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TV사기전 둘러보러 마트 갔다가 뜬금없이 상조 가입할뻔했던 썰.txt
신혼때 샀던 TV가 10년 좀 넘으면서 빌빌대다 마침내 사망하여 새 TV를 알아보다가
와이프가 실물을 좀 확인하고 주문하고 싶다 하여 집근처 대형마트에 들렀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최신형 TV들이 수백만원 가격표 붙이고 번쩍이는 화질을 자랑하며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데
원래 사람욕심이란게 어떤 선 그어놓고 갔어도 실물보면 좀만 더 좋은거 좀만 더 좋은거 하기 마련인지라
자꾸자꾸 가격대가 올라가고 결국 에이 비싸서 못사겠네 하는데 거기 점원이 그러더라구요.
"적금" 하나 가입하면 120만원 할인해준다고 말입니다.
네. 그는 분명히 "적금"같은거 라고 말했어요.
정리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1. 10년동안 매달 5만원 돈을 통장에 넣고, 10년 만기 되면 원금 100% 환불받을수 있다.
2. 대신 그동안 그 적금'같은거'에서 생기는 이자를 고객이 아닌 TV회사가 가져간다 생각하라.
3. 너님들은 지금 당장 120만원 할인받아 저 비싼 TV를 살 수 있다. 선이자개념같은거다.
당연히 와이프는 혹했죠. 혹할수밖에 없죠 솔직히. 지금 당장 120만원을 할인해준다는데.
'적금'들고 그 이자에서 약간 이득 취하는거고 제조사 은행 고객 모두 윈윈이라는데 혹하지 않을 사람이 어딧어요?
네 여기있습니다. 접니다. ㅋ -_-;;
네거티브의 극에 달한 저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말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얼핏 들으면 셋다 윈윈?? 그런 마법같은 방법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가 제 신념이예요.
그런게 있다면 온세상 사람 모두가 부자되어있게요??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는건,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는 겁니다. 그게 세상, 아니 자본주의의 이치잖아요..?
심지어 저 점원이 그러면서 준다고 제의한, 번인이 의심되는 매장 디스플레이 OLED TV가
한번 [패널]이 나가서 [수리]한 제품인데도
그걸 [리퍼]라고 저와 와이프에게 당당히 구라를 친건 논외로 치더라도 말입니다. ㅋㅋㅋ
혹해있는 와이프를 설득해서 데리고 나온다음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저는 해당 매장에서 있었던 일이 거의 사기에 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 점원이 저희 부부에게 권한건 소위말하는 [상조결합상품]입니다.
가전회사나 은행이 주체가 된게 아니라,
교x 베스트x이프라고 하는 [상조]회사가 운영하는 [상조상품]이지,
결코 적금도 아니고 적금인양 포장해서도 안되며 적금이라고 소비자를 기만해서도 안되는 상품이란 소리죠.
일단 120만원 바로 할인해주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할인은 일시적인 것일뿐, 실제로는 상담당시 저희 부부에게 알려주지 않은
몇가지 자체적인 약관을 10년동안 철저하게, 무사히 지킬 경우에만 유효해요.
예를 들어 환불한다던가, 중간에 상조 해지한다던가,
연체를 한다던가, 중간에 가족 누군가가 돌아가셔 해당 상조를 이용하게 된다던가,
해당 상조 회사가 부도가 난다던가 하면 받았던 할인 모조리 다 토해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건, 만약 상조회사가 부도나도 소비자는 할인금은 커녕
그동안 적금으로 믿고 매달 부었던 돈을 제대로 환불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예요.
현행법상 상조회사 부도시 원금의 50%까지만 보장됩니다. 놀랍죠??
근데 그나마도 상조업체가 가입자 원금의 50%를 법에 따라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예치했을때 이야기예요.
대부분의 상조업체는 이런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가 무더기로 적발되기까지 했습니다.
50%는 커녕 모조리 다 날릴 수 있단 소리예요.
5만원씩 10개월이면 50만원이지만 100개월이면 500만원입니다.
만약 200만원짜리 TV사는데 120만원 할인받아 80만원에 샀다? 아 좋죠.
근데 상조업체가 9년쯤 된 어느날 부도났다?
120만원 할인금도 다시 가전회사에 내야하고 그동안 부은 500만원중 250만원은 법으로 보장도 못받으며
나머지 250만원도 받을 수 있을 지 없을지 몰라요.
