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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장" 이야기.

by 선배/마루토스 2016.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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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프라모델을 손으로 조립하면서 머리로는 그 프라모델을 사용해서 찍을 사진을 구상합니다.

 

작품의 특성, 그리고 기체의 특성...그런것을 단 한장에 표현하려면

 

어떤 포징, 어떤 빛, 어떤 무대장치등이 필요할지를 이모 저모 생각하며 조립을 완료하죠.

 

사실 프라모델을 만드시는 분들의 경우 대개 사진의 목적이 "내가 이 프라모델을 어떻게,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에 주로 있습니다.

 

디오라마샷이라 해도 그 디오라마를 얼마나 공들여서 얼마나 디테일하게 만들었는가를 사진을 통해 어필하는것이 목적입니다.

 

인물사진을 예로 든다면 촬영한 인물의 미모가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최대한 잘 전달하는 경우랑 비슷해요.

 

 

 

 

 

 

 

 

반면 제 경우엔 애초에 개판 오분전 수준의 완성도를 지니는(....) 프라모델을 잘 보여주는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제가 그거 만들면서 머리속에 그렸던 한장을 만들어 내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한장을 만들기 위한 배경, 조명, 기타 장치를 이리 저...리 고안하고 배치하고 프라모델을 포징하고를

 

한참을 공들여 설계하고 난 뒤 삼각대에 카메라 올려놓고 그 한장을 찍고 끝이 됩니다.

 

 

뭐 실제로는 이러 저러 여러장 찍지만 "그 한장"빼고 나머지는 부차적인거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한달 가까운 시간동안 프라모델 만들고 준비하고 해서 딱 한장.....

 

어찌 보면 허무할 수도 있고 어찌보면 넌센스라 생각될 수 도 있지만 실제 개인적으로는 매우 충족도가 높습니다.

 

 

허브리츠 사진전 같은거 다녀오신 분들, 애니 레보비츠 전시회 다녀오신 분들 등

 

어느정도 견문과 내공이 갖춰지신 분들이라면 더 쉽게 이해하실텐데...실제 프로 작가들의 작업이 이거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상급 모델이나 연예인 데려다 수백 수천장 찍어도 잡지에 실리는 것은 그중 단 한장입니다.

 

"단 한장"....The One....

 

 

 

때로는 그 외의 사진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사실상 버려집니다.

 

애초에 목적은 "단 한장"이었으니까요.

 

아마추어의 가장 큰 난점중의 하나가 바로 "사진 많이 건지다"가 아닐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그냥 많이 건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단 한장"을 찍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 한장은 초점 잘맞거나 블러 없거나 존시스템 만족시키거나 황금 구도이거나...이런거랑은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걸 기준으로 많이 건졌다고 해도 그닥 큰 의미가 있다고 단언하기 어려워요.

 

사진을 찍는 것 만큼이나, 사진을 골라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만

 

우리 아마추어에게는 바로 그 골라내는 판별력과 과감성이 부족하기 쉽습니다.

 

당장 내일 여러분이 전시회를 열어 여러분이 여태 찍은 사진중 딱 한장만 전시한다고 가정해보세요.

 

그 한장을 바로 제시할 수 있으신지, 그리고 그 한장인 이유를 설명하실 수 있으신지 자문자답 해보시고요.

 

 

뭐 사진을 즐기는 방식에야 여러가지 형태가 있겠습니다만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시는 분이라면 "많이 건지다"가 아닌,

 

"단 한장"을 목표로 매진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제 경우에는 아직 "그 한장"이라고 할만한 사진이 10년 넘는 사진 생활동안 여태까지 딱 두장...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건프라 사진을 예로 들어 이야기 하긴 했지만 그건 협의에서의 이야기고,

 

인생에 있어서 광의적 "한장"이 그렇다는 이야기......

 

블로그가 하도 개점휴업상태라서 그간 찍은 건프라 사진을 양념삼아 오늘도 이렇게 뻘글을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