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모바일 iPhone

마침내 완벽하게 닫힌 자체적 IT생태계 구축에 성공해버린 애플

by 선배/마루토스 2020. 11. 12.
728x90



소문이 무성했던 애플의 One More Thing 이벤트가 끝났습니다.


국내 언론매체들은 이번에도 혁신은 없었다는 둥, 그냥 매번 되풀이되는 새로운 맥 제품 몇개 출시했다는 둥,

그 맥이 지난번 맥보다 몇배 빠르다더라 라는 둥 그냥 피상적인 내용의 기사가 대부분이었는데요...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이벤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드디어 애플 이 미친것들이 해냈다...아니 해냈다기보단 저질러버렸구나 하고요.


무엇을? 완벽하게 닫힌 자체적 IT생태계 구축을요!


애플은 현재 세계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깔맞춤해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입니다. 

그냥 티비나 스마트 디바이스에 쓰는 어플리케이션 수준 말고 OS레벨에서부터 말이죠.

하지만 그 하드웨어중에서도 몇몇 분야는 자체제품이 아니었어요. 가장 대표적인것이 CPU입니다. 

모바일 디바이스용 CPU는 A칩 라인업으로 애저녁부터 자체설계 및 생산을 해왔는데 비해 맥에 사용되는 CPU는 계속 인텔것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죠.


사실 이런 고도의 CPU를 자체개발해낼수 있는 기업이 애초에 몇 없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애플은 인텔에 얽매여 자기들이 원하지 않는 몇가지를 허용할 수 밖에 없었고 원하는 몇가지를 구현해 낼 수 없었습니다.

사용자들이 부트 캠프같은 꼼수를 통해 맥에서 윈도우를 돌린다던가, 저렴한 제품을 구입한 다음 내부 부품을 갈아 확장해 성능을 향상시켜 쓴다던가 하는건 애플이 원치 않는 열린 생태계적 사용방식이었거든요.

또한 인텔 칩 성능의 한계로 인해 아이폰, 아이패드등 iOS기기와 맥OS간의 호환성이 그리 담보되지 않았고 모바일적 관점에서의 탁 하면 턱 하는 사용자경험을 만들어 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아이패드나 아이폰처럼 반응하고 쓰는 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의미)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M1칩으로 인해 애플은 이제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완벽한 자기 완결에 성공했습니다.

GPU는 몇년전부터 쭈욱 자기네가 설계하고 만들어왔고(그로 인해 그 이전 애플에 GPU납품하던 업체는 거의 망했을 정도...) 이제는 CPU도 자기네 것으로 바꾼건데...우리가 쓰는 집 PC CPU를 인텔에서 라이젠으로 바꾼거랑은 레벨이나 관점이 아예 다릅니다.

M1프로세서는 설계서부터 아키텍쳐에 이르기까지 태생적으로 맥OS와 어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되고 깔맞춤 되어있는...애플의 애플을 위한 애플의 프로세서예요.



그 덕에 애플 제품은 비슷한 사양의 윈도우 진영에 비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퍼포먼스와 안정성을 자랑합니다. 

단적인 예로 4k급 영상 편집같은걸 보면 윈도우 최고급 사양에서 편집하는것보다 어째 적당한 사양의 애플 기기에서 파이널 컷 같은 맥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으로 편집하는게 훨씬 더 빠르고 편해요. 그런게 가능한 이유는 하드웨어와 OS와 소프트웨어가 혼연일체가 된 최적화를 이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도는게 중요한 윈도우 진영이랑은 접근법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에 단순 스펙 이상의 퍼포먼스가 나옵니다. 솔까말 윈도우에서 영상편집하다 맥 파컷에서 영상 편집 좀 해보면 무슨 마법같은 느낌이 들 정도예요. 

