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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돌 프로사진사에게 색감을 다른 작가처럼 바꿔달라고 하면 잘못인가?

by 선배/마루토스 2020.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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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사진중에서도 특히 B2C에 해당하는 웨딩/돌 사진에서 가끔 이런 트러블이 일어나는 경우가 비교적 자주 있습니다.


고객분께 사진 열심히 찍어 보정해서 드렸더니 이 색감 맘에 안든다, 강남작가 아무개 색감이 좋으니 그걸로 싹 바꿔달라 라고 하는 경우죠.

소비자분들중엔 이러한 요구가 당연하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고, 

프로작가분들중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러한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걸까요? 그걸 한번 이야기 해 보고 싶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길을 가다 출출하니 배가 고파 중국집에 들어가셨다고 가정해봅시다.


중국집 마다마다 기본 메뉴는 같을 지언정 짜장면도 짬뽕도 나름의 정해진 레시피가 있고 맛이 있기 마련인데 손님이 요구하길


"짜장면 하나 주세요" 해서 열심히 요리해서 드렸더니 대뜸

"이맛 맘에 안들어요. 이집 맛 말고 저기 xx동 유명 맛집이랑 똑같은 맛으로 주세요" 라고 한다면 이 집 주방장 입장에선 어떨까요?

당연히 "그럼 xx동 맛집 가서 드세요" 라고 할까요, 아니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그렇게 해드리겠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쪽이건 주방장 기분이 좋을 리는 없겠죠?


식당 마다 마다 다 맛이 다르니까 애초에 발품까지 팔아가며 맛집이라 소문난 집 찾아다니기 마련인 것이고, 그 맛이 마음에 들면 단골이 되는거고 맘에 안들면 다신 안가게 되고 뭐 그런거잖아요? 맛집을 찾아가는게 아니라 아무데나 들어가서 저 맛집의 맛을 대령해라 라고 한다면 ....;;?

이제 이걸 사진 색감 바꿔달라는 윗 질문에 대입해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애초에 웨딩 /돌 등 행사사진 프로 작가 골라 의뢰를 할 때는 홈페이지나 샘플앨범보면서 그 작가의 색감과 느낌을 눈여겨 봤으니까 의뢰를 하는 법인데, 의뢰해놓고서는 다른 작가를 들먹이며 이렇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솔직히 예의바르고 매너있는 행위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소비자는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로서 이런 저런 의사 표명과 요구사항은 있을 수 있는것도 맞아요. 좀 미묘하지만 전 이걸 일종의 온도차라고 생각합니다. 못할 요구는 아닌데 기분좋은 요구는 아닌.....그런 경우에 해당된다는 거죠. 저 짜장면집 비유처럼요.


사실 그렇게 색감 바꿔주는 작가분도 있고 색감은 자기 트레이드 마크이니 바꿔드릴 수 없다며 기분나빠하는 작가분들도 있을거예요 

원래 백인백색이라 딱히 자기색감이랄게 없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바꿔주는 작가도 있고 아예 어떤 색감이던 원하시는 대로 해드립니다 하는게 주요 세일즈포인트이신 작가도 계시는 반면 이것은 자기의 정체성같은거라 못해준다는 작가도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사진과 색감에 대한 작가적 자존심을 잘 모르고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그렇게 큰 실례인가?" 하는 분들 자주 뵙는데, 사실 원리원칙을 따지자면 그런 색감 원했다면 첨부터 그 색감으로 담는 작가한테 가셨어야 합니다. 아무 짜장면집 들어가선 xx집처럼 해서 대령해봐라 할게 아니라 말입니다.

그러나 소비자 누구나가 사진업계의 이러한 사정이나 작가의 프라이드를 숙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도에 벗어나는지 아닌지...그걸 알기 참 어려워요. 그래서 제가 이런 글을 적어보는것이기도 하구요. 


물론 사진은 짜장면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진에 대해 이런 저런 수정사항을 이야기 하는 것은 고객의 권리인게 맞습니다. 

전 그런 분들을 일괄적으로 다 탓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색감과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일부 프로 작가들 입장에선 이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부탁에 앞서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겠다...그러한 사실을 알리고자 이렇게 글을 썼다고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하지만 이것도 프로 업종 마다 마다 다르고 작가분 마다 마다 다릅니다. 만약 광고사진업계라면 갑이 하느님과 동기동창인걸요. ㅎㅎ

B2B의 경우와 B2C의 경우는 상당히 다를 수 밖에 없잖아요. 개중 저는 B2C의 한 특이케이스지만 가장 소비자가 자주 접할 어떤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본 것입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소비자가 잘 알아보고 자기 니즈에 딱 맞는 작가를 섭외할테니 이런 일이 안생길 것 같지만 현실은 상식이나 합리와는 거리가 멀게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광고 업계는 좀 다르다고 방금 언급하긴 했습니다만 광고 업계라 해서 이런 일이 없지는 않습니다. 

단적인 예로 아주 유명하신 상업작가 선생님에게 광고사진을 의뢰하려 봤더니 단가가 중소기업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어떻게 될까요? 

사진을 써서 광고는 해야겠고, 작가가 초일류라서 단가 네고도 안된다.....이런 경우말이죠.

그럼 중소기업 광고 담당자는 실력은 있지만 아직 이름은 없는 무명작가를 고르고 그에게 자기 회사가 필요로 하는 유명작가의 샘플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느낌으로 찍어달라고 하겠죠. 한 1/100 가격으로. (......) 

이게 실제 벌어졌던게 **항공의 광고 사진 표절건입니다. **티비 나무사진 표절건도 포함되고요. 

사실 이게 유명작가님에게도 새내기 무명 작가에게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거예요. 실제로 저작권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다툼까지 벌어졌었으니까요.


광고랑은 좀 다른 웨딩이나 돌에서도 왜 이걸로 트러블이 자주 생기냐면....사실 의뢰측이 잘 안 알아봐서 라기보다는 강남유명작가님은 너무 비싸니 교외 지방 비교적 저렴작가님(.....)섭외한다음 강남작가님 사진보여주고 이렇게 해주세요 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으로 말이죠.


상업작가를 표명한 이상은 사실 고객의 요구사항은 절대적이긴 해요. 자기 고집우선할거면 상업하지말고 예술해야 하는것도 맞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광고건 웨딩이건 돌이건 어쨌거나 고객의견이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그건 그거고 매너와 예의라는건 별개잖아요? 특히 B2B라면 모를까 B2C에서라면 더더욱요.

저는 그걸 이 짜장면 비유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이러한 요구를 하는게 욕을 들어먹여야 하는 잘못까지는 아니지만, 서로 기분 좋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이야기를 일반 소비자 분들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방어기제를 깔다보니 매번 글이 길어지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