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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F시절 잡지공략필자가 본, 슈퍼로봇대전 30th이 시사하는 새로운 슈로대의 가능성

by 선배/마루토스 2021.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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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과거 새턴 시절 슈로대 F, 데빌 서모너 등의 게임 잡지 공략 필자였던 사람입니다.
이젠 너무 오래되어서 일했던 게임잡지 제목조차 잊어먹었지만 ㅋㅋㅋ 
당시 슈로대 F 공략 여럿 나왔었을 텐데
그중 철저하게 대사번역에 치중했던 별책부록형식이 제가 담당했던 공략이었어요.

저때 당시만 해도 솔까말 공략필자라고 해서 뭐 숨겨진 정보를 더 아는것도 아니고...
공략의 목적이란 오직 하나, 일본어 모르는 분들을 위한 내용 해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때까지만해도 슈로대가 한글화가 된다고 하면 미쳤냐 소리 듣던 시절인지라 ㅎㅎㅎ

돌이켜보면 그게 군 제대하고 97년인가였으니 벌써 24년 전이네요. 와 세월 참....ㅋ


여튼 결혼하고 애키우고 하면서 한동안 게임이랑 거리 두고 살다가, 
어쩌다보니 몇년전 스위치를 선물받게 된 이래 이 게임 저 게임 다시 손대보고 있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네요. 여튼 이번 슈로대 30th 발매 당일 패키지로 구매해서 틈틈히 즐기고 있습니다.

게시판등에 보면 특정 연출이나 움직임 몇개, 기체나 캐릭 강함이나 비중 문제를 놓고 쓰레기겜 취급하시는 분들도 종종 보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슈로대 30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가, 이번 슈로대는 그동안 쭈욱 이어져 내려왔던 슈로대의 고질병 하나를 거의 완전히 해소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뭐냐, 바로 자기가 좋아하고 선호하는 기체와 캐릭의 비중문제예요.

과거의 슈로대에서 캐릭터와 기체의 비중을 단순히 연출이라던가 강함이라던가 하는 측면으로 따지시는 분들도 적지 않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슈로대에선 어차피 연출은 호 불호의 영역이고 강함은 걍 PP와 개조 강화파츠 몰아주면 메타스, 브루거라 할지라도 뉴건담 능가하는게 가능한 것이 또한 슈로대이기 때문에 초기 수치 갖고 평가하는거에 그리 공감하지 못합니다.

대신 해당 캐릭터와 기체의 시나리오상의 등장시기가 실질적인 비중을 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애 캐릭터이고 기체인데 막 엔딩 한 3,4편 남겨두고 들어오면 솔직히 버럭 하고 싶은 맘이 확 들죠. F시절에도 건버스터에 사람들이 그렇게 기대 많이 했는데 너무 늦게 들어와서 속았다! 싶었던 분들 많으셨을겁니다.

초기에 Z건담 몰고 등장하는 카뮤같은 경우 성능은 그저 그렇지만 아주 일찍 나와 끝까지 이탈도 안하다보니 저절로 레귤러 한자리를 꿰찰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례도 있고...격추수나 PP몰아주기를 해주려 해도 너무 늦게 나오는 기체/캐릭터와 아주 일찍 나오는 기체/캐릭터간의 괴리는 작품마다 사실상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즉, 실질적으로 기체와 캐릭터의 비중을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진이 결정하고 유저들은 자기 선호 작, 자기 최애 기는 대체 언제 나오나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어요.

이건 제가 슈로대 첨 접했던 SFC시절 3차 포함 지난 29년동안 한결같이 슈로대가 품어왔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선형적 시나리오'가 지니는 한계점 말이죠. 하지만 워낙 많은 작품이 크로스오버를 하다보니 시나리오적으로 그리고 난이도 면에서 이걸 탈피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반면, 이번 슈퍼로봇대전 30은 기존 선형적 시나리오에서 탈피해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선보입니다.
거대전함 하나를 주역으로 내세우고 그 전함이 갈 곳을 유저들이 직접 선택하게 하는 비선형적 선택형 시나리오를 들고 나온거죠.