CPu업체 OS업체 어플리케이션 업체 따로노는 윈도우나 안드로이드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재주라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M1 프로세서 그리고 새로 나오는 빅서 맥 OS로 인해 이제 애플의 맥은 iOS와 앱을 본격적으로 공유합니다. 애뮬레이션이나 뭐 그런거 아니고 로제타를 통한 진짜 OS레벨에서 서포트되는 거의 반 네이티브적 느낌으로 말이죠.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서 결제하고 받아 편하게 썼던 앱이 있다면 이제 맥에서도 추가 지출 없이 다시 받아 그대로 쓸 수 있게 되는겁니다.



그러나 그 대신에 애플은 자기네들의 욕심도 한껏 차립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능향상을 위해서라며 SoC 구조를 채택함으로서 CPU GPU 캐시메모리 그리고 RAM!!까지 걍 열수 없는 블랙박스화된 칩 안에 때려박아넣은 점입니다. 이게 가지는 의미는 사실 사용자에게 적지 않아요. 

뭔소리냐면 우리가 컴 성능이 딸리면 용산가서 램 사다 추가로 달아주고 그러면 성능이 다시 확 올라가게 하고 할 수 있는데....이제 블랙박스화 되어버렸기 때문에 일개 개인 사용자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기본 용량같은걸 못늘리게 바꿔버린겁니다. 

마치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용량가지고 가격 차별화 하듯 PC인 맥에서조차 가격장난질을 칠 수 있게 된거예요.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내용 보면 램 16기가 더 달고자 할 경우 한화로 약 27만원을 더 내야합니다. 근데 용산가서 16기가 램 그냥 사면? 3~4만원이면 사요. 막말로 용량 장난 치면서 20만원 넘는 순이익을 얻는 베짱장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단 소리죠. ㅋㅋㅋㅋ 물론 여기에 하드 용량은 또 별개....그 외 단자 장난 악세사리 장난...한마디로 옵션질 장난을 본격적으로 치는데 사용자가 어떻게 해볼 구석은 전혀 없어진겁니다. 왜? 생태계가 완벽하게 닫혀버렸으니까!


한편으로는 새 iOS와 새 맥OS 빅서가 융합함으로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일찌기 꿈꿨었지만 파편화로 인해 도저히 불가능하다 판단해서 접었던 모바일-PC 어플리케이션의 통합이라는 꿈의 조합을 현실로 가져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진짜 긴 로드맵을 세우고 차곡 차곡 하드와 소프트, PC와 모바일 각각에 대해 추진했던 대전략이 마침내 하나의 열매로서 결실을 맺는 순간...오늘 발표를 저는 그렇게 봤어요. 아이폰 3Gs를 내놓을때 잡스가 꿈꿨던 생태계의 완성이 드디어 이뤄졌구나 하고 말이죠.


머리속에 막연하게 꿈들은 다들 꾸었었겠지만 실제론 IBM도, 마이크로스포트도, 리눅스진영도,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마침내 애플이 해내었습니다. 그리고 이로서 애플의 생태계는 완벽하게 닫혔어요. 하드적으로도, 그리고 소프트적으로도. PC적으로도 모바일적으로도. 온라인 ESD샵적으로도 오프라인 애플 스토어 적으로도...그렇게 진짜 너무나도 완벽한 자기 귀결을 달성해버린 역사적인 날입니다. 그게 가능했던것도 하드부터 소프트까지 다 지네가 만들고 정하면서 파편화 철저하게 틀어 막은 덕이기도 할테니 단순히 폐쇄적 생태계라고 욕하기도 애매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얼핏 이번 발표 별거 아닌듯, 저 보기엔 진짜 대단한 발표 한겁니다. 그냥 칩이나 신제품 발표한게 아니예요. 

생태계를 발표한겁니다. 자기들만의 완벽하게 닫힌 생태계를요. 


한마디로 말해 들어올 땐 맘대로였지만 나갈땐 아니란다 같은 느낌? ㅋㅋ 절대 좋은 의미는 아니고 징한것들? 뭐 이런 의미에서요. 

