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의 연속과 휴가덕에 한동안 블로그를 좀 방치해두었네요..;
원래는 플래시 관련 강좌 연작을 포스팅해야 하는데
위의 이유로 인해 예제사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관계로...땜빵 겸 해서
몇몇 분들이 요청하셨던 소위 오일 사건이라는 것의 전말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이게 캐논DSLR에서는 꽤나 중요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리된곳이 없더라구요.
지금에 와서는 그냥 재미로 봐주시면 됩니다. 다 끝난 이야기니까요.....ㅎㅎ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4년전 이른 봄이었습니다.
당시 캐논은 마악 한가지 서비스 정책을 변경했던 참이었어요.
그건 바로 센서 청소의 유료화 정책이었습니다.
기존의 필름과는 달리 DSLR의 경우에는, 특히 지금처럼 자체 먼지 청소기능이 없는
센서가 달려있고 그 센서 하나로 주구장창 사진을 찍어야 하는 특성상
센서의 주기적인 청소가 아주 중요한 관리사항중 하나였습니다.
센서에 커다란 먼지라도 앉아있으면 그게 사진찍을때 마다 족족 사진에 얼룩으로 보기흉하게 나오는데
센서라는게 워낙 민감하고 고가의 부품이다보니 개인이 청소한다는건 정말 넌센스고
결국 서비스센터에 청소를 맡기는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 청소는 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DSLR유저의 수가 불어남에 따라 제조사인 캐논측에서는 이 청소를 부담스러워했고
결국 센서 청소의 유상화를 결정, 유저들에게 이를 통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무조건 유상은 아니었고 뭐 AS기간이 지난 다음부터 유상이 된다던가 하는 조건부였죠.
유저들입장에선 불만은 있었으나 일방적인 통보기도 했고 그게 아주 불합리하기만 한건 아니었기에
정책의 변경 자체는 큰 불협화음 없이 이뤄졌습니다.....만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죠.
한국의 한 1Ds mk3, 즉 당시 캐논에서 가장 좋은 최고의 카메라를 사용하던 정현군 이라고 하는 유저가
사용중 어떤 이상한 현상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것은 사진에 마치 먼지같은, 그러나 분명히 먼지와는 다른 그 무엇이 자꾸 나타나는데
센서 청소를 받아도 받아도 계속 다른 위치에 출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먼지랑은 달리 이 얼룩은 도너츠형의 형태를 주로 띄고 있었으며...뽁뽁이로 불어도 결코 날라가지 않았어요.
정현군님이 이 문제를 발견한것은 2008년 가을의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이분도 이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는 알 지 못한채..캐논 코리아의 대응을 이모저모로 요구했다가
마침내 공론화 시키는데 이르릅니다.
이것이 2009년 3월의 일입니다.
캐논은 처음엔 이것이 이분의 카메라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하다가 다른분들도 연달아 같은 증세를 호소하자
말을 바꾸었고,
클리닝 미스라고 하다가 계속 같은 현상이 일어나자 이모저모 따져보던 중 미러유닛에 과도한 양의 오일(윤활유)이
도포되어 있었고 혹시 이게 튄게 아닌가 ? 하는 추정을 내놓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도하게 도포된 오일을 제거하여도 이 현상은 계속 재발하였고
한술 더 떠 이제 그동안 먼지인가 라고만 생각했던 다른 기종 사용자분들도 어라? 그게 먼지가 아니었네? 하면서
같은 증상이 나타난 증거사진을 연달아 올리게 됩니다.
이시점에서조차 캐논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했죠.
하지만 .....요즘 소비자가 어떤 소비자이며, 그중에서도 캐논 유저는 또 어떤 유저인가요.
인터넷과 게시판, 블로그등을 통해 이 문제는 널리 퍼져나갔으며 그 중심에는 최초문제제기자인 정현군님이 있었습니다.
지치지 않는 정열과 투쟁심으로 무장하고, 일개 개인이 초거대 일본 기업에 싸움을 건거죠.
