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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평가 방법에 대한 개인적 생각

by 선배/마루토스 2017.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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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아마추어인 제가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이미 말도 안되는 일이고

주제넘은 짓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주제중 하나가 바로 이것...


"사진의 평가방법"입니다.


일단, 예술적 철학적 그리고 사회 문화적 사진의 평가방법에 대해서는

까놓고 말해 제가 논할 방법이 없습니다. 뭘 알아야 하죠 (.......)

 

진정한 예술 사진이나 프로페셔널의 사진에 관한 평가에 대해 정말 본격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진동선 교수님, 신수진 교수님 같은 전문가분들의 저서나 기고글,

롤랑 바르트등 해외의 저명한 인사들의 글을 읽으셔야만 합니다.


제가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정말정말정말 얕은 단계...

하지만 그 얕은 단계에서나마 수년에 걸쳐 어느정도 정립된

저같은 아마추어들의 사진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예요.

 

워낙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시작하면서도 겁부터 나는군요.

이런 민감한 사항에 대해 저같은 듣보잡이 조금이라도 언급하면

반드시 라고 해도 좋을만큼 어디선가 누군가들에게 돌려 까이기 마련인지라...(.....)


뭐 그렇다고 해서 그사람들이 저 대신 이런거 적거나 해주냐면

그건 또 아니기때문에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저 하고 싶은 소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보죠.

단, 이하의 사항들은 '기본'에 해당하는 부분들입니다.

보다 더 큰 목적성과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어겨도 상관없는 부분이란 의미죠.

 

1. 초점이 맞아야 합니다.
별거 아닌듯 가장 어려운 부분중 하나입니다. 초점 원하는 부분에 맞출줄 알면 이미 중수예요.
심도가 깊지 않은 사진일수록 초점이 정확히 맞아야 평가 제대로 받습니다.

 

2.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별거 아닌듯 가장 어려운 부분중 둘입니다. 적절한 셔터속도를 어떻게든 확보해서
사진이 흔들리지 않아야 해요.

 

3. 가급적 입자가 깔끔해야 합니다.
별거 아닌듯 가장 어려운 부분중 셋입니다. 감도를 낮출수록 깔끔하기 마련인데
감도를 낮춘다는건 결국 셔속 확보를 위태롭게 하기 쉽죠. 그래서 등장하는게 삼각대나 플래시 같은건데 귀차니즘에 잘 안쓰시니..
보정을 할때 질감강조나 샤픈을 너무 심하게 주어도 픽셀이 뭉쳐 보기싫게됩니다.

 

4. 수직 수평이 어느정도 맞아야 합니다.
특히 풍경사진에 있어 어지간히 특별한 의도가 있는거 아닌데 수직수평 어긋나면
보는사람이 진짜 불편합니다. 평가할때 가장 감점요소가 되기 쉬운데 찍을땐 잘 몰라요.

 

5. 계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소위 말해 명암이 계단처럼 떡지는 사진입니다. 원인이야 여러가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사진 출력해보면 들여다보기도 짜증날만큼 보기 싫게 나옵니다.

 

6. 다이나믹 레인지가 좁고 컨트라스트가 지나치게 강하다.
5번과 연관성 깊은 부분이긴 한데 가장 밝은 영역과 가장 어두운 영역 사이의 간극이 좁고
그 대비가 급격하고 가파라 보는 이의 안구에 타격을(....) 주는 경우입니다.

 

7. 심도가 지나치게 깊고, 필요 이상의 정보가 프레임 속에 존재한다.
바꿔 말해 제대로 덜어내지 못한 사진들을 의미합니다. 사진이 괜히 덜어냄의 미학이 아니니까요.

 

8. 외부 조명을 사용했다는게 지나치게 티난다.
위에서 플래시나 삼각대 사용이 중요하다 했지만, 중요하다 해서 그거 쓴 티 내면 오히려 감점입니다.
자연스럽게...쓴듯 안쓴듯 알아채지 못할정도로, 그러나 쓰지 않은것과는 확실히 완성도에서 차이가 존재하는..그정도가 딱 좋습니다.

 

9. 심도가 지나치게 얕고, 주피사체 말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선 매우 바람직한 케이스라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그저 비싼 렌즈의 얕은 심도를 자랑만 할 의도로 찍은 사진은 평가의 대상조차 되기 어렵습니다.
거리에 따라 피사계심도는 '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이 바로 실력입니다.
특히 접사등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심도를 깊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10. 주제를 표출하기 위한 적정노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적정노출은 그냥 노출계가 18% 그레이에 있을때를 의미하는것이 아닙니다.
사진사가 전달하길 원하는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진 전체의 균형잡힌 노출이죠.

 

11. 프레임안에 다크홀과 화이트홀이 많다.
RGB값이 0 혹은 255에 수렴해 색정보를 잃은 영역에 해당하는
다크홀과 화이트홀이 사진에 특별한 의도 없이 존재하면 아무래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보통방법으론 보정불가능한 영역이기때문에 뒤늦게 수습하는데도 한계가 있고요.

 

12. 색상, 채도, 명도 각 파라메터값이 과도하게 높거나 낮다.
낮은건 차라리 나은데, 높으면 촌스러움이 두드러지는 것이 이 값들입니다.
그렇다 해서 의미없이 낮기만 하면 그것도 결점이예요.
뭐 채도가 낮으면 흑백이 되는데 그게 무슨 결점이냐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흑백사진을 만들때에도 채도빼는건 그리 상책은 아닙니다...