일단 폰 아이폰으로 발 들이기 시작해서 패드는 아이패드사게되고 펜슬로 그림그리고 노트북은 맥북에어 pc는 맥 이어폰은 에어팟 소프트웨어는 전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구매 ...발 담그고 가만 놔두면 절로 이렇게 될거예요.  그러면서 맥이 왜 좋은지 애플이 왜 좋은지 스스로 찬양하게 되면서요.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이 없어 못하고 구글은 PC하드웨어가 없어 못하고 LG샘송같은 회사는 OS도 하드도 다 자기네거 없이 종속형이라 못하고....

세계 그 어느 기업도 CPU GPU OS PC 모바일디바이스 그리고 범 세계적 소프트웨어 마켓과 오프라인 스토어와 어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으로 다 보유하여 닫힌 생태계를 구성해 냈거나 낼수있는 곳은 없어요. 

애플말고는!

퇴근해서 집에 오면 막 폰 자동 백업되고 음악 저절로 교체되고 패드에서 유료결제한 게임이나 앱이 폰이나 맥에서도 작동하고 애플티비로 사진 영상 바로 바로 틀어 감상하고 전화 오면 꼭 폰 아니어도 패드건 맥이건 가까운걸로 받고 문자보내고 아이들 있으면 스크린타임 감독하고 아이튠즈에서 음악 영화 결제하면 폰 패드 맥 아무데서나 보고 작업내역은 아이클라우드로 공유되는 가운데 에어팟 끼고 있으면 이 모든 사운드가 자동으로 전환되기까지 하며 영화보다 전화받고 급하면 시리 불러 이거 해라 저거 틀어라 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거의 미래SF수준의 닫힌 생태계인데 어제 발표로 마침내 이게 완결되어버린거여요. 현재로선 이게 가능한, 아니 이미 구현해낸 유일무이한 회사가 되어버린겁니다 이제 애플은. 

그리고 이럴려면 모든걸 다 애플로만 통일해야 하는 당위성이 생겨버린거예요. 

그 대신, 애플은 사용자가 다른걸 할 수 없게 철저하게 틀어막습니다. 사용자가 CPU를 오버클럭 한다거나 하는건 이제 상상도 못할 일이 되었으며 저렴한 기종 사서 램을 따로 확장할 수도 없고, 부트캠프를 설치해 윈도우를 대신 쓸 수도 없으며 아이패드같은데서 외장하드 인식시키려면 윈도우 기본인 NTFS가 아닌 exFAT FAT시스템을 써야 하고 애플 펜슬은 다른 그 어떤 기기에서도 작동하지 않으며 애플TV없이는 아이패드나 아이폰은 4K 아웃풋이 원천적으로 막혀있고 아이클라우드는 추가결제 하지 않는 이상 코딱지 만한 용량밖에 주지 않기때문에 아무짝에도 쓸모없기까지 해요.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며 가진 지식을 활용해 뭘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욕나오는 닫힌 생태계라는게 바로 이런겁니다.

그러나 한편, 무리를 해서라도 혹은 여유 넘치는 사람들은 뭔가를 뭔가를 공부하거나 알 필요 없이 그냥 비싼 모델 사서 최고 옵션 팡팡 질러 쓰면 세상 편할겁니다. 

윈도우 진영처럼 디자이너가 골치아픈 CMS 컬러매니지먼트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뭐가 안되고 뭐는 되서 레지스트리를 들여다보며 이거 수정하고 저거 수정할 필요도 없고 ...한마디로 아이패드 쓰듯 컴 그냥 쓰면 됩니다. 컴으로 무슨 작업을 하던 걍 쉽게 쉽게 하면 그만이예요. 그게 애플의 강점인거구요.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줄테니 돈을 더 내라.....


이번에 애플이 말하는 One More Thing은 요약하면 결국 이겁니다. 

애플은 이제 더이상 단순 단일 제품을 파는게 아니예요. 자기들만의 생태계를 파는겁니다. 그것도 완벽하게 닫혀진 자기들만의 생태계를요.


이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애플 정말 무서운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