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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OMIC

영화 저스티스 리그와 DC 확장 유니버스에 대한 실망

by 선배/마루토스 2017.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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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물의 원전은 탐정물이다.

나는 최초의 슈퍼히어로가 셜록홈즈와 아르센 뤼팽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거나 벌어지려 하고 있을때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능적 재미를 보여주는 한편,

마무리 단계에서는 범인 혹은 흑막을 통쾌하게 제압하는 묘미를 겸비한 탐정물이 발전한 것이 바로 현대의 슈퍼 히어로물이다.

이는 가장 모범적 영웅인 배트맨이나 슈퍼맨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배트맨은 여러 과학적 도구를 사용해 범죄현장에서 악당을 찾아내고 찾아낸 악당을 다양한 탈것을 사용해 추적하며,

마침내는 통쾌하게 제압하여 감옥에 넣는다. 완벽한 탐정캐가 배트맨의 본질이다.

 

단순 힘캐로만 생각되기 쉬운 슈퍼맨은 어떨까? 슈퍼맨의 직업은 기자다.

그는 신문사에서 다양한 정보를 취득하고 범죄자들의 흔적을 보게 되면 전화박스에서 웃통벗고 날라가 제압한다.

좀 더 힘이 강조되었을 뿐, 클라크 켄트 라고 하는 그의 본질 역시 탐정에서 시작된다.

원더우먼의 진실을 말하게 하는 밧줄도 그녀역시 탐정의 계보를 잇고 있음을 대변한다.

 

그러나 모든 히어로가 다 탐정이어서는 재미가 없다.

실제로 가장 많이 영화화 된 배트맨 같은 경우 그의 탐정적 요소는 너무 많이 보여졌기 때문에

다른 쪽을 더 강조하여 그러한 뻔함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노력이 자주 있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오직 다크 나이트에서만이 탐정보다 이중적 자아에 시달리는 브루스 웨인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으며

그로 인해 다크나이트 3부작은 히어로물의 전설이 되었다.

 

마블은 아주 일찌감치 이러한 점을 깨우친다. 그렇기에 각각의 영웅물에 대해 다른 장르를 적용하여 영화를 제작한다.

아이언맨이 가장 정통파 탐정캐에 속하긴 하지만 공돌이 속성이 더해지면서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인물상으로 거듭나게 했으며,

캡틴 아메리카는 탐정물이 아닌 첩보물에 영웅을 대입함으로서 또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가벼운 오락영화로 성립하였으며

앤트맨은 가족영화, 스파이더맨은 청춘물,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식 판타지물로 거듭나있다.

 

모두 기본 공식인 탐정캐를 기반으로 하되 성공적으로 다른 장르화 시킴으로서 영화뿐만 아니라 캐릭터간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인남캐에 불과한 호크아이지만 신도 넘보지 못할 정교한 컨트롤로 액션신에서의 비중을 잃지 않고 있으며

정보전 첩보전에서 블랙 위도우의 비중은 액션신에서의 토르만큼이나 빛난다.

 

그로인하여 원래는 서로 다른 작품, 서로 다른 세계에 있어야 할 이들이 섞이는 크로스오버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마블은 만들어내고 있다.

 

스칼렛 위치, 헐크, 비전, 팰콘, 블랙 팬서...끝없이 새로운 영웅들이 등장하고 여러 영화에서 서로 섞이면서도 위화감이 없으며

각각의 역할이 너무나 명확하게 나눠지는 한편 파워 밸런스도 적당히 조절되면서 각 캐릭터간의 비중 밸런스가 정말 말이 안나올만큼 적절하다.

 

크로스오버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싶을 수준이다.

 

그러나 DC를 보면, 이들은 마블의 성공을 질투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세가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첫째는 앞서 이야기한 '히어로물의 원전은 탐정물'이라는 규칙을 잃었다는 점이다.

