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적에 본 유명한 외화중에
맥가이버..라는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마 그 오프닝 음악과 더불어 여전히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거예요.
"내가 어렸을적에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지..."하면서 작은 스위스 아미 나이프 하나 꺼내어
그 어떤 위기상황도 척척 해결해나가는 독특한 영웅이야기는 무조건 때리고 부수는 다른 외화랑은 확실히 차별화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죠.
사진이야기 하는 곳에서 왜 갑자기 맥가이버 이야기냐고요? ㅎㅎ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의 문제 해결 방식이 사진에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아니, 단순히 적용된다고 하는 정도를 떠나서 우리에게 정말 커다란 시사점을 안겨주거든요. 제가 언제 허튼소리 하는거 보셨...
....네 저 허튼소리 자주하죠 참 ㅠㅠ
여튼 오늘도 맥가이버로 시작하는 사진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평소에는 안그러시던 분들, 어떤 문제를 만나도 척척 여러가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곤 하시던 스마트한 분들 조차도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카메라와 렌즈를 가지시게 되고 이걸로 사진을 찍으시게 되면서
거의 예외없이 빠지시는 함정이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어떤 상황, 어떤 문제를 만났을 때...자기가 들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의 세팅으로 해결하려 든다는 점입니다.
심지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카메라와 렌즈탓을 하면서 더 좋은 카메라와 렌즈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기변을 감행하시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 많죠?
어떤 아주 기초적인 문제들은 실제로 카메라와 렌즈의 세팅을 바꿈으로서 해결되기도 합니다.
적정노출이라던가 팬포커싱같은게 대표적인 경우겠네요.
그러나 그런 기초적인 문제를 떠나.....실제로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사진을 찍다보면 훨씬 고난도의 문제들과 마딱뜨리게 됩니다.
예를 들면 상품사진을 찍는데 광택이나 그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 부딪힌다던가...
회오리모양으로 배경이 뭉개지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던가...
빛나는 태양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담고 싶다던가...
뭐 여러가지 경우가 있을겁니다.
문제는 이런 경우를 만났을때도 복잡하고 어려운 온갖 기능이 다 갖춰진 카메라와 렌즈가 있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거라 믿고 카메라 세팅에만 연연들하신다는 거죠.
모르긴해도 맥가이버가 보았다면 한탄을 했을 겁니다.
맥가이버가 문제해결을 해 내는것은 그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좋아서가 아니잖아요?
만약 그 아미 나이프로 해결안되면 더 좋은 레더맨 나이프를 가져와야 할까요? 공구상자? 아예 공구왕 가오가이가? (......)
맥가이버는 보는 관점을 바꿉니다.
지금 손에 들린 아미나이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주어진 수단의 전부가 아니라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요.
상품사진을 찍는데 광택과 그림자가 문제가 되는데 어째서 카메라 세팅과 렌즈탓을 하시나요?
광택과 그림자의 본질은 뒤집어 말하면 하이라이트와 반사, 그리고 음영의 문제죠.
하이라이트와 반사와 음영은 카메라의 문제일까요? 렌즈의 문제일까요? 포토샵의 문제?
"빛"의 문제입니다. 오히려 카메라의 세팅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빛"을 더하고 빼고 가려줌으로서 해결되죠.
소프트돔을 가져다 촬영한다던가..조명앞에 디퓨저를 장착하고 난반사를 시켜 그림자를 없앤다던가...
카메라의 세팅이 아니라 빛의 문제인데 카메라가 비싸고 좋으니 카메라로 해결될거라고 실제로들 생각을 하시는게 문제예요.
배경이 회오리 치는 사진? 어지간한 렌즈는 크건 작건 회오리 칩니다.
제가 해본 결과 24-70 표준줌에도 회오리 있고, 싸구려 50.4에도 회오리 있고 심지어 70-200 망원줌에도 회오리 있어요.
근데 문제는 이 회오리를 특정 장비로 만드려 한다던가, 특정 세팅으로 만들어지는 거라 착각하시는 경우입니다....
회오리치는 빛망울의 본질은 착란원과 수차예요. 착란원과 수차는 렌즈특성에 크게 좌우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거리"와 "객체"입니다. 피사체-카메라간 거리 + 피사체-배경간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착란원이 발생할만한 객체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걸 보는 눈이 없이 세팅을 아무리 만져대봤자...예를 들어 하얀 벽앞에 인물 세워두면 회오리가 보일까요?
시커먼 숲이 배경이라면 회오리가 보일까요....?
당연히 보이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등이라던가 빛을 머금은 꽃잎들, 하이라이트로 점철된 비온후의 나뭇잎들처럼
"빛망울"로 변해줄 수 있는 "객체"를 배경으로 선택해야 회오리가 더 돋보이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착란원의 모양이 회오리모양으로 극대화 되는 절대거리와 상대거리를 파악했다면....이제부턴 회오리치는 배경은 뭐 일도 아니겠죠.
여기 어디에 카메라 세팅이 들어가나요? 여기 어디에 무슨 측광모드니 무슨 조리개 모드니...이런게 들어갈까요?
들어가지 않습니다. -_-; 문제 해결에 그닥 도움이 안됩니다.
빛나는 태양이 사진에 담긴다면 태양때문에 어지간한 배경은 다 시커멓게 나오겠죠.
