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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사진사들이 흔히 가지는 고정관념중 하나

by 선배/마루토스 2021.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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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사진사들이 흔히 가지는 고정관념중 하나는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에 달린 다이얼과 셔터외의 그 무엇도 만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나는 그런 분들을 매우 자주 보는데, 만날 때 마다 자기 스튜디오에서 매일같이 공구리통을 들고선 목적한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 가장 합리적이라 판단되는 촬영 환경 그 자체를 아예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낸 다음 가장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셔터를 누르시는 실장님들을 떠올리며 한마디 해드릴까 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젓고 아무말 없이 자리를 떠나곤 한다. 

왜냐면 "셔터 말곤 아무것도 만지지 않아야, 그리고 수동모드로 찍어야 진정한 사진이다"라는 고정관념은 이미 하나의 종교적 맹신과도 같은 것이라 거기에 합리나 논리가 끼어들 여지는 사실상 없으며 옆에서 누가 무슨말을 해도 자기야말로 진정한 사진의 성스러운 사도라 자처하는 이분들에겐 그냥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분들은 과거의 대가들이 모두 사진찍을 당시 다른 건 아무짓도 안한 채 오직 셔터만 누른 사람들이라는 고정관념 또한 매우 높은 확률로 지니고 있다. 마치 그들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인양 생생하게 그 생애를 논하면서 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실제로 뭘 했는가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고 모른척 한다. 

또한 이분들은 동시에 매우 높은 확률로 사진의 색을 비롯한 느낌들이 오직 카메라와 렌즈에 의해서만 결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잦은 기변과 장비의 지름을 합리화하곤 한다.  마치 처음부터 그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

그러나 사진이란 정직한 것이어서, 고작 그정도 변화로는 몇달 몇년을 찍더라도 극적인 변화나 발전이 찾아오기 어렵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더 좋은,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해 해볼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을 스스로 봉인한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기댈거라곤 오직 운빨 뿐이고 이쯤되면 이미 사진실력을 겨룬다기보단 운빨을 겨루는거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진이란게 과연 단순히 셔터 잘 누르는 능력과 그날그날의 운빨에 모든것을 맡겨야 하는 종류의 예술행위였던가? 

"진정한 사진의 성스러운 사도"를 자처하시는거야 자유지만 그걸 자랑스러워하거나 남에게 강요하는건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