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저는 그림과 사진의 차이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림은 백지에 하나씩 요소를 더해나가는 것이 본질이고,
사진은 눈에 보이는 광경에서 하나씩 요소를 빼나가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입니다.
사진은 덜어냄의 미학이다, 뺄셈의 법칙이다....이런 말 사실 많이 들어보셨을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본질이 저는 그림과 사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지난 포스팅에서 살짝 말씀드렸던 거고...
오늘은 제 포스팅치고는 좀 예외적이지만 덜어내는 구체적이고 대표적인 열가지 방법에 대해서
한번 맘먹고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뭐 그리 대단한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은 여러분들도 이미 실현하고 계실 그런 방법들이예요.
다만 약간 관점을 달리 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들이 존재하기에 굳이 키보드를 두들겨 봅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1. 심도로 덜어내기
DSLR에 있어선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덜어냄의 방법중 하나일겁니다.
얕은 심도를 사용함으로서 피사체, 주제와 부제를 제외한 나머지를 덜어내는 것이죠.
조리개가 얕을 수록.....혹은 초점거리가 긴 렌즈를 사용할 수록 심도를 얕게 할 수 있고
심도를 얕게 하는 만큼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아주 쉽고, 아주 편리한 방법이죠...
그러나 여기에도 한가지 중차대한 문제가 있는데 그건 보통 목적과 수단이 바뀔때 발생합니다.
얕은 심도...라는건 덜어내는 방법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애초에 왜 덜어내야 하는가? 어떤 요소가 사진의 완성도에, 혹은 감상에 있어 방해가 되므로
이것을 방지하고 사진의 집중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에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심도를 사용해 덜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DSLR 처음 사서 아웃포커싱먼저 해보고자 하는 분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아웃포커싱 시키려고 DSLR샀어요 ㅎㅎㅎ"
이런 경우 아주 흔하게 보실겁니다. 네.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어요 ㅋ;;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었기 때문에...지나치게 덜어내 버립니다. 왼눈 보이는데 오른눈 이미 날라가고 있고
인물 부각시키는건 좋은데 배경을 날리다 날리다 못해 어딘지 분간조차 안가게 날라가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고수분들이 초보분들 보며 ..조리개좀 조여라 조여라 하는 이유,
조리개 허구헌날 최대개방 하는 분들을 한심하다 쳐다보는 이유가 사실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의도적으로 진짜 다 달리는건 또 이야기가 다릅니다.
배경이 진짜 너무 지저분해서 다 날린다....이런건 목적이 분명하고 수단을 바르게 선택하는 경우거든요.
심도로 덜어내는 것은 정말 쉽고 편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 유혹을 이겨낸다는것은 정말 쉽지 않아요. 그래서 목적과 수단이 바뀌곤 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만도 제가 대표적인 덜어내는 방법을 무려 열가지나 소개할겁니다.
사진에서 덜어냄의 미학을 실현하는 방법이 열개도 넘는 방법이 있는데 허구헌날 심도로만 해결한다?
이러면 사진에 발전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답은 여러분 속에서 자연히 도출될 것입니다.
2. 화각으로 덜어내기
이전에 제가 망원렌즈, 표준렌즈, 광각렌즈의 진짜 차이에 대해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화각으로 덜어내는 방법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항목은 그 포스팅의 링크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2011/11/22 - [CAMERA] - DSLR 광각, 표준, 망원렌즈의 진짜 차이점.
3. 프레임으로 덜어내기
얼핏 생각하면 화각으로 덜어내는 것과 뭐가 다르냐 하시겠지만 조금 다릅니다.
이미 화각이 선택된 후에 이 프레임으로 덜어내는 방법을 생각하는 거거든요.
뭐 역으로 말하자면 고수분들의 경우엔 프레임을 먼저 생각하고 화각을 맞추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만
우리네 일반 서민이 분식집 메뉴마냥 화각별로 렌즈를 골고루 가지고 있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보니
이 프레임으로 덜어낸다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되게 됩니다.
