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시작한 다음에 뭘 찍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는 단계에서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중의 하나로 소재지상주의가 있다고 이전에 말씀드린 바가 있는데요...
(관련 포스팅 : 2013/03/28 - [CAMERA] - 아마추어 사진사가 빠지기 쉬운 함정, 피사체 지상주의. )
이거의 연장선상에서 오늘 문제가 된 출사코리아의 조류사진때문에 유발된 유레카님의 요청에 따라
사람들이 왜 조류사진에 쉬이 빠지는지에 대해 제 나름대로 그동안 생각해왔던 바를 한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아마추어분들이 사진을 찍는 목적이야 뭐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중 하나는 바로
"뭔지 모르지만 열라 멋지구리한 사진을 찍어 주변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진으로는 그러한 찬사를 받아내기란 사실 쉽지 않죠.
쉽지 않다보니 이런 저런 방법들을 모색하게 되는데...
이런 분들이 멋진 조류사진을 보면 "그래 바로 이거야!" 하게 되곤 합니다.
왜냐면 조류사진은 이런 분들이 원하는
"찬사를 받아내는 사진"이 되기위한 조건을 매우 많이 충족시키는 소재이기 때문이죠.
1. 본래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람 눈에 선명하게 잘 보이지 않던 소재라 신선해보인다.
2. 일정 수준 이상의 장비를 갖춰야 하기때문에
돈있고 시간있는 명예에 목마른 사람 아니면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율이 낮은편이다.
3. 천연기념물, 보호대상이 많은 편이라 찾아낼수 있다면 높은 확률로 찬사받는다.
4. 왠지 모르지만 조낸 찍기 어려워보이는 장르이기때문에 일반인의 환성을 받기 쉽다.
5. 비싼 장비에 날밤 지새우고 어렵게 찍는 그 과정이 스스로를 대단한 사진사가 된양 여기는 장치가 된다.
6. 저작권, 초상권 같은 귀찮은 걸림조항이 없다.
또한 사진만 보고서는 어떠한 위법적 행위가 있었는지 따지기 쉽지 않다.
7. 천체사진, 수중사진, 초접사사진등 다른 특수장르 대비 진입내공수준이 낮은 편이다.
8. 말못하는 생물이 대상이라 예술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꺼리낄게 없게 된다.
9. 모델사진 누드사진이랑은 달리 여자에 미친놈 소리 들을 확률은 제로고
자연과 새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장식이 오히려 붙곤 한다.
10. 조류에 대한 박식함과 촬영상의 무용담을 자랑할 소재가 많이 생긴다.
등등등등....
이정도로 많은 조건을 두루 갖춘 사진 장르는 솔직히 조류사진 말고는 별로 없어요.
이러다보니 당장의 명성과 환호에 집착하는,
시간있고 돈있고 여유있는 사람들이 조류사진에 빠지게 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흐름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발 더 나아가
경쟁에서 이기고 더 많은 찬사를 받아내기위해 해서는 안될 짓도 서슴없이 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가지치기,
둥지옮기기,
아기새들 눈앞에서 순간광 조명터뜨리기,
알품고 애들 키우는데 옆에 텐트치고 알짱대며 신경 곤두서게 하기,
연출위해 아기새들 들고 옮기고 피아노줄로 묶고 접착제로 붙이고 떨어뜨려 죽이기,
천연기념물 촬영포인트까지 등산금지구역을 가로지르기,
거기서 야영하기,
포인트 놓고 경쟁자들과 주먹다툼하기등등....
사진으로 찬사를 받아 내기 위해서라면 사진으로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그런 심리를 가진 분들이 그만큼 자주 나타나고
또 문제시 되는 장르가 바로 이 조류사진이기도 한겁니다.
사진을 왜 찍는지 이분들은 스스로는 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조차 거짓말 하는 경우가 많아요.
새를, 자연을 사랑해서 찍는다? 물론 드물게 진정한 조류사진사, 진정한 자연사진사분들도 계시긴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위에 적은 행동을 하는 분들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예술가 사진작가 소리 들으며 자기 허영을 만족시키고 싶어서 찍는거예요...
이런 분들은 그냥 새들 사진 찍어 인터넷이나 전시회에서 자랑하고 가면 끝이지만
이분들에게 시달린 새들의 결말은 보통 죽음입니다.
실제로 스트레스때문에 둥지로 돌아오지 않은 부모새들과,
그때문에 굶어죽고 만 아기새들의 이야기는 수두룩해요...
그래놓고는 인터넷상에서는 자연과 새를 사랑한다고 자신을 치장하죠.
더 많은 찬사와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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