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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못지 않은 예술 사진'의 두가지 함정

by 선배/마루토스 2016.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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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카메라 생겼으니 이제 나도 남들 못지 않은 멋지고 예술적인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라는 마음은 때로는 강력한 동기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력한 함정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첫째, '남들 못지 않은 사진'을 원하기에 자꾸 바로 그 남들 처럼 찍으려 듭니다.

 

오리지널리티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동소이하면서

 

규격적인 완성형에 집착하며 좀처럼 거기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무리 예술이라는 것이 자기 복제적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개성이라는 것은 필수불가결합니다.

 

일례로 만화가 조석의 마음의 소리 같은 경우 빈말로라도 잘그린 그림체라 하기 어렵지만

 

그의 그림을 다른 사람이 퍼다 나를 경우 출처, 심지어 저자 표기까지도 생략이 용인됩니다.

 

 

그냥 보면 그게 조석 그림이라는거 아니까. 캐릭터 보면 어느 만화 누구인지 아니까....

 

그만큼 강력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심지어 법원 저작권 관련 판례에서조차 인용될 정도예요.

 

조석이 그냥 잘그린 만화를 자신의 완성형으로 삼았더라면

 

흘러넘치는 일본식 만화 캐릭터의 홍수속에서 전혀 튀지 못하고 조용하게 잊혀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그렇기에 조석이 대단한거구요.

 

 

 

그런데 사진은 애초에 태생부터가 그림과는 달리 개성을 담아내기 더 어렵습니다.

 

사진만 딱 보고 그순간 아 이거 누구누구가 찍은거구나...하는건 사진 하는 사람들도 알기 어렵고

 

사진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더욱 알기 어려운건 부정하기 힘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게 개성을 담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해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개성을 부여해야 남과 차별화가 가능해집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남들 못지 않은 사진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사진을 위해 노력해야 후에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더라도

 

누구누구의 복제라던가 누구누구의 마이너카피 소리 안듣습니다.

 

 

초기에는 물론 흉내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흉내만 내고 있으면 결코 좋은 소리는 들을 수 없는 법이예요.

 

 

 

 

 

 

 

둘째, '비싼 카메라니까 멋지고 예술적인 사진'을 왜 찍어야 하는건지 본인 스스로도 잘 모릅니다.

 

아니....본인은 둘째치고 다른 아마추어들이 좋은 장비 쓰는걸 두고

 

하이 아마추어와 프로분들이

 

'예술도 못하면서 왜 그런 좋은거 쓰느냐' 내지는 '그런거 샀으면 예술좀 제대로 해라' 라는 식으로 말하곤 하고

 

그거 들은 사람이 '헉 카메라 좋은거니까 예술 해야 욕 안먹납다 ㅎㄷㄷㄷ' 하는 맘이 들도록

 

몰고갈 정도로 주변 사람들조차 이 함정에 왕왕 빠져요.

 

 

 

좀 비싸고 좋은 카메라를 가지게 되었다 해서

 

꼭 멋지고 예술적인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이유는 사실 전무합니다.

 

 

조던 농구화 사면 프로 선수 뺨치게 농구 잘해야 하나요?

 

좀 비싼 자전거 탄다고 해서 경륜선수 뺨치게 달려야 하나요?

 

오븐 좋은거 하나 사면 매일매일 아티제 디저트급 쿠키나 케이크를 구워야만 하나요?

 

 

당연히 아닙니다.

 

사건 말건부터 자유고 산걸 활용 하건 말건 자유이며 잘쓰건 못쓰건 자유인게 취미예요.

 

 

 

그래서 저는 좋은 카메라를 샀다 해서 뭔가 그럴듯하고 대단한걸 멋지게 찍어내려고 하시기보다는

 

일단 어깨에 힘 빼고 즐기시는게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술해야해! 하는 강박관념 고정관념을 잠시라도 좀 내려놓으시라고 말입니다.

 

 

 

애초에 멋지고 예술적인 사진이라는 것은

 

촬영자가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고는 미쳐버릴것만 같은 절실한 혼의 외침을 담았을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혼의 외침이 적절한 소재를 만나고 적절한 기교를 통해 전달되어

 

불특정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어내는 순간...그때 바로 사진은 살아있는 예술로 승화됩니다.

 

 

예술이 전업인 예술가들조차도 그러한 '영혼을 담아 외치고 싶은' 그 무엇을 몇십몇백개씩 가진 경우가 드뭅니다.

 

드물 수 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보통 사람이 셔터를 누르는 족족 혼을 담은 예술 사진을 찍는다?

 

 

 

한없이 경우의 수가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정말 외치고 싶은' 그 무엇을 평생에 걸쳐 하나, 둘이라도 찾아내면 대단하다 할 정도예요.

 

그리고 그 찾아낸 것을 담아내어 표현해 내는 것은 또 별개의 영역이고요.

 

 

 

애초에 사진이건 무엇이건간에 자신만의 그 무엇을 찾아 긴 길을 오래토록 걷는 것.....그게 취미인게 아닐까요?

 

 

 

저는 지금 카메라 비싼거 사신 분들에게 예술을,

 

예술적인 사진을 지향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것이 아닙니다.

 

 

 

단지 '왜?"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한번 던져보시라고 이야기 하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