사진은 일반적으로 딱 직사각형의 형태를 띱니다.
우리는 그 직사각형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죠. 그 직사각형안에 무엇을 넣고 빼는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바로 이 프레임으로 덜어낸다라는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 제가 가장 먼저 제안하고 싶은것이 바로 발줌입니다.
가만히 앉아 줌렌즈로 댕겼다 밀었다만 하지 마시고....여러분의 발을 움직이세요.
왼쪽을 덜어내기위해 오른쪽으로 가고
양쪽을 덜어내기 위해 앞으로 가고
사진에 마음에 안드는 쓰레기가 위치해있다면 셔터 누르기 전에 가서 쓰레기 먼저 쓰레기통에 넣고 찍는 것....
진짜 별거 아닌거같지만 이것이 사진의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지대합니다.
프레임으로 덜어낸다는 것은 이전에 말씀드렸던 사진의 구성요소들에 대한 사진사의 지배력중에서도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아주 큰 부분이거든요. 이것은 사진의 능동성을 좌우하는 부분입니다.
불필요한 쓰레기가 인물 옆에 있고 옆에는 필요없는 전봇대가 있고 한데 신경 안쓰고 앉아서 줌이나 땡기는 사진사와..
쓰레기 치우고, 전봇대 피해 발걸음 옮겨 이동하고 인물을 거리 잘 보고 제대로 배치해서 찍는 사진사랑은
결국 결과물에서 천지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요 갈매기사진의 경우가 그래요. 실은 저 주변에 생선뼈(.....)가 널려있었고 좌 우로는 일하는 어부 아저씨들이 있어서
원래 있던 위치에선 각이 안나왔어요. 이런때 줌렌즈에 습관들이신 분들은 징~ 하고 땡겨 갈매기 나오게 하고 찍고 마는데..
제경우엔 한발..한발..천천히 갈매기를 향해 앉아서 토끼걸음으로 접근하며 프레임에 방해되는 생선뼈들을 주워담고 옆으로 치우며
어부아저씨들이 좌우에 나오지 않는 각도를 찾아가 겨우 찍은 한장이예요. 그냥 지나가다가 오 이각도 좋다~ 하고 우연을 기다리며 찍는게 아니라
우연히 그런 장면이 안나오면 방해물들을 치워가며 그런 장면을 만들어 찍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수많은 사진책들이 이 프레임, 프레이밍에 대해 설파하지만 그 속 뜻을 이렇게 까발려서 이야기 해 주는 부분은 별로 없을겁니다.
프레임으로 덜어낸다는건 여러분이 사진을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찍으라는 말을 에눌러 하는 거라고 전 생각해요.
다만 생각없이 셔터만 많이 누르는게 적극적인거 아닙니다. 이건 분명히 구분하셔야 할거예요.
4. 색으로 덜어내기
의식하지 않은 가운데 이거 실천하고 계신 분들도 의외로 많으실겁니다.
사실 색은 우리 눈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중 하나이기 때문에 굳이 이론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색을 사용한 덜어냄을 실현하고 계신 분들 많으실거예요.
제가 사실 덜어내는 방법들 의외로 거창하지 않다고 했잖아요? 바로 이런게 그렇습니다.
개나리 꽃밭에 인물 세우고 찍기...푸른 신록 배경으로 찍기...증명사진 찍으며 배경지 선택하여 찍는것 등등..
색과 색을 대조시켜 주제 외 다른것을 단색조로 통일시킴으로서 오히려 주의력이 그쪽으로 분산되는걸 막는,
본능적이면서도 약간은 고도의 센스가 필요한 덜어냄이 바로 색으로 덜어내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보색관계로 인한 색의 대비도라던가, 색의 다름이 인물피부색에 악영향을 끼치는것을
능력껏 재주껏 막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의외로 이거 눈치채는 분들이 적으신데....
