

 

그 플러스 알파야말로...이 시대 평가의 진정한 대상이 아닐까 싶어요.

 

 

가볍게 쓰려던 글이 또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그냥 한번 읽어보고, 생각하는 기회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그리고 내가 갖춰야 할 경쟁력의 유무등에 대해서 말이죠.

 

 

그나저나 5Ds와 EF 35mm 1.4 L 2리뷰 및 외부기고글도 작성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네요 저 (.........)

 

....아니, 그래서 더 딴짓을 하는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