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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pla

건덕후들의 축제, 건프라 엑스포의 슬픈 현실

by 선배/마루토스 2018.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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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코리아가 2003년 건담베이스 1호점을 국내에 처음 내고 나서부터

국내의 건프라 취미 인구는 나날이 성장해 왔습니다.


그리하야 마침내 얼마후, 국내에서도 드디어 Gunpla Expo행사가 개최되기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시카프 같은 다른 행사에 묻어서 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저변이 확대되고 일본처럼 한정판 판매를 주 목적으로 하는 행사로 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단독개최로 바뀌었죠.


건프라 엑스포의 기본적인 목적은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건담을, 건담 프라모델을 널리 알리고 해당 취미인구를 늘림으로서 콘텐츠 판매 수익을 확장시키는거죠.


그런데 그러한 행사의 개최에는 아무래도 비용이 들기 마련입니다.

대관비, 인건비...모처럼의 홍보행사인데 기왕이면 비용을 적게 들이거나 혹은 아예 이득을 보면 좋겠죠?

그리고 보러 오는 사람들도 그냥 건담 베이스 가서 보고 사면 되는 물건만 있다면

굳이 이런 행사장까지 와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뭔가 특별한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거기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소위 말하는 한정판입니다.

 

 


일반 샵에서는 결코 판매하지 않는, 샵에서 판매하는 기성품에 플러스 알파를 더한 특별한 한정판을

엑스포 현장에서만 판매하는거죠.


매니아들은 다른데선 돈주고도 못구할 이 한정판을 구매하기위해 전날밤부터 줄을 섭니다.

일반사람들이야 뭐 한정판 구할 수 있음 구하는거고 아니면 현장에서 일반판 할인하는거 찾아서 사면 그만이지만

콜렉션이 주 목적인 매니아들에게 있어 몇몇 한정판 품목은 밤을 새어 줄을 서서라도 꼭 구매해야 하거든요.


한정판 가격도 저렴한 만원대에서부터 시작해 수십만원짜리 메탈빌드(금속제 완제품, 이미 프라모델이 아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요.


어차피 건담에 대해서, 프라모델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있는 건덕후(건담 오타쿠)들에게

내부에서 전시되고 있는 프라모델 샘플이나 애니메이션 상영, 게임같은건 이미 뻔히 꿰고 있는 품목들이예요.


일부는 그래서 이 한정판만을 목적으로 엑스포에 온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게 바로 엑스포의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부분인데,

반다이남코는 사실상 엑스포 관련 비용을 이 한정판을 팔아 충당합니다.

아니, 오히려 우수리가 남을 정도예요.

한정판을 사는 사람들이 내는 돈에 의해 이 엑스포는 장소를 대관하고 인력을 동원해서 치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

이것은 건프라가 자리를 잡은 몇몇 국가-대만, 홍콩, 일본, 한국등-에서는 너무나 효과적인 홍보수단이자 판매수단이기때문에

반다이남코는 각국에서 매년 최소 1회(일본 현지에서는 2회) 이상 GUNPLA EXPO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죠.

 

 

 

 

 


엑스포 내부에는 그 외에도 몇가지 즐길 거리들이 있기는 합니다.

건담의 역사, 프라모델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하는가 하면

거대한 크기의 건담관련 모형들이 나란히 서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신상품 소개가 있으며

매년 전세계 건프라 취미가들이 실력을 겨루는 GBWC, 건프라 빌더스 월드컵 대회 예선 제출 및 심사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건담 관련(혹은 반다이 남코 코리아 제작)게임들에 대한 소개나 시연코너도 있고

자리에 앉아서 아이들과 함께 무료로 건프라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어요.

 

여기까지 살펴보면 뭐 그냥 그러려니......하겠습니다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여러가지 문제점이나 아쉬운 점들이 많아요.

 

먼저 한정판 ...

솔직히 말해 한정판을 구매할 의사가 없다면 이 건프라 엑스포에는 갈 필요가 거의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행사 전반이 한정판을 판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만,

서로 앞다퉈서 사려 들다보니 줄을 세우는 시스템이나 구매관련 프로세스가 영 원활하지 않습니다.


한정판 갖고 싶다고 졸라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전날 밤부터 밤샘을 하는 부모님들도 있는가하면

매년 서울 삼성동에서만 열리는 이 한정판 구매행사때문에 부산이나 대구에서 전전날부터 차몰고 서울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귀찮고 힘들면 안사면 그만 아니냐 하겠는데.....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요.


그러나 그렇게 해도 일부 인기 품목은 조기 매진되고 끝나버립니다.

올해도 가장 주목을 모았던 30만원짜리 메탈빌드 에일스트라이크 건담의 경우 평일인 첫날 오전에 이미 동나버렸을 정도예요.


직장있고 출퇴근해야 하는 분들이나 학교가 좀 일찍 개강, 개학한 학생들은 정상적으로는 저 대열에 낄수조차 없습니다.

휴가 내고 작정하고 오던가 자영업하는분들은 가게문닫고 오던가 일부대학생들 알바째고 오던가..뭔가를 희생해야만 해요.

아니, 희생했어도 못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 한정판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매년 문제시되고 있어요.

 

둘째로 내부에서 진행하는 무료조립체험행사.......

이거 그냥 평소 주말에 건담베이스 매장 가시면 거기서 무료로 체험 가능합니다. (.....)

엑스포에서는 막 줄서고 기다리고 해야 하는데 평소 건담 베이스가면 그냥 아무때나 편하게 가능해요.

 

 


셋째가 GBWC, 건프라 빌더스 월드컵 대회인데......이것도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판매에 집중하다보니 출품자들을 굉장히 홀대해요.

집에서 어린 꼬마가 출품한다? 주렁주렁 그 만든 프라모델과 디오라마 안부셔지게 잘,

주차비 비싼 코엑스에 차로 가던 대중교통으로 무거운거 들고 힘들게 가던 가서

몇시간동안 줄 서야 겨우 출품이 가능합니다.


출품 그 자체가 너무 짜증나고 어렵다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그리고 출품작 전시 스페이스도 너무 좁고 미어터집니다.

또한 출품작 평가 및 시상도...워낙 주관적인 요소들이 크게 좌우하다보니 탈락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게 연례행사화 되어있고요.

 

넷째, 아이들과 함께 간다고 치고....같이 즐길 거리가 솔직히 너무 없습니다.

몇년전 엑스포때만 해도 스템프 랠리 행사라던가 뽑기행사 등

단순 조립체험 말고도 미션을 달성하면서 아이들이 도전할 거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게 하나도 없습니다.


로봇좋아하고 애니 좋아하는 나이대 꼬마들이 안에서

아빠 볼게없어요 심심해요 재미없어요 얼른 가요 하고 칭얼댈 정도라면,

콘텐츠 및 완구, 프라모델 비즈니스 행사로서 뭔가 심각하게 문제있는거 아닐까요?

 

아무리 비즈니스라고는 해도 콘텐츠 비즈니스의 본질은 꿈과 희망과 즐길거리인데

지나친 한정판 판매행사화 되어버리고 즐길거리는 구색만 맞추려 드는 최근의 건프라 엑스포는

솔직히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입장료를 3만원씩이나 받고도 볼거리 하나도 없다시피한 코믹콘 같은 행사보단

입장료 없는 건프라 엑스포쪽이 차라리 낫지만요. (........)

 

내년도 건프라 엑스포부터는 뭔가 좀 바뀌는 모습이 보고싶지만......안되겠죠 아마. ㅋ