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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진사들은..

by 선배/마루토스 201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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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로부터 어떤 사진사를 가장 존경하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컨데 어떤 사진의 대가를 자신의 모범으로 삼고있느냐 하는 요지의 질문인거죠.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기대하는 답변도 어느정도 뻔합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라던가 로버트 카파, 카쉬등등 정말 널리 알려진 초 유명한 사진사 내지는

국내에서 이름을 날리는 최민식, 정승익, 배병우...이런 작가분들중 하나를 답해주길 기대하시는 심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저도 소위 말하는 대가, 작가들을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예요.

전에도 말씀드렸듯 저는 아마추어 가족 취미 사진사입니다. 왜 아마추어인 제가 프로페셔널중에서도 최상위그룹인 저분들을 목표로 한다거나 존경하거나 해야하죠?

이건 누누히 말씀드리는 목적과 수단 어느쪽에도 합치되지 않습니다.

 

혹은 또 가끔....어느어느 아마추어 작가를 보았는데 싸구려 콤팩트 카메라로 무진장 잘찍더라..존경스럽다 본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때론 가족을 버리고 직장을 버리고 사진을 선택해 머나먼 타지에서 홀로 예술활동을 하는 한 사진사의 모습이 존경스럽다..모범적이다..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이런 경우역시 저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립니다. 특히 예술을 위해 가족을 버렸다는 소리 듣게되면 전 오히려 화가 납니다.

 

여튼 대부분 존경의 대상으로 삼는 사진사들을 얼추 아우러보면 거기엔 "대가" 혹은 "사진을 아주 잘찍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즉 대부분 그 실력을 존경하고 그 작품을 치켜세우는데 치중해있는것이 사실입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제가 존경하는 사진사에 대해 말해보죠.

물론 저도 존경하는 사진사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그중에 대가, 엄청난 실력자, 사진작가...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모처럼 풍경 출사 나갔는데 거기서 쓰레기를 차곡 차곡 봉투에 담는 사진사를 본다면 저는 그 즉시 그를 존경하게 될겁니다.

놀이터에서 카메라는 제껴두고 아이랑 신나게 놀아주고있는 아빠사진사를 본다면 저는 그 즉시 그를 존경하게 될겁니다.

렌즈 하나 더 사는 대신 와이프와 아이들 옷을 한벌 더 사주는 사진사를 본다면 저는 그 즉시 그를 존경하게 될겁니다.

어렵고 힘들게 사시는 분들을 도촬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그분들 영정사진등을 자원봉사해드리는 사진사를 본다면 저는 그 즉시 그를 존경하게 될겁니다.

 

요컨데 취미로 사진하면서....작품을 위해 인간성을 희생한다면 아무리 대단한 작품을 내놓는다 해도 저는 그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며

취미로 사진하면서 자신이, 가족이, 주변이 행복해지는 길을 걷는 사진사라면 그가 아무리 별볼일 없는 사진을 찍는다 해도 저는 그를 존경할 것입니다.

 

얼핏...사진을 정말 잘 찍는 사진사가 대단한 사진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전에도 말했듯...최소한 제경우엔 잘 찍는것 자체는 절대 목적이 아니기때문에요.

 

 

손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취미로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새삼 묻고싶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사진사를 존경하세요??

 

별것아닌 질문같지만 이 질문 역시 취미사진을 찍는 사람이 오랫동안 이 길을 걷기 위해선

한번쯤 자문자답 해보아야 할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