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생활을 하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분들을 유심히 보노라면,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겉멋에 의해서 어떤 특정한 방식을 고집하시는 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참으로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장비에서 시작해서 찍는 방법, 찍는 포맷, 보정의 유무 등등요.
카파가 라이카에 50미리로 흑백만 찍었다니 그거 그대로 하시는 분,
안셀 아담스가 조리개 조이라고 했다고 무조건 F32나 F64로만 찍으시는 분,
디지털은 깊이가 없다며 필름만 고집하시면서 스캔은 엉망진창으로 하시는 분,
이유는 몰라도 FF가 무조건 옳다는 분,
사진에 있어 트리밍과 크로핑은 죄악이라는 분,
필립 퍼키스가 줌렌즈는 악마의 선물이랬다며 단렌즈만 고집하는 분,
후보정은 절대로 인정할수 없다며 원본무보정 지상주의를 외치는 분,
JPG로 세팅과 측광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찍어야만 진짜라는 분,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순간만 찾아 다니고 그거 아니면 사진취급도 안하시는 분,
60년대수준으로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동네만 찾아다니며 흑백으로 도촬하는 분 등등...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찌보면 겉멋에 의해서, 혹은 과정의 미화에 취해서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정말 다양한 유형으로 정말 다양하게 존재하십니다.
물론, 취미는 뭘 하건 자기 맘입니다.
저렇게 사진생활 한다 그래서 저분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도촬맨은 제외) 하는 일 없으며
그렇게 함으로서만이 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지도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취미사진사만의 특권이라고 저도 이전에 적은적이 있으니까요.
그러나...그 과정의 미학에 너무나 도취된 나머지
애초의 목적, 다시말해 원래 의도했던 이미지를 얻어낸다고 하는 명제를 벗어나
그 과정을 행하고 있다는 자체에만 연연하며
무조건적으로 다른이들의 방식을 무시하거나 하면...그것은 문제가 좀 됩니다.
"포샵떡칠 합성즐"
"중형도 아니면서 왜 정방형 크롭하냐? 또라이 아냐?"
"디지털로 백날 찍어봤자야"
"조리개 개방하고 찍는 한 님 하수 ㅋ"
"JPG가 진짜지, 너네처럼 RAW찍고 보정하는건 반칙이야 ㅋ"
"결정적 순간이 아니면 들여다 볼 가치도 없어"
자신만의 과정의 미학에 완전히 도취된 나머지
툭툭 내뱉는 말로 이처럼 다른 분들을 쉽게 상처입힙니다.
그만큼 애초에, 저러한 과정의 미화가 가져오는 심리적 함정은 보기보다 그 위력이 대단히 큽니다.
마치 저렇게 함으로서 자기가 예술가중 하나가 된듯한 착각도 하게 되는가 하면
그 외의 모든것을 철두철미하게 부정하고 배타적이 되기 쉽습니다.
물론 아마추어의 특권이 자유, 그리고 결과물과 과정을 동시에 즐길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 자유에 남을 깔아 뭉개는 자유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숙지해야 합니다.
자신의 사진생활에 있어
어떤 특정한 방식, 특정한 과정만 고집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지금 본인이 겉멋에 취해 선인들의 흉내내기에만 열중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아니면 진짜 자기 생각과 필요에 의해 그 길을 걷고 있는건지...
한번쯤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정만 똑같이 한다 그래서
당신의 품격이 저절로 카파, 브레송, 아담스와 같은 대가들과 같은 수준이 되는건 아니니까 말이죠.
아마추어에게 중요한 또 한가지는
나와 다르다고 틀리다 하지 않는 열린 마음가짐입니다.
하루 한번 뻘소리가 이젠 일과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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