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포커스-즉 아웃포커싱-과 팬포커싱사이의 다툼은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그 역사가 깊습니다.
19세기 말부터 영국과 미국의 사진사들은
예술로서의 사진을 추구하면서 사진만이 지니는 다양한 광학적 특성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는데,
그중에서도 아웃 오브 포커스-보케-를 다용하여 회화적 구도를 모방하고자 했고
그렇게 성립한 이 사진사조 움직임을 픽토리얼리즘이라 불렀는데
20세기 초에는 그야말로 열광적이라 할만큼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합성도 서슴치 않았고 원근법을 상당히 강하게 의식하며
근경일수록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부여하는 한편 원경은 일부러 뿌옇게 만들기도 하는,
사진의 회화성, 회화를 사진가지고 그려내는듯한 이러한 일련의 경향에
이게 무슨 사진이냐 그림이지 하며 강하게 반발한 후기주자들이 나오게 되는데 바로 저 유명한 F64클럽입니다.
안셀 아담스와 에드워드 웨스턴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픽토리얼리즘이 추구하는 몽환적 그림을 반대하고 당시 애용하던 중/대형 포맷 카메라에서
사진이 가장 선명하고 사진속의 모든 것에 대해 초점이 맞는 팬포커싱 사진이야말로
사진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것이라 외치는데
그룹명조차도 조리개는 모름지기 F64쯤은 조여야지(....) 하는 의미에서 그룹명조차 이렇게 했죠.
이들이 후세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강했는지 당시 랜드스케이프 사진을 주력으로 삼던 아마추어 사진사들은
하나같이 보케를 부정하고 팬포커싱을 진리로 삼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안셀 아담스의 영향을 진짜 강하게 받았던 일본의 산악, 자연 전문 사진가
시라카와 요시카즈의 영향을 다시 받게 됩니다.
그의 한마디 - 프레임 안에 들어온 모든 것은 선명하게 핀이 맞아야 한다.
보케로 덜어낼 거라면 처음부터 프레임에 들어오지도 않게 하는 것이 옳다 -
라는 말에 지배받아 지금까지도 나이드신 사진사분들중엔 조리개 다 조이지 않으면
사진으로 쳐주지도 않는 분들이 계실 정도로요.
실질적으로 픽토리얼리즘은 20세기 중반을 넘어오면서 그냥 다 죽어 없어졌다 보아도 무방할만큼 주류에서 물러납니다.
카메라의 기술과 광학이 발달함에 따라 사진은 점차 일부 예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닌
다큐 보도의 도구이자 일반인의 취미수준으로 넓어지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장르가 세분화되고 목적이 다양해지면서 동시다발, 폭발적인 분화가 일어나면서
예술과는 관계없이 추억사진 찍고 가족사진 찍고 하는 사람들로서는 그거 그닥 중요한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다 최근에는 네오픽토리얼리즘이라고...또 사진의 회화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포토샵이라고 하는 지상최강의 무기를 더해서 말이죠. ㅎㅎ
근데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문제는 나이드신 분들과 그분들의 영향을 이어받은 분들에겐 여전히 이들의 잔재가 강하게 남아
지금까지도 아마추어들끼리 아웃포커싱은 틀리다, 팬포커싱이 옳다.
..혹은 아 내맘인데 왜 자꾸 간섭이냐..하는 등등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인데,
제발 아마추어들끼리 이런거 가지고 좀 안싸웠으면 좋겠어요. (.....)
100년동안 싸워도 결판이 안난걸 뭐 새삼 어쩌시겠다고 (.......)
걍 자기 하고싶은대로들 하시고 남이사 어떻게 하든 냅두시길..;;
팬포커싱을 함으로서 얻는게 있는 반면 잃는 것도 있는 거고
아웃포커싱을 함으로서 잃는게 있는 반면 얻는 것도 있는 것이기에 판단은 결국 본인이 해야 합니다.
진리는 하나가 아니다 라는 사실만이 예술에 있어서는 유일한 진리예요. 그리고 그걸 결정하는건 자신입니다.
어던 분들은 아웃포커싱 좋아하는 사람들 다 하수 아마추어 취급하고
삼각대에 카메라 올려놓고 어렵게 구도잡아 조리개 듬뿍 조인 다음 셔터 한번 누르고
몇초~몇십초 지긋하게 기다리는 자신이 예술하는 멋쟁이라 생각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딱 한마디만 제식으로 덧붙이자면 그런거예요.
예술을 하는 것과, 예술 하는 사람의 흉내를 내는것은 전혀 다른겁니다. (.......)
아웃포커싱 좋아하면 어때요? 그게 뭐 죄인가요;??
자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꼭 그렇게 남을 깍아내리는 것만 존재할까요?
안셀 아담스 이야기 나온 김에 조금 사족을 늘어놓자면..
사진 취미로 하시는 분들 많이 만나보고 하다보면 가끔 무보정에 집착하시는 분들,
원본이 최고고 보정을 하는건 죄악이다 하는 식의 사고방식을 지니신 분들을 아주 많이 만나봅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분들이 조리개여는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조리개를 조이라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러시냐 여쭤보면 안셀 아담스 이름이 나오기 쉽습니다.
그가 조이고 찍으라 했으니 그게 맞다는게 이분들의 논거예요.
이야 놀랍습니다.
"네가티브는 악보고 프린트는 연주다" 라는 안셀 아담스의 또 다른 명언은 어디다 팔아먹으셨나요;?
디지털에서는 RAW가 악보고 프린트 혹은 보정 JPG가 연주에 해당될텐데...그건 또 죄악시 하신단 말입니다..?
똑같이 이분들이 추종하는 안셀 아담스가 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전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이야기 할 때도 그랬습니다만 그가 흑백만 찍으려 들었던 이유는
결정적 순간 서문에 그가 직접 썼듯이 그 당시에는 컬러 필름의 보정방법이 마땅치 않아 원하는 색을 못내서였습니다.
흑백이 최고다 라는 마인드로 흑백만 찍은게 아니예요. (......)
또 안셀은 기교와 테크닉이 극에 달하면 그 자체로 예술이라 했던 사람입니다.
기교와 테크닉이 극에 달하려면 냅다 셔터만 누르면서 공부를 등한시 해서는 안되죠.(......)
선인들의 지혜와 충고는 언제나 유익하고 좋은 것입니다만
기왕 자신의 행동원리를 선인들의 그것으로 결정하시려면 좀 올바르고 깊이 아신 연후 행하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수박 겉핥기로 명언 한두마디만 가지고는 절대 이 선인들의 생각을 쫓아가기 힘듭니다...;;
요즘 페이스북에서 이런 저런 글들을 보다 보니 또 이런 저런 생각들이 흘러 넘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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