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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도 나타나는 한국사람 특유의 빨리빨리 증후군.

by 선배/마루토스 2010.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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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련 사이트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글중 하나는

엊그제 카메라 샀는데 왜 쨍한 사진이 안찍히느냐 라던가..

포토샵 시작해보려는데 어떻해야 남들처럼 기막힌 보정 하는법을 빨리 익히느냐 라던가

저사람이랑 나랑 장비는 똑같은데 왜 내사진은 저사람처럼 안나오냐 라는 식의

한국 사람 특유의 빨리빨리 증후군입니다.


참 성질들도 급하시죠. -_-;;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엊그제 사서 아직 메뉴얼도 안읽은 사람이 쨍한사진을 대체 어떻게 찍고

비트맵이 뭔지도 모르는데 당장 포토샵고수가 될수있을리 만무하고

저사람이랑 자기랑 장비는 같을지 몰라도 사진찍은 기간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데 당연히 저사람처럼 못찍죠.



이건 돌려서 비유해보면 이런겁니다.



미술 초짜가 붓 잡자 마자 최후의 심판 그려낼 수 없고


음치가 기타 잡자 마자 지미 핸드릭스 뺨치게 연주할 수 없고


길치가 운전대 잡자마자 더블드리프트로 86몰고 고갯길 내려올수 없으며


수학치가 물리학과 입학하자마자 양자역학 10차원의 고리이론 발표할 수 없고


손에 물도 안묻혀본 사람이 좋은 오븐 하나 샀다고 미쉐랑 별 다섯개짜리 요리를 만들지 못하고


컴맹이 컴하나 사자마자 윈도우같은 OS를 만들어 낼 수 없듯이 ...





예술에 무지한 저같은 사람이 비싼 카메라 사고 포토샵 조금 배웠다고

단숨에 작가 뺨치는 사진들을 바로 찍어내듯 양산해 낼 수는 없는거거든요.



작품사진을 찍고 싶어하면서 정작 "작품"이 뭔지도 모릅니다 대개는.

쨍한 사진을 빨리 찍고 싶어하는데 아무내용 없이 그저 쨍하기만 한 사진 어따 써먹습니까..?

나 이만큼 쨍하게 찍을 수 있다고 자랑할때 써먹나요..;?




딱잘라 말씀드리자면 사진에 대해 아무개념이 없을경우


적정노출이 뭔지 아는데만도 보통 1년 너머 걸리고

무보정 쨍한 사진 찍으려면 비싼 장비와 탁월한 내공과 좋은 빛이 있어야 하건만


보급기에 번들렌즈 끼우고 메뉴얼 한번 펼쳐본적 없이 쨍한 사진 당장 안나온다고 막 화를 내는게 현실입니다. -_-;;



심지어는 외출나갔다 와서 한 50장 가량 찍고는 그중에 맘에 드는게 없다고 투정도 부립니다.




아니 그럼 누구는 바보라서 일몰 한번 찍으러가면 일몰만 천장 넘게 찍고 그중에 겨우 한두장 맘에 드는거 건져내나요..;?

사진을 몇년씩 찍은 사람도 천장 이천장 찍어도 제대로 된 사진 하나 나올까 말까인데

엊그제 카메라 사고 아무생각도 없이 셔터만 한 백번 눌러놓고는 맘에 드는 사진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것도 어찌보면 참 대단한 겁니다 -_-;;




한국 특유의 그 빨리빨리 증후군...

적어도 이런쪽에서까지 듣고싶지는 않아요......ㅠㅠ



사진이란 평생을 가져갈 취미이고

평생에 걸쳐 완성해 나가야 할 먼 길이건만

 왜그리들 서두르시는지...;;



잘라말해서, 사진의 본질, 미의 정의에 대해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비싼 카메라 사고 사진책(사실은 장비책) 몇권 보고 포토샵책 한두권 읽었다 해서

단숨에 고수되고 작가될 수는 없습니다. 이게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