그리고 보다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유저의 요구-문제를 인정하고, 재발을 막고 대책을 확립해달라는-를 관철하기위해
다각적 방법이 동원됩니다.
누구는 영어로 번역해 유럽 및 미국쪽 카메라 관련 게시판에 이 사실을 알렸고
개중 저는 일어로 번역해 이 사실을 일본쪽 유저들이 모이는 게시판에 알렸습니다.
100명 가까운 유저들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증거들을 모아 캐논에 제출했으며 기업 특유의 시간끌기 전법을 막기위해
답변서를 요청하면서 시한까지 명시해 전달해 줄것을 명언했습니다.
약 한달여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캐논은 어떤 한가지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합니다.
센서에 묻은 그것은 "먼지"가 아니라 "오일"이 맞다....는 사실이었죠.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해서 오일이 센서에 가 묻는것인지는 판명되지 않았으니 기다려 달라 했습니다.
그동안에도 유저들의 투쟁은, 정현군님의 분투는 계속되었고 마침내는 여기 저기서 취재요청까지 받습니다.
마침내 거대기업 캐논은 일개 유저의 요구에 응해 전세계 모든 사이트와 매장을 통하여
자사제품에 오일이 튀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지하게 됩니다. 결함제품임을 공식적으로 인정케 한거죠.
하지만 인정한것 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죠. 5월이 지나면서 문제해결에 대한 유저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집니다.
결국 5월 19일, 일본 캐논 본사의 임원들까지 내한한 가운데
캐논 소비자대표 10인과의 설명회가 개최되게됩니다.
설명회에는 중간에 일본어 통역 검수를 위해 저도 참석했고요.
이자리에서 일본 캐논 임원진이 정식으로 유저들에게 말한걸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의 발단은 댐퍼고무에 과다도포된 오일이 튀는 큰 오일스팟 현상과,
2. 미러구동부에 도포된 오일이 튄 것이 카메라 내부 공간을 떠돌아 다니다 센서에 유착되는 작은 오일스팟이 있으며
3. 이러한 현상을 처음 발견해 낸 한국 유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4. 캐논이 찾아낸 해법은 댐퍼고무오일을 청소하는 것이며, 이로서 큰 오일은 발생하지 않을것이다.
5. 만약 그래도 오일스팟이 발생한다면 소비자보호법에 의거, 3회 재발시 교환/환불해주겠다.
6.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상 센서 청소 정책을 정식으로 철회하며 향후 모든 정품 캐논 바디는 무상 센서 청소를 제공한다.
완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진전을 본거죠.
이것이 소위 말하는 캐논 오일스팟 사건의 전모입니다.
유저대표로서 정현군님은 캐논측 책임자의 사인을 받아냈는데 그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로서 국내 수십수백만 캐논 DSLR유저분들은 센서 청소를 무료로 받게 된겁니다. 일단은 [평생], 즉 반영구적으로요.
100만명이 1년에 한번씩 청소받으며 1만원씩만 낸다 해도 캐논이 연간 벌었을 청소비가 100억원입니다.
100만명의 유저가 4년간 냈을 청소비의 총액만 따져도 400억원이란 소리죠.
한 유저의 관찰력과 집념이,
10인의 대표단의 협상력이....400억원이란 큰 돈을 소비자에게 돌려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준 수많은 캐논 유저들의 단합과 협력이 얻어낸 작지만 큰 승리였습니다.
이제와서는 거의 잊혀져버렸고
가끔 센터에 카메라 청소 받으러 가시는 분들도 그게 당연히 원래부터 공짜였다 생각하실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아닙니다.
이 일이, 그리고 소수의 올바른 정신을 지닌 소비자들의 힘이 그 청소를 무료로 만들어낸것입니다.
그 사실을 새삼 최근 입문하시는 캐논 유저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땜빵 경 포스팅으로 올려봅니다.
바쁜일이 마무리되면 다시 외장 플래시 강좌 포스팅 연작 재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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