예를 들면 푸르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함으로서 초록색으로 배경을 통일시켜 덜어낸다..이거 하는 분들 많으시죠?
근데 막상 찍어보면 뭔가 색이 이상합니다. 초록색 잔디밭이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 판단에 오류를 불러 일으킴으로서
인물의 피부색을 지나치게 붉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도 한데 여기에 다시 강한 태양광이 초록 잔디에 반사되어
초록색이 인물피부색과 얽힘으로서 뭐라 말로 형용하기 힘들고 포토샵으로 보정하기도 힘든 이상한 피부색을
만들어내기 일쑤거든요?
지금 이 단락 읽으시면서 무릎 치시는 분들 분명히 계실겁니다. -_-;;
그래서 그 해 여름에 찍은 우리 딸 피부색이 그랬구나~ 하고요.
색으로 덜어낼때는 이부분을 아주 신경써서 촬영하시는게 좋아요. 이게 자신없다면 RAW촬영후 화밸을 잘 만지셔야 합니다...
5. 패턴으로 덜어내기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기는 한데 또 조금 다르기때문에 별도로 서술합니다.
흔히 배경이 아주 번잡하고 복잡할때는 심도를 얕게 하던가 해서 배경을 덜어내는게 옳은 방법입니다만
예외적인 경우가 바로 이 패턴이예요.
우리의 눈과 우리의 무의식은....조금 심오한 면이 있어서
똑같이 지저분하고 번잡하더라도 패턴화된 배경은 또 의식에서 바로 덜어내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다면 패턴화 되어있는 배경에서 촬영시 굳이 심도나 화각으로 덜어내지 않더라도,
패턴화 된 배경은 그 자체로서 이미 덜어냄의 효과가 있다는 걸 응용해 촬영하는것이 가능합니다.
이 패턴은 본래 그리 대중적인 덜어냄의 요소가 아니었으나.....요즘 현대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요.
이제는 도심의 거의 모든 배경이 패턴입니다.
반복되는 보도블럭도 패턴이고, 일정한 간격의 아파트창문도 패턴이며 길게 이어지는 기차칸과 의자들도 패턴입니다.
벽돌도 패턴이고 길거리 좌판도 응용에 따라 패턴이 되며 대형마켓의 디스플레이도 패턴이예요.
이런데서 촬영한다면 오히려 배경을 다 담아내더라도 우리 의식은 배경을 배경이상으로 인식하지 않는 신묘함을 발휘합니다.
오히려 패턴을 찾아다니고 패턴을 구현해 냄으로서 독특한 덜어냄을 실현하는 분들도 계실정도니까요.
도시에 살며 도시에서 사진찍는 우리들에게 있어 어찌보면 가장 심플하고 편리한 덜어냄의 방식이 바로 이 패턴입니다만
실은 이 패턴을 통한 덜어냄은 눈에 보이는 그것과 촬영했을때의 그것이 상당히 달라서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적극 구사하지 않으면
몸에 배질 않습니다.
이제 이걸 인식하셨다면....다양하게 한번 응용해보세요.
휴 반도 채 못쓴거같은데 벌써 길이가 이정도고 제게 주어진 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군요.....;;
일단 한번 끊고, 2편에서 나머지 다섯가지 덜어내는 방법을 계속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제가 통~ 추천버튼 눌러달란 이야기를 안드렸더니 추천수가 뚜욱~이던데
도움되셨다면 어차피 앞으로 한달도 채 안되게 남은 기간이니 손가락 눌러 추천 한번 해주셔도 좋습니다 ㅎㅎㅎ
한번쯤 시도해보고싶었거든요. 추천해주세요 라고 쓰는거랑 안쓰는거랑 추천차이가 과연 얼마나 나는지..;
맨날 도도하게 있어보이는척 하느라 추천해달라 소리 안하던 사람이 이런소리 하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말입니다 ;;ㅎㅎ
....다음주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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