최악의 경우 소비자는 200만원자리 TV를 620만원에 사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소립니다.
근데 상담직원은 은행이 50%내주고 상조사가 50% 내줘서 만약의 경우에도 100% 원금보장된다고 하는데
이거 거짓말입니다. 상담중 거짓말 여러가지 하는 와중에 가장 큰 거짓말이 이거라 할수있을겁니다. ㅋㅋ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은 에이 그런 최악의 경우가 오겠어??
하고 웃어넘기실 수 있어요. 그것도 이해는 합니다.
결국은 확률이예요. 확률은 숫자가 모든걸 말하죠. 그러니 숫자로 답해드릴께요.
2009년 317개나 있던 상조회사가 2019년엔 몇개 남았는지 아시나요?
현재 84개 남아있습니다. 헉??? 폐업률이 무려 74%나 되나 싶으시죠??
근데 여기서도 숫자의 함정이 있어요.
2009년에 317개였는데 2019년에 84개니까 233개가 망했다...이렇게 계산하면 안됩니다.
왜냐면 10년동안 새로 생겨난 회사들도 있거든요 ㅋ 즉 10년 미만 신생업체를 제거하고 재계산해보면
최근 10년간 상조업체 부도, 파산, 폐업률은
무려 90%나 됩니다. 이게 숫자가 가르쳐주는 현실이예요.
상조가입기간 10년? 10년내 회사 부도날 확률만 따져도 90%....
여기에 약관상 존재하는 환불, 중도해지, 상조서비스 이용 등등의 경우의 수를 더하면
여러분이 적금인줄 알고 부었던 500만원은 말 그대로 걍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심각하게 높단 소리예요.
모두가 윈윈인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어떤 결론으로 가던 결국은 소비자'만' 손해보며 소비자만 리스크를 떠앉습니다.
그게 이 결합상품의 진정한 정체예요.
물론 해당 점원이 마치 상조를 적금인양 포장하는 시점에서 이미 거의 사기에 준하지만 이건 점원이 그런거라 상조회사 탓은 못하겠지만
내용을 알면 알수록 헉소리가 절로 나는게 바로 이 가전결합상조상품입니다.
물론 저처럼 네거티브한 분들만 계시는게 아니기때문에
이 결합상품의 인기는 그야말로 독보적입니다.
실제로 저희 부부 상담받는 동안에도 가입하는 분들 많았어요.
심지어 티비 사는데 한번 가입하고 청소기 사려고 또 가입하는 분도 현장에서 봤습니다. ㅋ
(근데 애초에 상조를 두번 가입하는게 의미가 있는지는 ㅋㅋㅋ)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상조회사 회원수는 2011년엔 1만명에도 채 미치지 못했는데
가전결합상품을 런칭한 후 폭증하여 2018년에 이미 50만명을 돌파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차라리 일찍 이거 가입하신 분들은 사정이 좀 나을거예요.
만기까지 꾸준하게 약관 지켜서 원금 환급받을 수 있다면 나름 괜찮거든요.
(이경우에도 이자 계산해보면 소비자가 15만원가량 손해긴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환급받아가는 사람, 다시말해 정식 탈퇴회원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해당 상조사는 현금을 토해내고 토해내고 토해내야 한단 소리예요.
회원중 30만명이 무사히 환급받는데 성공한다 가정할 경우,
상조사가 고객들에게 뱉어내야 할 환급금의 총액은 1조 2천억원에 달합니다.
30만명도 솔직히 작게 잡은거예요.
위에서 보셨듯 한번 가입한 사람이 두번 가입하기도 하니 실제론 더 늘어날겁니다.
법으로, 그리고 자기들이 호언장담한 이 해약금 반환 러시가 시작되는건 2025년부터예요.
2029년이나 2030년 만기되는 후반부 가입자들이 해약금 받으러 갔을땐
모르긴해도 이미 해당 상조사가 해약금 뱉어내다 부도내고 망한 다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ㅋㅋㅋ
단순 통계만으로도 상조사 부도/파산/폐업확률이 90%라니깐요????
120만원 할인받기 위해 무려 10년동안이나 해당 상조사가 부도 나나 안나나 마음졸이면서 TV보실래요??
전 싫습니다. :)
ps) 참고로 조사해보니 해당 상조사는 결합상품 관련하여
가전제품 할인 관련 과장광고, 부당광고를 한 점이 인정되어 경고,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어요.
거짓 광고도 서슴치 않는 결합상품...과연 바람직할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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