맨오브스틸, 배대슈, 저스티스리그...어디에도 탐정이 없다. 모든걸 다 아는 전지하신 렉스 루터가 있을 뿐. -_-;;

유일하게 탐정이 있는게 원더우먼이다.

스티브와 함께 아레스를 찾는 다이아나의 모습이 바로 DC히어로가 가져야 할 원래 모습이었으며 그덕인지 원더우먼만이 어느정도 호평을 받는데 성공했다.

다른 영화가 실패하고 원더우먼이 성공한 데에는 이런 부분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두번째는 크로스오버에 대한 DC의 성급함이다.

이미 성공한 캐릭터들이 모여 더 큰 시너지를 낳도록 하는것이 크로스 오버의 본질이다.

하지만 DC는 반대다.

캐릭터를 모아놓고 성공하거든 분리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건 이미 크로스오버가 아니다.


이렇게 해버리면 저스티스 리그가 원본이라 할때 각 캐릭터의 퍼스널 무비는 그냥 외전적 성격을 띠게 된다.

라이트노벨같은거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하실거다.


예를 들어본다면 세인트 세야 본편이 히트를 치니깐

황금성의 외전, 백은성의 외전, 청동성의 외전, 해투사 외전...이런식으로 가지치는 거에 더 가깝게 된다는 뜻이다. 이게 뭠미...

 

아쿠아맨은 영화 내내 그놈의 "난 파충류야 병신아!" 에서 멋어나질 못하며

플래시와 슈퍼맨의 경쟁도 너무 쉽게 그리고 간단히 소모되어 버렸다.

 

또한 플래시는 번잡스럽다 못해 짜증나는 캐릭이 되어있다. 감독이 플래시 안티라고밖엔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이들의 단독 영화를 외전 식으로 만든들 성공이 보장되긴 정말 어려운 일이 될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악역에 대한 미학이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캐릭터 그 자체의 매력은 마블이나 DC나 비슷하다.

하지만 악당 캐릭터의 매력을 놓고 본다면 DC는 마블조차도 압도한다!!

 


조커의 광기를, 렉스 루터의 지적 면모를, 할리 퀸의 매력을, 조드 장군의 중후함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것이다.

 

영화 다크나이트가 배트맨덕에 전설이 되었나? 아니다. 조커덕에 전설이 된거다.

히스 레저의 조커 없이는 다크나이트의 성공도 있을 수 없었다.

그토록 광기에 쌓여있으면서 그토록 매력적인...배트맨을 향해 "네가 나를 완전하게 한다"고 고백하는 조커의 모습에 우리는 전율조차 느꼈었다.

 

그런데 최근 DC무비의 악역을 보면 ...어쩜 이리 생각들이 없는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스테판 울프건 아레스건 그들의 힘의 유래나 강함의 원천 뭐 이런거 없이

그냥 적당한 악역 만들고 CG떡칠해서 열나 짱쎈 나쁜놈인듯 해놓곤 쓰러뜨리고 해피해피 만만세....

생각이 있는건지 의심스럽다.

 

할리퀸이 수스에서 나름 하드캐리하긴 했지만 일회성에 그칠테고

조커나 렉스루터만큼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서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배대슈에서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소모시키는걸 보면 DC팬은 절규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뭐? 고르고 골라 데스 스트로크...?

 

안그래도 DC의 저스티스 리그는 그 태생상 슈퍼맨의 처우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나머지 멤버를 다 합쳐도 슈퍼맨만도 못하다는...슈퍼맨만 뜨면 모든게 해결되어버리고 나머지는 병풍되어버리는 그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그렇다고 슈퍼맨을 약하게 하면 슈퍼맨이 아니게 되니 실로 난감할테고...이거 해결하는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저스티스 리그는 나의 이러한 우려에 확신을 안겨준 작품이다.

다음에도 물론 나는 DC영화가 개봉하면 욕하면서도 보러 가겠지만, 희망은 놓고 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