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떤 카메라를 처음 접하던간에 가장 먼저 메뉴얼,
그것도 요즘 흔히 딸려나오는 간이 메뉴얼이 아닌 풀메뉴얼먼저 찾아 읽는 습관아닌 습관이 있습니다.
요번에 연달아 캐논 제품 관련 리뷰어를 할때도
왜 EOS M 종이메뉴얼이 간이메뉴얼이냐, 풀메뉴얼 좀 달라 라던가...
70D 테스트바디에 메뉴얼 풀버전 한글판이 아예 존재 안한다는 소리에 잠시 멘붕했다가
그나마 일어판 PDF는 들어있단 소리에 안도하기도 하면서 담당자분들을 좀 당황시켜드린바 있는데요....
가끔 흔히 받는 오해중 하나가
카메라의 메뉴얼을 정독하는 목적...입니다.
고수분들에 의해 내려오는 멋진, 그러나 일부 자기과신에 빠진 분들은 까는 빌미로 삼는 경구가 바로 이에 대한 부분이죠.
"메뉴얼 3회 정독부터 하고 오세요"
사실 메뉴얼 정독이 무조건 필수인건 아닙니다.
그러나 정독하고 나면 게시판에 안해도 되는 질문이 확 늘어나긴 하죠.
어쨌거나 저는 항상 목적과 수단을 분리해서 생각한다고 누차에 걸쳐 말씀드렸는데
메뉴얼에서도 이점은 유효합니다.
저는 메뉴얼 또한 목적과 수단을 나눠 생각해요.
제가 메뉴얼을 정독하고자 하는 가장 큰 상위목적은 "해당 장비로 사진을 최대한 편하고 쉽게 찍기위해"입니다.
오해하시면 안되는게 "해당 장비의 성능을 100% 활용하기위해" 같은 목적이 아니라는거죠. 전 그런거엔 관심없습니다.
장비성능 100% 끌어내는건 카메라고수잖아요...? 저는 그런거 필요없고 원하는 사진을 편하고 쉽게 찍으면 장땡이예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요.
먼저 그 카메라로는 결코 할수 없는 것들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우회해서 편법으로 할 수 있는가를
기능과 기능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해결책을 미리 모색해두는 것...
혹은 새로 추가된 신기능의 한계와 부작용을 파악해 쓸지 안쓸지 확인하는 것...
또 어느 기능과 어느기능을 조합해야 가장 평소 촬영습관에 맞는 쉬운 세팅이 될까를 미리 알아보는 것...
제가 없는 동안 아이들 사진 찍을 와이프가 셔터만 눌러도 무난하고 잘 나올 세팅을 미리 알아두는 것...등등
이런것을 알아두기 위해 저는 메뉴얼을 읽습니다.
풀버전의 메뉴얼에 최소한 안나오는 내용은 절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다만 기능과 기능의 조합을 어떻게 하면 제일 좋을것이다 하는걸 따로 알려주지 않을 뿐이죠.(.......)
즉, 카메라를 더 잘쓰기 위해 메뉴얼을 보는게 아닙니다.
사진을 더 쉽고 편하게 찍기 위해 메뉴얼을 보는거예요.
얼핏 비슷한 말이고 말장난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저는 이 둘은 엄연히 다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활용 덜 하는게 오히려 더 쉽고 편할수도 있는거예요.
성능을 100% 이끌어 내야만 작품이 나오고 하는거 아니며
내장된 온갖 잡다한 기능을 꼭 다 써야만 그 카메라 잘쓰는게 아니잖아요?
바로 그 쉽고 편하기 위한 제 1보가 조금 귀찮지만 메뉴얼 한권 읽는 것이라면
전 기꺼이 메뉴얼을 읽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번 새로 나온 캐논 70D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이 뛰어난 카메라는 사실 동영상 모드가 기존 캐논바디들과는 달리 완전수동 M모드와 완전자동P모드밖에 없어요.
동영상촬영시 AV모드와 TV모드가 없습니다. 만약 메뉴얼을 잘 안읽었다면 필드 나가서 "어 이게 왜 안되지?"하며 당황을 했을겁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메뉴얼을 작은 경고문 하나까지 모두 읽어봤기에
"아하 이런때는 *버튼이 ISO 고정버튼이니까 AUTO ISO놓고 쓰다 이런경우 *눌러 ISO고정후 셔속조절로 노출보정시키면 되겠구나"
라는 우회 편법 해답을 찾아 편하게 찍을 수 있었던 겁니다.
메뉴얼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저는 카메라에 있는 수많은 버튼중 유독 *버튼이 동영상 촬영시에만 ISO고정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수 없었을거예요.....실제로 이 기능에 매우 큰 도움을 받았고요.
이처럼 메뉴얼을 안읽는게 오히려 나중에 어렵고 불편하고 짜증나고
무엇보다도 왜 안되냐며 남에게 아쉬운소리 해야합니다.
전 개인적 성향때문인진 몰라도 남에게 아쉬운소리 하며 굽신대는게 가장 하기 싫어요(.....)
굉장히 흔히 나오는 얼굴붉히는 경우중 하나가 인터넷 게시판 등지에서 누군가가 어떤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메뉴얼좀 읽어보셨으면 아실텐데.." "메뉴얼 정독먼저 하세요"
라고 하면 질문하신 분들이 대뜸 화를 내는 경우들입니다.
네. 메뉴얼 까짓거 안읽어도 되요. 자기가 너무나 뛰어나서 그런거 안보고도 모든 기능 다 파악하고
자기 원하는대로 쓸 수 있다면 그런거 굳이 귀찮게 읽을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질문을 한다는것 자체가, 이미 자기가 그거 귀찮아서 안읽었더니만 모르겠는데 당장 급하고 아쉬워서 하는거잖아요?
즉...능력이 안되서 메뉴얼을 봐야 하는 경우인데 안보셨고, 다시 보기도 귀찮아 죽겠으니 댁들이 대신 읽어보고
지금 자기에게 가장 필요한 답만 당장 해달라 라는 소리했다가 정곡을 찔리니까 화를 내시는겁니다. 이게 진실이예요...
아 물론 메뉴얼을 읽어도 뭔소린지 모를 수 있습니다. 메뉴얼에 사용되는 온갖 전문용어와 기능들은 사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겐
분명 어렵고 이해안되는 경우들도 많아요. 그럼 그부분을 질문하셔야죠. 그런 질문은 모두가 친절히 답해줍니다.
그거 귀찮다고 통으로 해석해달라는건 앞으로 길고 긴 사진취미생활 해가며 계속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또 의지하겠다는 소립니다....
국민세팅좀 가르쳐달란 소리도 결국은 이거의 연장선이라고 전 생각해요.
비싼 DSLR사놓고 메뉴얼의 정독, 여태까지 기피하셨던 분들이라면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오히려 그게 나중을 위해 가장 쉽고 편한 지름길,
생판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기위한 떳떳한 길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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