가장 굵직굵직한 메인 시나리오 몇개에 대해서만 순서를 정해두고 그 시나리오들 사이에 서브시나리오를 배치하고선
그것들을 플레이 하는 순서는 완전히 사용자의 자유에 맡기는 대모험을 강행한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이 시도는 이번에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봐요.

마징가 좋아한다? 지상루트로 시작해 코우지 먼저 받아들이고 얼른 아프리카 가서 테츠야량 그레이트 맞아들이고 또 얼른 코우지 격추수 몰아줘서 마징가 일찍 얻고 또 숨겨진 조건 만족시켜 얼른 황제 찾아내서 무쌍하면 됩니다. 
건담을 좋아한다? 우주루트로 시작해 웃소, 아무로, 카뮤 격추수 얼른얼른 늘리고 더 좋은 기체 얼른얼른 바꿔타고 에이스 보너스 일찍받아 무쌍하면 됩니다.

슈로대 특성상 기본 성능 별로 안중요하고 사실상 먼저 받아들이는 캐릭과 기체가 더 많은 PP와 격추수가 몰리기에 훨씬 더 많이 활약해요.
그리고 그 선택이 거의 완전히 사용자에게 주어졌습니다. 이런 작품은 솔직히 첨이예요.

S-RPG의 명가라 하는 파이어 엠블렘에서도, 택틱스 오우거 시리즈에서도...분기나 좀 나누면 나눴지 이렇게까지 비선형적 시나리오를 통해 선호캐 먼저 플레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임은 솔직히 여태까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데 고작 라이센스 복붙겜소리나 듣던 슈로대가 용감하게도 거기에 도전을 했고, 나름 성공을 거두었다...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슈로대는 다른 s-RPG와는 좀 달라서, 효율을 굳이 따질 필요가 없는 게임이예요. 건담이건 마징가건 겟타건 자기 좋아하는 기체 골라 무쌍시키는 재미가 가장 큰 게임이고 본질입니다. 제작진은 이번에 그 본질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을 제출했고, 나름 납득가능한 수준으로 마감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대단해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과거의 슈로대와는 완전히 다른 차별성이 드디어 생긴겁니다. 30년만에 말이죠 ㅋ
이 업적에 비하면 자잘한 연출의 성의 부족이나 좀 미흡하다 싶은 크로스오버에 대한 부분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봅니다.

지난 슈로대들은 자잘한 분기는 있을지언정 결국은 회차를 거듭해도 선형적 시나리오에 의한 기체습득순서가 정해져있어서 플레이방식이 대동소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슈로대30은 그러한 밸런스까지 포함해서 선택에 따라 플레이 감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단순 슈퍼계/리얼계 두번 하면 볼짱 다봤네 뭐 이런 느낌이 대부분이었는데 다회차가 즐겁게 기다려지는 슈로대는 솔직히 첨이예요. 

플레이 하는 사람, 회차,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 전혀 다른 감상, 전혀 다른 밸런스가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큰 줄기의 크로스오버는 놓치지 않아요. 얼핏 별거 아닌거같은데 선택지에 따라 대화내용, 발언캐릭터가 바뀌는거 보면 와 이사람들 진짜 노력많이 했구나 소리 절로 나옵니다.

개인적으론 이번 슈로대는 제 슈로대 인생 28년을 통틀어 4차, 알파 외전과 함께 가장 즐거운 슈로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기 맘에 안든다며 연출 한두개로 쓰레기겜 평하는건 너무 일러요 ㅋ

저 자신도 아직 초반-중반부 사이에 있지만 가급적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이 즐거움을 최대한 만끽하며 플레이하고자 합니다.
모르긴해도 저와 비슷한 생각 하시는 올드팬 분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해요....ㅎㅎㅎ


이상은 과거 슈로대 잡지공략필자도 해본 늙은 덕후의 감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