 

13. 주변부광량저하, 배럴/핀쿠션 디스토션, 고스트, 플레어, 상면만곡, 색수차가 많다.
때로는 사진에 있어 감칠맛을 더해주는 것이 이러한 광학결함들이지만
감칠맛에 이르지 못한 결함은 그냥 결함일 뿐입니다.
단순히 광학장비의 성능이 부족해서라기보단 그 부족함을 메꿀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요.

 

14. 인물사진에 있어 캐치아이, 배경분리, 크롭실패
눈에 광택이 없어 죽은 동태인양 생동감이 없고, 배경과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인물이 전혀 돋보이지도 않으면서
크롭은 이상한 부위에 해 관절 잘린것처럼 느껴지게 찍으면 아무래도 좋은평가는 듣기 어렵죠.


번외. 목적달성 여부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아무리 아마추어 사진이라 할지라도
셔터를 누르는 데에는 목적이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으로 찍는 사람 혹은 찍히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던가...
공모전같은데 내서 상을 타는데 성공했다던가
댓가를 받고 고객의 추억을 담아 기쁘게 해준다던가,
온라인 상점용 옷이나 악세사리 상품사진을 찍었다면 매출이 증가한다던가,
자기 혼자 모니터 보며 '오 내가 찍었지만 대단해~' 하고 자기만족을 한다던가,
페이스북이나 게시판등에 올리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좋아요를 많이 받는다던가...

자기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바로 그 셔터 누른 목적의 달성여부.
그것을 달성했다면 사실 누군가의 평가는 거의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다만 달성조건중 상당수는 누군가의 평가로 결정되는 부분이 적지 않긴 하지만요...;

 

결함이 없는 사진이 좋은 사진인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진을 평가하라고 하면, 결국 가장 먼저 보게 되는것은
이러한 결함의 존재유무가 될 수 밖에 없긴 합니다.

일례로 사진을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면서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라는게
괜히 존재하는것은 아니거든요.
오랜 기간에 걸쳐 보여지고 그에 대한 피드백이 충분히 이뤄진 결과
현대 상업사진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수렴된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이 그냥 별거 아니라고 무시될만큼 가볍기만 한것은 아닙니다.
물론, 꼭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잣대도 아니고 위에서 수차례 말씀드렸듯이
명확한 의도와 목적을 위해서라면 뻔히 알면서도 그 위를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비일배재합니다.

정답은 없어요. 예술에 정답이 어디있나요.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 했듯, 이것은 사진의 표면만 놓고 볼때의 이야기입니다.

해당 사진이 건드리는 사회적 문화적 테마, 인간이나 자연에 대한 고찰...
철학적 그리고 예술적 해석과 해설등은 이와는 또 별차원의 이야기인거구요.


다만....다만 그런건 있습니다.

사진이 평가받는 경우는 사실 우리 생각처럼 많지 않아요.

과제등으로 제출하고 스승, 선생에게 채점당할때
사진공모전 등에 제출했을때
클라이언트, 고객에게 납품했을때

대표적으로 이런 경우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한적입니다. 사진은 평가를 전제로 한 분야가 아니거든요.

뭐 여튼 그중에서 공모전 이야기를 좀 해보면...
공모전에 제출된 사진은 심사를 받기 마련입니다. 누구의? 권위있는 심사위원의!

그러나 그 심사가 어떤 기준에서 행해질지는 일반 공모자는 알수없죠.
그저 결과 발표를 받아볼 뿐.


그런데 그 결과가 정말 어이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전에 소개드렸던 바와 같이 모사진작가협회같은 경우 어처구니 없는 수준의 합성사진을
그해의 대상으로 선정한 경우가 있었는데.....이는 뇌물을 받고 준 상이었습니다.

꼭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분명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고 있는데 멋진 저녁노을이라고 상주는 심사위원도 있고,
분명 출입금지구역에서 촬영한게 분명한데도 멋지다고 상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나 티나는 합성사진인데도 상을 주는가 하면
깜쪽같은 포샵질에 속아넘어가 상을 주기도 합니다.

 

얼마전 최민식 사진상을 둘러싼 잡음도 그런 경우였는데요,

사람들이 최민식 사진상에 바라는 다큐는 인본주의적 사진입니다.
일상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한장에 담은, 시대를 비추는 기록물...

그런데 시상된 사진은 천제라고 하는, 태백산에서 하늘에 대해 지내는 제사를 담은 다큐기록사진이었는데

행사에 대한 기록은 다큐이긴 하지만 인본주의와는 거리가 먼 순수 기록인데
그 사진에 담긴 가치가 타 제출작품을 압도하는 가치가 있었는가?

애초에 천제 라고 하는 행사 자체가 희대의 위조 역사서 환단고기와 관련이 있으며
후대에 크게 각색되고 만들어지다 시피 한 행사인데 그 사진에 이런 큰 상을
그것도 중복에 기성 공개작인데 주는게 맞는가 하는 것에 대해 큰 소동이 일었습니다.

결국, 의욕적으로 시작된 최민식 사진상은 이 잡음으로 인해
2회만 진행되고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는 방식의 사진 평가가 가져온 비극이죠.

저같은 보통사람이 그러면 이해하겠습니다만....
심사위원 정도 되면 그 자리를 고스톱해서 따먹은게 아닌 이상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질 수 있는 평가를 하여 시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합성도 몰라, 어디서 찍은건지 언제 찍은건지 구분도 못해...

이러지는 말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뭐 심사위원도 인간이니 실수도 할수있다 치겠습니다만...


그 실수로 인해 일생일대의 기회가 날라가는 사람들 생각하면,
그렇게 자주 실수해선 안될거같거든요. (......)


잠깐 옆으로 새기는 했는데...여튼 뭐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