근데 배경도 적정노출로 담고, 태양도 눈부시게 담고 싶다면서 카메라 세팅 이리저리 만지시는 분들도 많죠?
한마디로 헛수곱니다. 그라데이션 ND필터같은거 가져다 쓰지 않는 이상 이건 세팅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예요.
왜 아닐까요? 이걸 이해를 못하는 분들이 많으신데...디지털이 극복할 수 있는 노출의 단계는 비트맵 강좌에서 말씀드렸듯 256개뿐입니다.
한 사진의 가장 밝은 곳이 256이라면, 가장 어두운곳이 0이예요. 그런데 눈부시게 빛나는 해를 256으로 맞췄다면?
해와 밝기의 격차가 몇백배나는 지상의 배경은 모조리 다 0에 수렴할겁니다. 혹은 지상을 적당하게 맞췄다면?(128쯤?)
해 라는 객체가 사라지고 그냥 화면 한 귀퉁이가 모조리 다 256으로 날라가있겠죠.
즉, 이건 카메라 세팅같은 걸로 해결이 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애초에 아닙니다.
여러분의 카메라가 제아무리 마법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해도 물리적 광학적으로 안되는건 안되는 거예요.
그리고 안되는걸 되게 하는 궁극의 방법은 뭐? 포토샵입니다. (.......)
깨끗하게 포기하고 해에 노출 맞춘 한장, 지상에 노출맞춘 한장 찍어 적당히 합성하는게 거의 유일무이한 답이예요.
사기 아니냐고요? 내셔널 지오그래피 프로 사진사조차 이렇게 합니다.
단순히 이런 부분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예요.
다시 맥가이버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예를 들면 맥가이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질소비료를 가지고
마그네슘 자전거 바디를 갈아 얻은 것과 합쳐 미니 폭발물을 만들었다고 쳐보죠.
자, 이제 작은 폭탄이 생겼으니 아무데나 놓고 터뜨리고 탈출하면 될까요?
당연히 안됩니다. 폭탄을 놓더라도 어디가 가장 효율적일지를 고려 해야 하겠죠.
사방이 다 200미리 두께 철판으로 둘러쌓여있다면 폭탄 만들어봤자 헛수고인거고
나무와 벽돌로 만들어진 방이었다면 가장 약한 나무에 폭탄을 놓고 터뜨려 탈출하는 현명함이 필요할겁니다.
여러분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또하나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손안에 든 방금 만든 폭탄-카메라-을 지나치게 맹신합니다.
폭탄이 크고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그것을 맹신하기 쉬워요.
실제로 사진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빛의 강도와 방향선택능력, 배경선택능력,
각도선정능력, 구도구성능력, 개성포착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지구력등입니다.
여러분의 카메라 기종과, 세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것들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할 정도예요.
그러나 비싼 돈 주고 산 다양한 기능이 갖춰진 카메라에 대한 여러분의 기대심리, 맹신은 이런 현실을 쉬이 잊어버리게 하곤 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시도록,
맥가이버 생각하며 정말 사진에서 중요한게 그 스위스 아미 나이프였던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예를 좀 실전적으로 다시 들어보면말이죠..
이제 갓 태어난 아이들 사진 예쁘게 찍기 위해 카메라 좋은거 사시는 분들 많죠.
근데 막상 유모차 태우고 가면서 찍은 사진...잔디밭에 돗자리 펴고 앉혀 찍은 사진...
집에서 침대에 눕혀 찍은 사진......왠지 모르게 마음에 안드시는 경우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의 상담을 많이 받아본 결과, 이분들 사진의 문제는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카메라의 세팅과 렌즈문제가 아니라
유모차, 돗자리, 침대 커버에 있었던 겁니다.
네? 무슨 소린지 모르시겠다구요..;?
빨간색 해빛가리개를 편 유모차 안의 아이 사진은 당연히 시뻘겋게 불그수레 하게 나옵니다. 맘에 들 수가 없죠.
초록색 해빛가리개? 애가 헐크애기가 됩니다. 노란색? 황달왔네요. (.....)
돗자리가 하늘색이다? 애가 어디 큰 병 있는 애처럼 혈색이 안좋아보이겠군요.
돗자리가 보라색이다? 뭐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어요(.....)
당연하다면 너무나 당연한건데.....사진에 정말 욕심이 있다면 유모차 커버 색, 돗자리 색과 반사율(.......),
침대커버와 이불색을 고려 했어야 합니다. 카메라 좋은거 비싼거, 렌즈 캡숑 아웃포커싱 되는거보다 이게 더중요해요.
그런데 이런 문제 짚어주는 프로 사진사 보셨나요?
이런 문제 생각하면서 유모차 고르고, 반사판 대용으로 쓸 반사율 높은 돗자리 사는 분 보셨나요?
별로 못보셨을 겁니다. 지금 이 글 보고 자기집 유모차 색 생각하며 뜨끔하고 계신 분들 한둘이 아닐거여요.(........)
카메라의 세팅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소소한부분이 여러분의 사진이 맘에 안들게 나오는 진짜 이유인겁니다.
어째 오늘은 글이 길어지면서도 말하고 싶은 바의 반정도밖에 이야기 못한 기분이 드는데....;;
다음주에 다시 이와 관련된 포스팅....아니 다음주는 좀 힘들고 이건 좀 많이 다듬어서 연재물? 쪽으로 함 생각해볼께요.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또 즐거운 시간 보내고
다음주에 다른 포스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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