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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안예쁜 사람은 아름답게 찍힐 수 없는가?

by 선배/마루토스 2016.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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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의 외모나 모양이 정말 중요하지 않은가,

덩치있고 뚱뚱한 여자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찍힐 수 없는가?

 

다른 곳에서 어떤 분이 발의하신 질문글입니다. 그에 대해 제가 생각을 정리해서 올린 답변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해봅니다.

 

 

위 질문은 매우 간단한 질문이지만, 간단하게 답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질문이 중의적이기때문이죠.

 

다른 많은 사진에 관한 질문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질문의 경우 특히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아름다움]의 정의입니다.

 

일단 사진이 아름다운 것과, 사진속의 인물이 아름다운 것은 전혀 다른것입니다.

 

요컨데 모델의 외모나 모양이 어떻든지간에 사진을 아름답게 찍는 것은 가능합니다. 

 

어떤 사진사분의 경우 모델분을 찍으시면서 모델의 외모가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사진을 여럿 촬영해서 이미 보여주신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에, 사진속의 인물이 보편적인 우리 기준에서 아름답지 않은데 아름답게 찍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부분으로 전체를 보여주고 필요한 부분은 보여주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감추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아름다운듯 포장해서 보여주는 사진을 촬영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14년(.......)쯤 타서 때묻고 녹슬은 자전거를 손잡이부분만 광나게 닦아 찍어 보여주면

 

사람들은 자전거의 나머지도 의례 마찬가지로 광삐까 하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죠.

실제로 중고나라등지에서 흔히 쓰이는 테크닉이기도 하고요. (........)

 

 

그러나 이영자를 데려다 놓고 김혜수처럼 아름답게 찍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것이 사실이예요.

 

 

그래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볼께요.

 

위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보편적인 시점에서 아름다운 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꽃이 있습니다.

 

튤립이나 장미같은 크고 아름다운 꽃은 사랑받고 키워지며 라플레시아같이 크기만 하고 냄새나고 못생긴 뚱보꽃은 그렇지 못합니다.

 

오우, 모델세계랑 비슷해요. 그러나 관점을 조금 바꾸어 라플레시아를 보면 이야기가 또 다릅니다.

 

무려 1미터 크기에 달하는 이 꽃이 삼투압 현상과 온도차를 이용해 한달에 걸쳐 꽃을 피우고,

 

벌레들로부터 사랑받는 특수한 향기를 뿜는데 벌과 나비뿐 아니라

 

파리까지도 꽃가루를 옮겨 수정하는데 도움을 줄정도로 특별한 메카니즘을 지닙니다.

 

그 경이로운 과정은 자연의 위대함과 더불어 그 자체로 아름답다 느낄 정도입니다.

 

이경우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외모가 아니라 그 구조적 신비함에서 기인합니다.

 

[美學]이라 하는 학문이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이처럼 [아름다움]이라는게 한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처럼 외모, 생김새, 형태뿐 아니라 규칙성(코스모스), 불규칙성(카오스)에서조차 아름다움을 느끼는 신기한 생물입니다.

더 나아가 행위, 이념, 사상, 흔적등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름다움 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맥스웰 방정식이나 거기에서 유도된 상대성이론의 e=mc^2 같은 방정식조차도 아름답다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제가 봐도 아름답습니다.

 

 

반면 4색 정리의 증명과정같은것은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지저분하고 아름답지 않습니다.

 

물리학이나 수학에서도 아름다움과 그렇지 않은것이 이렇게 나뉘어요.

 

또한 같은 꽃, 같은 공식을 보면서도 느끼는 아름다움이 화가와 학자와 어린이와 일반인이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외모만이 아름다움의 전부가 일단 아닌데 사진 이라는 매체에서 우리는 쉬이 외모에만 집중하게 되는게 문제라면 문제죠.

 

 

이제 결론으로 가보면...네. 그렇습니다.

 

사진사들도 여러종류로 나뉩니다.

 

넷상에서 대다수를 점하는 아름다운 모델을 아름답게 담는 사진사들을 염두에 두고 질문하신거라면

 

답은 결국 외모가 중요하다로 귀결됩니다.

 

그러나 외적 아름다움이 아닌 별도의 다른 아름다움을 담는 어려운 길을 지양하는 사진사라면

 

덩치있고 뚱뚱한 아가씨가 가진 아름다운 내적 개성을 찍을 수 있다고 봅니다.

 

 

병자를 위해 기도하는 테레사 수녀님의 사진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것은 

 

수녀님의 외모가 아름다운 사진이었던게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 행동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요는 모델분께서 무엇을 원하셨는가가 가장 중요해요.

 

김희선이 아닌 사람을 김희선인양 프로필사진으로 담아내어주길 바라신 것인지,

 

아니면 임종을 앞둔 환자 곁에서 두손 모아 기도해주는 테레사 수녀의 아름다운 마음같은 것을 담아내어주길 바라신 것인지,

 

아니면 세상에 둘도 없는 나 라는 사람의 개성을 아름답게 포착해주길 바라는지 등등....말이죠.

 

 


그게 위 질문에 대한, 그리고 평소에 해왔던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