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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중에서도 사람들이 입을 모아
패가망신 하기 딱 좋은 취미라고 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대표적인것들이 자동차, 자전거, 낚시, 오디오, 카메라, 그리고 골프같은 것들이다.
이런 취미들을 골라 패가망신하기 딱 좋다고 하는건 주로 금전적인 이유들 때문이다.
자동차 한대에 몇천만원. 오디오 하나에 또 몇천만원. 카메라 하나에 몇백만원 등등..
그 취미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소위 기본적인 장비에 드는 금액들이 비싸고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큰돈을 쓰게 되기때문에 패가망신 하기 좋다는 것이다.
듣노라면 얼핏 그럴듯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뻥안까고 그런식이면 세상천지에 패가망신 하지 않을 취미라곤 거의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표수집취미? 그런건 얼마 안할것같다고?
우표도 똑같다. 제대로 비싼 우표같으면 소도비 경매장에서 집 몇채 가격으로 거래된다.
책은 아니라고? 초판모으기 같은 취미 있으면 패가망신 시간문제다.
음악감상도 제대로 하려면 세계 유수의 유명 오케 연간회원권쯤은 끊어줘야 할테고
취미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탄다 해도 계절마다 보드와 장비들 갈아치우며 스키장시즌권 끊어대려면 장난아니긴 마찬가지다.
요컨데 취미중에 패가망신과 관계되지 않는 취미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왜 취미들이 패가망신과 연관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장비의 가격같은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내생각에 그것은 "자제심의 결여, 공부하긴 싫지만 결과물에 대한 욕심"이다.
취미라는건 전에도 이 블로그에 적은 바 있듯
평상시 일상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동시에 재충전해주며 삶에 있어 활력을 불어넣는
단순히 결과만을 놓고 보는것이 아닌, 과정을 즐기는 비생산적 활동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자제심이 부족한 사람이 지나치게 취미에 빠져들게 될때 모든 문제는 발생한다.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라는 명목하에 더 좋은 장비를 더 큰돈을 들여 구입하고
더 나은 손맛을 찾는다며 신소재 카본 낚시대가 꼭 있어야만 할것같기도 하며
비거리가 일야드라도 더 늘어난다면 기꺼이 새 신소재 드라이버를 구입하기도 하고
미친듯한 존재감을 위해 자동차에 온갖 튜닝을 가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지나친 금전적 소모를 숨기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에게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가 하면
결과물의 질이나 양이 취미의 즐거움과 그리 관계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오직 허영심때문에 지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렇게 질러대면서 그들은 한결같은 변명을 한다.
요약하자면 대부분 그것이 더 나은 "결과물"을 내어준다는 식이다.
이 블로그는 사진블로그니까 사진과 카메라를 예로 들어보기로 하자.
최고급 렌즈와 최고급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선명하고 화질 좋은 사진이 나온다며
와이프에게 거짓말을 해서까지 장비를 지르는 그런 케이스를 우리는 정말 흔히 본다.
그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내생각엔 그건 애초에 취미의 개념을 잘못 이해했거나 혹은 남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어놓고 뽑내고 싶다는 허영심이다.
공부는 하기 싫은데 더 쨍한 사진은 찍고 싶고, 그러다보니 더 비싼 좋은 렌즈로 찍으면 더 쨍해질거란 막연한 믿음때문이라는거다.
취미의 개념은 위에 적었듯 과정과 결과를 아울러 즐기되 결과와 성공, 실패여부에 그리 연연해하지 않는
스트레스 해소 활동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과정따윈 아무래도 좋다.
아니, 오히려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취미활동에서 그 과정이 너무나도 귀찮기 때문에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과정 얼른 생략하고 그냥 무조건 남보다 쨍한 사진 찍어내고 싶다는 그 일념뿐이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과정을 생략한다는건...다시말해 공부도 생략한다는 뜻과 거의 일맥상통한다.
쨍하고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쨍한 빛등을 공부하는건 싫고 귀찮으니 더 나은 장비로 대체하려는 그런 마음이 분명히 있다.
비거리 늘리기 위해 폼을 고치고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건 싫고 귀찮으니 더 나은 드라이버로 대체하려든다.
월척을 잡지 못한게 낚시대와 미끼등 장비가 안좋아서라고 생각하지, 위치선정과 사전조사 잘 안한 자기탓이라곤 생각치 않는다.
차이코프스키 1812 서곡에서 중음과 고음과 저음이 분리되는것만 신경쓰지, 차이코프스키가 어떤 마음으로 그 곡을 작곡했는지는 생각치 않는다.
그렇다. 이런경우의 공통점은 다 일맥상통한다.
공부하고 익히고 고치고 배우고 수정하고 하는 그 과정, 그 학습이 지겹고 짜증나고 싫기만 하기에
대체수단으로서 지름으로서 더 나은 장비들로 커버하려 들기 쉽고
그 결과,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취미 라는 타이틀들이 이러한 취미들 앞에 붙게 된다.
요컨데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취미라는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사람들이 따로 있을 뿐이다.
취미는 자신의 삶속에서 여가를 즐기며 좀 더 행복해지기위해 행하는 활동인데
그 취미때문에 본업말아먹고 가족을 불행하게 하는 그런 경우는 가급적 피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같은 맥락에서 난 "개인의 취미"를 위해 가족을 내팽개치는것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말만 되면 필드 나가 산다던가, 밤낚시 가면서 주말과부 만든다던가,
와이프와 애 집에 두고 홀로 카메라들고 출사 나가 끝내주게 멋진 풍경사진 찍어본들..나는 행복할지 몰라도 가족은 불행하고
결과적으로 가정의 행복이 부셔지면서 나도 행복해지지 않는 바람직하지 않은 취미생활이 되기 쉽다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건 또 다음기회에 말해보고싶고 오늘은 이만 줄인다.
왜 나는 글이 자꾸 길어지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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